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보게 되는 눈물 바다로의 여행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170]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by 양미르 에디터
5185_6088_5044.jpg 사진 = 영화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 NEW

※ 영화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봄마다 일본 청춘 로맨스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우리는 어김없이 운다.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를 보기 전, 이미 어느 정도 결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발달성 난독증을 앓는 소녀, 그 소녀를 위해 시를 쓰는 소년, 음악으로 이어지는 사랑, 그리고 예고된 이별. 이 영화가 건네는 감정의 지도는 처음부터 펼쳐져 있다. 그런데도 눈물이 난다. 이것이 이 영화의 미덕인지, 한계인지를 두 시간 내내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시를 쓰는 것 말고는 딱히 내세울 것이 없는 소년 '하루토'(미치에다 슌스케)는 졸업 후 고향 관공서에 취직하겠다는 소박한 계획 하나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공무원 시험에 필요한 실적을 쌓으며, 마지못해 문예대회에 시를 출품한 것이 전학생 '아야네'(누쿠미 메루)의 눈에 띈다. '아야네'는 전학해 온 지 석 달이 지났지만 반 아이들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아야네'가 '하루토'에게 처음 건넨 말은 인사도 아니고 자기소개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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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사를 써줄래?" 알고 보니 '아야네'는 발달성 난독증으로 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대신 '아야네'에게는 시나 문장을 들으면 즉흥적으로 멜로디를 붙일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낡은 도서관 문예부실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합작은, '하루토'가 쓰고 '아야네'가 노래하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둘만의 언어, 둘만의 비밀. 그렇게 탄생한 첫 곡 '너와 함께 찾아낸 노래'는 거리 버스킹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아야네'는 도쿄의 대형 기획사에 스카우트된다.

'하루토'는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아야네'를 붙잡지 않는다. '아야네'가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도록, 스스로 팀을 해산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2년이 흐른다. 각자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은 재회하고, 사랑을 확인하고, 가정을 꾸린다. 딸 '하루카'가 태어나지만, 영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야기는 청춘 로맨스의 외피를 벗고 다른 무게를 입기 시작한다. 제목이 왜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인지,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그 의미가 온전히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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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2016년), <유어 아이즈 텔>(2020년),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2022년) 등을 연출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감정을 직접 설명하는 연출을 피했다. 그는 촬영 전 배우들에게 "시를 낭독하듯 대사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루토'는 또박또박 정제된 톤으로, '아야네'는 감정이 앞서는 호흡으로 각각의 결을 구분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감'을 연출하기 위해 첫 만남 장면에서는 물리적 간격, 시선의 방향, 동선의 교차까지 세밀하게 조율했다고.

카메라는 인물을 과도하게 따라가는 대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공기를 포착한다. '역광과 플레어의 마술사'라는 별명답게, 이번에도 광원의 위치는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 온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이 영화의 방향성을 "슬픔에 머무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재생의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이 발언은 영화를 이해하는 데 꽤 중요한 단서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기억을 잃어가는 연인의 사라져가는 감정에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은 잃어버린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에 무게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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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에다 슌스케는 고등학생부터 딸을 홀로 키우는 아빠까지, 약 10년에 걸친 시간을 연기한다. 그는 이 변화를 외형적 차이보다 말의 속도와 목소리 톤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초반의 직선적인 태도와 후반부의 담담하고 절제된 선택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실제로 눈빛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장면들(특히 무대 위 '아야네'를 바라보는 순간)은 설득력 있다. 다만, 외모 변화가 거의 없다 보니 세월의 깊이감은 관객의 상상력에 상당 부분 위임된다.

누쿠미 메루는 이 작품을 위해 1년 반 동안 노래와 기타 연주를 독학했다. 실제 관객 800여 명 앞에서 가창과 연주를 직접 소화한 라이브 시퀀스에 대해 누쿠미 메루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긴장됐다"라고 털어놨다. 누쿠미 메루의 목소리에는 투명함과 강인함이 공존한다. 이 영화의 감정적 설득력 상당 부분이 누쿠미 메루의 가창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두 배우는 촬영 초반 서로 낯을 많이 가렸다고 했는데, 그 어색함이 오히려 극 중 두 인물의 거리감에 현실감을 더하는 아이러니가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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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가 밟아가는 궤도는 익숙하다. 결핍을 가진 두 사람이 예술로 연결되고, 이별하고, 재회하고, 마침내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이 구조는 장르의 문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감정의 자동화를 부른다. 관객은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이 장면에서는 울어야 한다'라는 신호를 기다리게 된다. 후반부 감정의 클라이맥스 이후 서사가 급하게 수렴되는 것도 아쉽다. 빌드업에 공을 들인 만큼, 결말을 향한 속도가 균형을 잃었다. ★★☆

2026/04/04 CGV 건대입구


※ 영화 리뷰
- 제목 :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The Last Song You Left Behind, 2026)
- 개봉일 : 2026. 04. 01.
- 제작국 : 일본
- 러닝타임 : 117분
- 장르 : 멜로/로맨스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미키 타카히로
- 출연 : 미치에다 슌스케, 누쿠미 메루, 하기와라 마사토, 나라 신지, 이노우에 소라 등
- 화면비율 : 2.3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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