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르의 영화영수증 #47] <하이파이브>
7년 만에 돌아온 강형철 감독의 신작 <하이파이브>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역시 강형철 감독이구나'였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그만의 색깔을 온전히 구현해 낸 것이다. <써니>(2011년), <스윙키즈>(2018년)에서 보여준 따뜻한 유머와 인간미,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탁월한 감각까지, 이 모든 것이 초능력이라는 판타지 설정 위에서도 고스란히 살아 숨 쉰다.
<하이파이브>는 정체불명의 기증자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은 다섯 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뜻밖의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시작된다. 심장을 이식받은 태권소녀 '완서'(이재인)는 괴력과 번개 같은 스피드를, 폐를 이식받은 작가 지망생 '지성'(안재홍)은 태풍급 폐활량을 갖게 된다. 여기에 신장의 '선녀'(라미란), 각막의 '기동'(유아인), 간의 '약선'(김희원)이 합류하며 어설프지만 사랑스러운 팀 '하이파이브'가 탄생한다. 하지만 이들 앞에 나타난 것은 똑같이 췌장 이식으로 젊음을 흡수하는 능력을 얻은 사이비 교주 '영춘'(신구/박진영)이다.
줄거리만 보면 전형적인 선악 구도의 히어로물처럼 보이지만, 강형철 감독은 여기에 자신만의 해석을 덧입힌다. 이들의 초능력은 세계를 구원하는 거창한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할머니의 폐지 수레를 밀어주고,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횡단을 돕는 소소하지만, 따뜻한 일상의 도구가 된다. 이는 감독이 밝힌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라는 의도와 정확히 부합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강형철 감독스러운' 부분은 역시 음악이다. 스매싱 펌킨스의 'I am One'이 '완서'의 초능력 각성 장면을 짜릿하게 장식하고, 스냅!의 'The Power'가 '기동'의 스타일리시한 등장을 완성한다. 특히 야쿠르트 카트 추격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릭 애슬리의 'Never Gonna Give You Up'은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경쾌하게 비트는 강형철식 유머의 백미다. 이런 음악 선택은 각 캐릭터의 정체성을 음악적으로 규정하고, 관객들에게는 세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마지막에 울려 퍼지는 시스터 슬레지의 'We Are Family'는 말 그대로 하나가 된 '하이파이브' 팀의 테마송이 된다.
강형철 감독이 창조한 초능력자들은 완벽한 영웅들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어떤 면에서는 결핍된 사람들이다. 병약했던 '완서'는 친구 하나 없이 외로운 학창 시절을 보냈고, '지성'은 표절 논란과 투자 실패로 바닥까지 추락한 백수다. 이들에게 초능력은 인생 역전의 수단이 아니라 자신들이 잃어버린 것들인 건강, 우정, 희망을 되찾게 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물론 <하이파이브>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영화는 아니다. 무엇보다 초능력이라는 소재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관객들에게는 처음부터 진입장벽이 높을 수 있다. 특히 '완서'의 괴력과 스피드를 표현하는 CG 액션은 의도적으로 과장되고 만화적이어서,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관객들에게는 어색하게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강형철 감독 특유의 '말맛' 나는 유머와 티키타카 대사들도 세대나 취향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자연스럽고 재치 있다고 느끼는 관객이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억지스럽거나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를테면, '지성'과 '기동'의 '빠른 몇 월생' 같은 농담들은 웃음 코드가 맞지 않으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유아인이라는 변수는 여전히 작품 감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캐릭터와 배우를 분리해서 본다고 해도, 그의 존재감이 큰 만큼 불편함을 느끼는 관객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현실적 제약은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관람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4년의 기다림 끝에 만난 <하이파이브>는 강형철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작품이다. 판타지라는 새로운 영역에서도 변함없는 그만의 색깔을 구현해 낸 것은 분명 칭찬받을 일이다. ★★★
2025/05/26 CGV 용산아이파크몰
※ 영화 리뷰
- 제목 : <하이파이브> (Hi-FIVE, 2025)
- 개봉일 : 2025. 05. 30.
- 제작국 : 한국
- 러닝타임 : 119분
- 장르 : 판타지, 코미디, 액션
- 등급 : 15세 관람가
- 감독 : 강형철
- 출연 : 이재인,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유아인 등
- 화면비율 : 1.8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