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의 힘으로 시작되는 '짭벤져스'와 *의 의미

[별세개반이상만 #34] <썬더볼츠*>

by 양미르 에디터

"'어벤져스'는 오지 않아요. 영웅은 없습니다." CIA 국장 '발렌티나'(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의 이 선언은 <썬더볼츠*>의 출발점이자, 현재 마블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고백하는 대사처럼 느껴지죠.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년) 이후 5년이 넘도록 팬들이 기다려온 새로운 슈퍼히어로 팀업 영화. 그러나 우리가 만난 건 '어벤져스'가 아닌 그들의 그림자 같은 존재, 일명 '짭벤져스'인데요. 별표(*) 하나로 자신들이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이 팀은, 기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세계관에서 주변부를 맴돌던 인물들의 연합체입니다.

<썬더볼츠*>는 <블랙 위도우>(2021년)에서 소개된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의 이야기로 시작하죠. 자매처럼 따르던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를 잃고 공허함에 빠진 '옐레나'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CIA의 청부 임무만 수행하며 감정을 억누릅니다.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자 결심한 '옐레나'는 '발렌티나'로부터 마지막 미션을 부여받고 현장으로 향하죠.

4309_3309_1413.jpg 사진 = 영화 '썬더볼츠*'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곳에서 '옐레나'는 뜻밖에도 전 '캡틴 아메리카'인 '존 워커'(와이어트 러셀), '고스트'(해나 존-케이먼), '태스크마스터'(올가 쿠릴렌코)와 마주하게 되죠. 서로를 경계하며 싸우던 그들은 이내 모두 '발렌티나'의 함정에 빠졌음을 깨닫고 탈출을 위해 힘을 합치는데요. '발렌티나'는 그들이 자신의 비밀 실험과 정치적 야망에 대해 알고 있는 위험한 '증거'로 판단하고 한꺼번에 제거하려 했던 것이죠. 그들은 탈출 과정에서 기억상실에 걸린 '밥'(루이스 풀먼)을 만나 함께 탈출에 성공하지만, 이는 더 큰 위험의 시작이었을 뿐입니다.


<썬더볼츠*>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가화만사성'의 가치를 슈퍼히어로 영화에 녹여낸 방식인데요.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라는 이 오래된 지혜는, 영화 속에서 '가족' 같은 연대가 어떻게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지 보여주죠. 처음에는 각자의 트라우마에 갇혀 서로를 불신하던 인물들이 점차 하나의 가족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게 되는 과정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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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옐레나'와 '레드 가디언'(데이비드 하버)의 '가짜 부녀 관계'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적 축으로, 혈연이 아닌 선택으로 맺어진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죠. "사회성이 떨어지고 협동할 줄 모르는"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여정은, 초능력보다 더 강력한 힘을 보여줍니다. '옐레나'를 맡은 플로렌스 퓨는 내면의 공허함과 상실감을 날카로운 유머로 감추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취약함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연기하죠.

<썬더볼츠*>라는 제목에서 눈에 띄는 것은 마지막의 별표(*)인데요. 이 별표는 이 영화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대변하죠. '옐레나'의 유년 시절,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축구팀 '썬더볼츠'에서 가져온 이름 뒤에 붙은 별표는 '애스터리스크(Asterisk)'로, 일반적으로 수정이나 추가 설명이 필요한 단어에 붙이는 기호인데요. 이 별표는 그들이 완벽한 '어벤져스'의 대체재가 아니라 내면의 상처를 안고 있는 결함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겸손한 고백입니다. 동시에 이 표시는 그들이 앞으로 써 내려갈 새로운 이야기와 정체성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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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볼츠*>에서 주목할 만한 다른 지점은 '발렌티나'가 보여주는 정치적 음모와 권력욕입니다. '발렌티나'가 구축하려는 비밀 슈퍼히어로 부대는 단순한 국가 안보를 넘어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위한 도구로, 이는 실제 세계의 군사 산업 복합체와 정보기관의 권력 남용을 연상시키죠. '발렌티나'는 어떤 의미에서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의 어두운 버전이며, MCU가 이전보다 더 복잡한 정치적 현실을 다루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물론, <썬더볼츠*>는 아쉬움도 분명 존재하는 작품인데요. 가장 큰 아쉬움은 팀 중심 서사에 집중하다 보니 일부 캐릭터들의 개별적인 서사와 발전이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는 점이죠. 특히 '고스트'와 '태스크마스터'는 이전 마블 작품들에서 복잡한 배경과 동기를 가진 캐릭터였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들의 내면과 과거가 깊이 탐구되지 못한 채 주로 액션 장면에서만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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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화 후반부 '밥'의 내면세계를 탐험하는 시퀀스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시도였지만, 다소 급작스럽게 전개되어 복잡한 캐릭터성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감이 있죠. 마블이 '내면의 심리'를 다루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그 깊이와 전개 방식에서는 더 많은 숙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액션 측면에서도 기존 마블 영화들의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들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소규모의 액션이 아쉬움을 줄 수 있는데요. 그러나 이는 오히려 영화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인간적인 스케일'의 일부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게 <썬더볼츠*>는 MCU가 걸어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데요. 결함이 있어도 함께하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일지도 모르죠. 불완전하기에 더 인간적이고, 상처가 있기에 더 강인한 이들의 이야기, <썬더볼츠*>는 MCU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

2025/04/30 CGV 왕십리 IMAX

※ 영화 리뷰
- 제목 : <썬더볼츠*> (Thunderbolts*, 2025)
- 개봉일 : 2025. 04. 30.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127분
- 장르 : 액션, 모험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제이크 슈레이어
- 출연 : 플로렌스 퓨, 세바스찬 스탠, 와이어트 러셀, 올가 쿠릴렌코, 루이스 풀먼 등
- 화면비율 : 1.90: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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