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르의 영화영수증 #49] <366일>
신조 타케히코 감독의 신작 <366일>을 보고 나오면서 든 생각은 묘했다. 분명 아름다운 영화였고, 감정적으로도 충분히 젖어들었지만, 동시에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계속 따라다녔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366일>은 우리가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수없이 봤던 그 이야기들을 2025년의 기술력으로 다시 포장한 작품이라는 것을.
2003년 오키나와. 같은 밴드 HY를 좋아한다는 우연한 공통점으로 만나게 된 고등학교 선후배 '미나토'(아카소 에이지)와 '미우'(카미시라이시 모카). 병원에서 부딪혀 뒤바뀐 미니디스크를 계기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서로의 음악 취향을 공유하며 풋풋한 사랑을 키워간다. '미나토'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지만, 어머니의 죽음으로 좌절감에 빠져 있던 차에 '미우'의 밝은 에너지를 통해 다시 희망을 찾는다.
졸업 후 '미나토'는 도쿄의 대학으로 진학하고, '미우' 역시 통역사의 꿈을 위해 그를 따라 상경한다. 함께 살림을 차린 작은 원룸에서 벽을 가득 메운 폴라로이드 사진들, 오키나와에서 가져온 소품들, 그리고 창가의 게키츠(오렌지 재스민) 화분까지. 두 사람만의 소중한 공간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돌연 '미나토'가 이별을 통보한다. 시간이 흘러 도쿄에서 혼자 살고 있는 '미나토'에게 오키나와에서 온 한 소녀가 나타나 '미우'의 메시지가 담긴 미니디스크를 전해주면서, 20년에 걸친 이들의 운명적 사랑이 다시 시작된다.
신조 타케히코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애틋하면서도 씁쓸한 감정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다고 밝혔다. 또한 제작진은 원곡 '366일'의 "가사에는 그려지지 않은 남성의 시점에서 오리지널 스토리를 구상해 보고 싶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결과물을 보면, 감독의 의도가 온전히 실현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남성의 시점'이라고 하기에는 '미나토'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전형적이다. 그는 꿈을 포기하려다가 여자친구 덕분에 다시 의욕을 찾고,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하고, 시한부 진단이라는 극적 장치에 의해 행동한다. 이는 2000년대 일본 로맨스 영화의 남주인공 공식 그 자체다.
<366일>의 가장 큰 강점은 음악적 뿌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이다. 원곡 '366일'을 부른 HY가 16년 만에 답가 '사랑을 하고'를 직접 제작해 헌정한 것은 분명 마케팅을 넘어선 의미가 있다. 특히 HY의 보컬 나카소네 이즈미가 "시대가 변함에 따라 부모와 자녀가 함께 듣는 케이스가 늘어났고, 동일본대지진 이후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람에게 보내는 마음으로 노래하게 되었다"라고 한 증언은 흥미롭다.
이러한 배경은 영화가 뻔한 연인 간의 이별을 넘어 '삶과 죽음', '부모와 자식 간의 유대'라는 더 깊은 주제를 다루려 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영화 후반부에서 '미나토'의 시한부 설정과 '미우' 부모의 등장은 이런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마저도 너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처리되어 감동보다는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카소 에이지와 카미시라이시 모카의 캐스팅은 적절했다. 두 배우의 실제 생일이 영화 속 설정(2월 29일)과 맞물린다는 것은 흥미로운 우연이다. 제작진이 캐스팅 전부터 이 두 배우를 염두에 두고 각본을 개발했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물론, 10대부터 30대까지의 시간 흐름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연기적 한계가 드러나기도 한다. 특히 아카소 에이지의 경우 나이가 들어가는 연기가 외형적 변화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 나카지마 유토가 연기한 소꿉친구 '류세이'는 전형적인 '착한 남자 2호'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흥미로운 것은 <366일>이 일본에서 박스오피스 4위에서 시작해 결국 1위까지 올라간 역주행 흥행을 기록했다는 점. SNS를 통한 젊은 관객들의 입소문이 주요했다고 하는데,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아마도 현재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2000년대 초반은 이미 '복고'가 된 시대이고, 그 시절의 순수한 로맨스에 대한 향수가 작용했을 것이다. 마치 한국에서 1980년대나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인기를 끄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
2025/05/27 메가박스 코엑스
※ 영화 리뷰
- 제목 : <366일> (366 Days, 2025)
- 개봉일 : 2025. 06. 11.
- 제작국 : 일본
- 러닝타임 : 123분
- 장르 : 멜로/로맨스
- 등급 : 12세 관람가
- 감독 : 신조 타케히코
- 출연 : 아카소 에이지, 카미시라이시 모카, 나카지마 유토, 타마시로 티나, 미조바타 준페이 등
- 화면비율 : 1.8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