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르의 영화영수증 #169] <끝장수사>
영화관을 나오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은 수사 장면도, 반전도 아니었다. '재혁'(배성우)이 음주 단속을 발견하자 당황하며 유턴을 제안하는 장면. 배성우의 음주 운전 전력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대사 하나가, 아는 관객에게는 영화 전체를 요약하는 순간이 됐다. <끝장수사>는 그런 영화다. 2019년 촬영을 마쳤으나 배성우의 음주 운전 논란과 팬데믹이 겹치며 7년을 창고에 머물렀다. 원제는 <출장수사>. 제목을 바꾸고 편집을 다듬어 2026년 봄 극장에 걸렸다.
<끝장수사>는 박철환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연출작이기도 하다. 그는 <그리드>(2022년), <지배종>(2024년) 등 디즈니+ 시리즈로 장르 연출을 다진 뒤 이 작품으로 스크린 데뷔를 밟았는데, 정작 영화는 데뷔를 7년이나 기다려야 했다. 박 감독은 "일본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에서 영향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유사 사례들을 접하면서 '진범 수사'라는 소재를 구상하게 되었다"라면서, "사건의 미스터리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연출 의도만큼은 명확했다.
줄거리는 간결하다. 한때 광역수사대 에이스였지만 맡는 사건마다 꼬이며 지방으로 좌천된 형사 '서재혁'(배성우). 그에게 재벌 3세 출신 인플루언서 신입 형사 '김중호'(정가람)가 파트너로 배정된다. 서장은 감찰 건 무마의 조건으로 '중호'를 스스로 그만두게 만들라는 특명을 내리지만, 두 사람은 시골 교회 헌금함에서 돈을 훔친 절도범을 추적하다 예상치 못한 단서를 발견한다. 절도범의 가방 속 흉기. 그리고 그가 1년 전 서울 강남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라는 사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이미 종결된 상태다. '조동오'(윤경호)가 범인으로 체포돼 수감 중이다. '재혁'과 '중호'는 담당 검사 '강미주'(이솜)의 지원을 받아 재수사에 나서지만, 강남경찰서 팀장 '오민호'(조한철)를 중심으로 한 형사팀이 사사건건 공조를 방해한다. 하나의 살인사건에 두 명의 용의자. 진범이 누구인가를 쫓는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극은 버디물에서 추적극으로 무게를 이동한다.
영화의 구조 자체에 큰 문제는 없다. 박철환 감독은 장르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 중반 이후 반전으로 속도를 올린다. 선량해 보였던 인물이 돌아서고, 악해 보였던 인물의 다른 면이 드러나는 방식은 전형적이지만 나름 작동한다. 정가람이 6개월간 카포에라를 훈련했다는 액션 장면, 촬영 중 기절할 만큼 몰입했다는 배성우의 육탄전 장면도 인상에 남는다. 97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텍스트와 콘텍스트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다. <끝장수사>의 주인공은 불의를 참지 못하는 형사다. 규칙보다 정의를, 체계보다 진실을 택하는 인물로 설계됐다. 배성우가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였다면 차라리 쉽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연기가 나빠서 몰입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었을 테니. 그런데 그는 잘한다. '재혁'이라는 인물을 현실에 붙여놓는 힘이 있고, 그 현실감이 문제다.
허구의 형사가 아니라 실제로 어딘가 있을 법한 사람처럼 보일수록, 그 사람을 연기하는 배우가 더 선명하게 겹쳐온다. 스크린 위의 '재혁'과 스크린 밖의 배성우는 끝내 분리되지 않는다. 문제는 분리할 수 없는 불편함이 단순히 관객의 윤리적 민감함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 안에 그 불편함을 증폭시키는 장치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음주 단속 유턴 장면이 대표적이다. 극 중 코미디 액션 코드로 삽입된 이 순간은, 실제 배우의 전력과 겹치면서 웃음이 아닌 이물감을 남긴다. 당연히 음주 사건 이전에 촬영된 장면이었을 터. 하지만 그 의도치 않음이 오히려 이 작품이 7년이라는 시간을 충분히 성찰하지 못한 채 나왔다는 인상을 강화한다.
다른 배우를 언급한다면, 윤경호의 연기는 분명히 좋다. 재판 없이 단죄받은 사람의 억울함과 그 억울함 뒤에 도사린 무언가를 동시에 품고 있는 얼굴. 관객이 계속 의심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조한철이 연기하는 '오민호' 캐릭터는 석연치 않다. 재수사를 방해하며 내내 적대적이던 인물이 후반부에 돌연 협력자로 전환되는데, 그 동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이솜이 연기하는 검사 '강미주'는 더 아깝다. 조직 논리에 굴하지 않고 재수사를 밀어붙이는 워커홀릭 검사라는 설정은 <끝장수사> 안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의 씨앗이다. 위계와 관행이 촘촘한 수사 조직 안에서 홀로 다른 논리로 움직이는 인물. 시크함과 엉뚱함이 교차하는 이솜의 연기도 그 가능성을 충분히 품고 있다. 그런데 극은 그 씨앗을 끝까지 키우지 않는다. '미주'는 '재혁'과 '중호'의 수사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에 묶이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두 형사에게 자리를 내준다. 배우가 감당할 수 있는 것과 극이 배우에게 허락한 것 사이의 거리가 눈에 밟힌다. ★★
2026/04/02 메가박스 군자
※ 영화 리뷰
- 제목 : <끝장수사> (The Ultimate Duo, 2026)
- 개봉일 : 2026. 04. 02.
- 제작국 : 한국
- 러닝타임 : 97분
- 장르 : 범죄, 액션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박철환
- 출연 : 배성우, 정가람, 이솜, 조한철, 윤경호 등
- 화면비율 : 2.3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