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세개반이상만 #44] <드래곤 길들이기>
2010년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드림웍스의 대표작 <드래곤 길들이기>가 15년 만에 실사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애니메이션 실사화라는 단어만으로도 실패작을 연상케 하는 요즘, 과연 이 작품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드래곤 길들이기>는 단순한 추억 팔이를 넘어 2025년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달합니다.
이야기는 수백 년간 드래곤과 전쟁을 벌여온 바이킹 마을 '버크'에서 시작하는데요. 족장 '스토이크'(제라드 버틀러)의 아들 '히컵'(메이슨 테임즈)은 바이킹 사회에서 철저한 이방인이죠. 힘도 세지 않고, 용맹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사고만 치는 문제아로 취급받는데요. 아버지를 포함해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가 진정한 바이킹이 되길 바라지만, '히컵' 자신도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한심해합니다.
어느 날, 드래곤들의 습격 중에 '히컵'은 자신이 만든 투석기로 전설의 '나이트 퓨어리'를 격추하는 데 성공하죠. 하지만 막상 쓰러진 드래곤 앞에서 그는 칼을 들 수 없는데요. 대신 묶인 줄을 풀어주고, 상처 입은 꼬리로 날지 못하는 드래곤에게 '투슬리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죠. '히컵'은 '투슬리스'를 위해 인공 꼬리날개를 제작하고, 둘은 함께 하늘을 나는 법을 익혀갑니다.
한편, '스토이크'의 부재중에 시작된 훈련에서 '히컵'은 '투슬리스'로부터 배운 지식을 활용해 놀라운 실력을 보이죠. 하지만 최종 시험에서 드래곤을 죽이는 대신 평화로운 공존을 보여주려던 '히컵'의 계획은 실패하고, '투슬리스'는 마을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포로로 잡힙니다. 분노한 '스토이크'는 아들을 부인하고, '투슬리스'를 이용해 드래곤의 소굴을 찾아 떠나죠.
원작 애니메이션 3부작을 모두 연출한 딘 데블로이스 감독이 이번 실사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다시 맡은 가운데, 그의 철학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죠.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실사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의 깊이와 현실감을 더했는데요. 특히 "'히컵'의 여정은 우리가 배워온 것들을 의심하고 더 큰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의 힘을 보여준다"는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로 확장했습니다.
<드래곤 길들이기>의 핵심은 차별 극복에 있는데요. '히컵'은 바이킹 사회에서 철저히 배제된 존재죠. 그는 바이킹다운 외모와 기질을 전혀 갖추지 못했고, 그로 인해 지속적인 차별과 무시를 당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다름' 때문에 '히컵'은 다른 바이킹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죠. 그의 공감 능력과 창의성은 전통적인 바이킹의 가치관에서는 약점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진정한 강함이었습니다.
영화는 "다르다는 건, 특별하다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죠. '히컵'이 '투슬리스'와 교감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기존의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는 차이를 결함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드래곤 길들이기>의 또 다른 핵심 주제는 세대 갈등과 진정한 소통의 중요성인데요. '히컵'과 '스토이크'의 관계는 부자 갈등을 넘어,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가치관 충돌을 상징하죠. '스토이크'에게는 수백 년간 이어진 드래곤과의 전쟁이 당연한 현실이고, 아들 역시 그 틀 안에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히컵'은 질문하죠. "왜 우리는 싸워야 하는가?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가?" 이런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젊은 세대를 기성 세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영화는 이 갈등을 일방적인 세대교체나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으로 해결하지 않죠. 대신 서로 다른 경험과 관점을 가진 두 세대가 진정으로 소통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보여줍니다. 또한, 바이킹과 드래곤의 관계는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 상황에 대한 강력한 은유죠. 수백 년간 적대 관계를 유지해 온 이들의 갈등은 실제로는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됐습니다. 영화는 갈등 해결의 열쇠가 폭력이나 억압이 아닌 이해와 소통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죠. '히컵'이 '투슬리스'와 교감할 수 있었던 것은 선입견 없이 상대방을 바라보고, 진정한 소통을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드래곤 길들이기>가 2025년 현재 시점에서 갖는 의미는 각별한데요. 차별과 혐오가 일상화되고,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지금, '히컵'의 이야기는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죠. 그는 기존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에 부합하지 않는 존재이지만, 영화는 그런 그를 결함이 있는 인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름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인물로 그려냈죠.
물론 이 영화가 완벽한 것은 아닌데요. 원작을 지나치게 충실히 따라간 나머지 예측 가능한 전개, 2시간이 살짝 넘는 상영 시간에 비해 일부 조연 캐릭터들의 개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할 수 있죠. 하지만 이런 구성적 한계를 넘어서는 감정적 진정성이 <드래곤 길들이기>의 진짜 가치인데요. 15년 전 애니메이션을 사랑했던 이들에게는 향수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작품이 됐습니다. ★★★☆
2025/05/28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 영화 리뷰
- 제목 : <드래곤 길들이기> (How to Train Your Dragon, 2025)
- 개봉일 : 2025. 06. 06.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125분
- 장르 : 액션, 모험, 판타지
- 등급 : 전체 관람가
- 감독 : 딘 데블로이스
- 출연 : 메이슨 테임즈, 제라드 버틀러, 니코 파커, 닉 프로스트, 줄리안 데니슨 등
- 화면비율 : 2.39:1/1.90:1(일부 IMAX 장면)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