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르의 영화영수증 #171] <누룩>
<누룩>을 연출한 장동윤 감독은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누룩>은 발효라는 물성(物性)을 빌려 믿음이라는 추상을 붙잡으려는 시도이고, 그 시도 자체는 신선하다. 문제는 영화가 붙잡으려는 것들이 결국 서로를 잡아당기며 이야기의 밀도를 흐트러뜨린다는 데 있다.
18세 '다슬'(김승윤)은 아버지(박명훈)가 운영하는 전통 막걸리 양조장에서 자랐다. 막걸리 맛이 언제부터인가 달라졌다. 알고 보니 오빠 '다현'(송지혁)이 누룩의 출처가 불분명해 정식 유통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오래된 누룩을 몰래 버리고 시중 누룩으로 교체했기 때문. 현대적으로 양조장을 바꾸고 싶었던 오빠의 결정은 합리적이고, 그 합리성이 '다슬'에게는 재앙이다. '다슬'은 "누룩이 사라졌다"라며, 병처럼 앓아눕는다.
황당해하던 '다현'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누룩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고, 두 남매는 노숙자들과의 소동을 겪으며 각자가 외면해 왔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누룩>은 이 여정을 미스터리처럼 포장하지만, 실제 서사의 동력은 미스터리보다 갈등에서 나온다. 무엇이 옳은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합리와 감각, 효율과 전통 사이에서 두 남매는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다.
장동윤 감독은 "시 쓰던 습관이 많이 묻어난 작품"이라고 스스로 표현했다. 직접적인 설명보다 상징과 은유를 선호하는 연출 철학이다. 실제로 <누룩>은 설명을 자주 유보한다. 누룩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다슬'의 믿음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감독은 말하는 대신 느끼게 하려 한다. 그 태도는 존중할 만하지만, 설명을 유보한 자리를 채우는 것이 감정이 아니라 공백일 때 관객은 길을 잃는다.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종교적 은유다. 제작진이 모두 크리스천이라는 사실, 그리고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GV 당시 김승윤이 "누룩은 '복음'이었다. 성경에서 말하는 복음을 생각하며 연기했다"라고 밝힌 것처럼, 영화의 은유 체계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누룩은 막걸리 재료이기 이전에 절대적 믿음의 대상이고, 그것의 상실은 신앙의 위기로 읽힌다. 이 독법이 틀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이 걸린다.
가치관의 충돌을 이야기하려면, 충돌하는 두 가치가 모두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다현'의 합리성과 '다슬'의 믿음이 진짜로 맞붙으려면, '다현'의 선택 역시 영화 안에서 무게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영화는 처음부터 '다슬'의 편이다. 누룩을 버린 '다현'은 외면한 자이고, 누룩을 찾는 '다슬'은 진실을 향하는 자다. 그 구도가 너무 일찍 굳어지면, 충돌이 아니라 교정의 서사가 된다. 믿음에 관한 이야기라면서 믿음의 반대편은 처음부터 패자로 세팅돼 있다.
첫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장동윤 감독의 연출에서는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의 결이 느껴진다. 특히 김승윤은 '다슬'의 밝음과 집요함, 불안을 한 몸에 담아내며 영화를 붙들고 있다. 박명훈은 과잉 없이 아버지의 자리를 지킨다. 그러나 영화의 야심과 완성도 사이의 거리는 아직 좁히지 못했다. 누룩이라는 소재가 품고 있는 가능성인 발효, 기다림, 보이지 않는 변화 등을 생각하면, 이 영화는 그것을 충분히 가져다 쓰지 못했다.
종교적 은유는 너무 선명하고, 갈등의 무게추는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으며, 해석의 여지를 남기려는 연출은 이따금 설명의 빈자리와 구분되지 않는다. <누룩>이 믿음에 관한 영화임은 분명하다. 다만 믿음의 반대편에 선 자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 영화는 너무 일찍 결론을 내린 것처럼 보인다. ★★☆
※ 영화 리뷰
- 제목 : <누룩> (The Yeast, 2026)
- 개봉일 : 2026. 04. 15.
- 제작국 : 한국
- 러닝타임 : 84분
- 장르 : 가족, 미스터리, 드라마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장동윤
- 출연 : 김승윤, 송지혁, 박명훈, 이형주, 박지연 등
- 화면비율 : 1.8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