[양미르의 영화영수증 #161] <브라이드>
1935년 제임스 웨일 감독의 고전,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에서 신부는 말이 없다. 비명 한 번, 거부의 눈빛 한 번, 그걸로 끝이다. 매기 질렌할 감독은 그 침묵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브라이드!>는 1935년의 신부가 끝내 하지 못한 말을 대신 하겠다는, 다소 무모한 선언이다. 그리고 그 답안지는 실제로 몇몇 대목에서 빛난다. 문제는 너무 많은 말을 하려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을 스스로 지워버렸다는 것이다.
1930년대 시카고. 마피아 조직원들과 어울리던 여성 '아이다'(제시 버클리)가 조직의 비리를 폭로하다 계단 아래로 내던져져 죽는다. 그 시신을 파낸 것은 100년 넘게 세상을 떠돌아온 '프랭크'(크리스찬 베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다. 그는 천재 과학자 '유프로니우스' 박사(아네트 베닝)를 찾아가 동반자를 만들어달라 간청하고, 박사는 '아이다'의 시신에 전류를 흘려 '아이다'를 소생시킨다. 깨어난 '아이다'는 자신의 이름도, 죽음도, 전생도 기억하지 못한다. '프랭크'는 '아이다'를 '페니'라 부르며 예전부터 함께였다고 거짓말을 한다.
되살아난 '페니'의 입술 한켠에는 소생 과정에서 흘러나온 검은 액체가 얼룩져 있다. 이 얼룩은 곧 '페니'의 상징이 된다. 어느 밤, 지하 나이트클럽에서 두 남자가 '페니'를 덮치려 하자 프랭크가 잔인하게 응징하고, 둘은 함께 도주를 시작한다.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이어지는 도망의 여정에서 '페니'는 차츰 자신이 누구인지를 물어가고, 전생의 기억이 흐릿하게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사이 수사관 '제이크 와일스'(피터 사스가드)와 그의 비서 '미르나 말로이'(페넬로페 크루즈)가 이들의 뒤를 좇는다. 실제 수사를 도맡는 쪽은 '미르나'지만 공은 늘 '와일스'에게 돌아간다. 그 구도 자체가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의 축소판이다. 한편, 여정의 끝에서 '페니'는 이름을 찾는다. '프랭크'가 붙인 '페니'도, 죽기 전의 '아이다'도 아닌, '브라이드'. 누구의 신부가 아닌, 그냥 '브라이드'. <브라이드!>는 이 이름의 획득을 자기 해방의 완성으로 제시한다.
이 영화에는 혀가 큰 의미로 두 번 등장한다. 한 번은 은유로, 한 번은 문자 그대로. 마피아 보스 '루피노'는 여성의 혀를 뽑아 전시하는 취미를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여성의 언어를 물리적으로 박탈하는 이 장치는 영화의 핵심 테마를 날것으로 드러낸다. '아이다'가 죽기 전 조직의 범죄를 폭로하려 했던 것도, 소생 후 '브라이드'가 억압당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도, 모두 이 '빼앗긴 혀'의 회복이라는 맥락 위에 놓인다.
'브라이드'와 '프랑켄슈타인'의 원작자, '메리 셸리'(제시 버클리)의 영혼이 한 몸 안에서 충돌하는 설정은 영화에서 가장 야심 찬 선택이다. 죽은 '메리 셸리'가 아이다의 몸에 빙의해 '브라이드'의 목소리 안에 공존한다는 구조는, 수 세기에 걸쳐 억눌려 온 여성들의 언어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폭발이 너무 잦고, 너무 길고, 너무 설명적이다. 침묵 당했던 여성에게 목소리를 돌려주겠다는 영화가, 그 목소리를 너무 크게 틀어 정작 공명이 사라져 버린 역설이다.
당연히 제시 버클리는 이 역설 안에서 분투한다. '브라이드', '아이다', '메리 셸리' 세 존재를 하나의 몸으로 살아내야 하는 이 역할에 대해 제시 버클리는 "'브라이드'의 재탄생은 굉장히 폭발적인 과정이었다"라고 말했다. 그 폭발성은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졌다. 제시 버클리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훨씬 일찍 무너졌을 것이다. 반면, 크리스찬 베일은 정반대의 전략을 택한다. 과잉으로 치닫는 제시 버클리의 에너지 옆에서, 크리스찬 베일은 조용하고 여린 '프랭크'를 쌓아 올린다. 그가 영화 스타 '로니 리드'(제이크 질렌할)의 흑백 영화를 보며 스스로를 그 안에 투영하는 장면들은, 이 영화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슬픈 순간들이다.
<브라이드!>는 동시에 너무 많은 것이 되려 한다. 갱스터 영화, 다크 로맨스, 뮤지컬, 블랙 코미디, 도주극, 페미니즘 선언. 그 와중에 형사의 서브플롯은 본 서사와 느슨하게만 연결된 채 흘러 다닌다. <조커: 폴리 아 되>(2024년)와 동일한 촬영감독(로렌스 셔), 동일한 음악감독(힐두르 구드나도티르)이 만들어내는 영상과 음악의 질감은 분명 뛰어나다. 그런데 그 질감이 이미 어딘가에서 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혀를 찾아 나선 영화가 혀에 걸려 넘어졌다. 그래도 그 넘어짐이 볼만하다는 것이 이 영화의 아이러니이고, 동시에 매력이다. ★★★
2026/03/10 CGV 강변
※ 영화 리뷰
- 제목 : <브라이드!> (The Bride!, 2026)
- 개봉일 : 2026. 03. 04.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126분
- 장르 : 액션, 멜로/로맨스, 드라마
-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감독 : 매기 질렌할
- 출연 : 제시 버클리, 크리스찬 베일, 피터 사스가드, 아네트 베닝, 제이크 질렌할 등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