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르의 영화영수증 #33]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악마와 그를 쫓는 어둠의 숭배자들로 인해 혼란에 빠진 도시. 공권력조차 이들 앞에서 무력해진 상황에서 특별한 능력을 갖춘 어둠의 해결사 '거룩한 밤' 팀이 등장한다. 태어날 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강한 힘을 가진 '바우'(마동석)는 바위 같은 주먹으로 악마들을 때려잡고, 특별한 퇴마 능력을 지닌 '샤론'(서현), 그리고 모든 것을 기록하는 '김군'(이다윗)이 팀을 이룬다.
그러던 중 신경정신과 의사 '정원'(경수진)이 찾아와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이는 동생 '은서'(정지소)의 도움을 요청한다.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은서'의 상태를 확인한 '거룩한 밤' 팀은 그 안에서 지금껏 본 적 없는 강력한 존재의 기운을 감지한다. 사연이 있는 '바우'는 처음엔 거절하지만, '은서'의 상태가 담긴 영상을 보고 결심을 굳힌다. 팀은 '은서'를 구하기 위한 구마 의식을 준비하면서, 이 사건이 '바우'의 과거 트라우마와 연결된 더 큰 악의 존재와 관련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마동석이 주먹으로 악마를 때려잡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를 보고 나니, <사자>(2019년)에서 박서준이 각성해 악과 맞서던 그 순간의 실망감이 강렬하게 되살아났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의 가장 큰 문제는 오컬트와 액션이라는 두 장르가 한 작품 안에서 각자도생하고 있다는 점. 이는 <사자>가 겪었던 정체성 혼란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용후'(박서준)가 악마와 싸우기 위해 각성하는 과정이 길고 지루했던 것처럼, '바우'의 주먹은 이 영화의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신 서현이 연기한 '샤론'이 극의 중심에 자리하며 실질적인 퇴마를 담당한다. '샤론'의 퇴마 의식 장면들은 <엑소시스트>(1973년), <검은 사제들>(2015년)을 참고한 흔적이 역력하다. 문제는 이 장면들이 무척 전형적이라는 것. '샤론'이 악마에게 이름을 묻고, '은서'의 몸을 지배한 존재가 괴성을 지르는 장면들에서 어떤 독창성도 찾기 어렵다. 그나마 서현이 비주얼과 몰입도 높은 연기로 어느 정도 견뎌내는 것이 작은 위안이다.
마동석의 액션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느꼈던 통쾌함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그의 주먹은 악마가 아닌 악마의 하수인들을 상대하는 데 그치고, 주요 대결 장면에서도 기대만큼의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한다. 액션 장면들은 앞서 마동석이 보여준 작품들의 자기복제에 가까워, 심지어 효과음과 타격감까지 변화 없이 반복된다.
가장 아쉬운 건 이 영화가 약 4년 전 촬영을 마치고 뒤늦게 개봉했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파묘>(2024년)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애니메이션 영화 <퇴마록>(2025년)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상황에서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냉동실에 보관된 음식처럼 시간만 보내다 풀린 듯한 느낌이다. 임대희 감독은 "장르적 서스펜스와 영화의 본연적 재미, 그리고 마동석의 통쾌한 액션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이라고 자신의 영화를 소개했다.
하지만 정작 영화에서는 이 요소들이 충돌하고 있다. '샤론'의 구마 의식이 긴장감을 고조시킬 때 삽입되는 '바우'의 가벼운 농담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또한, 오컬트 요소들이 단순히 영화의 배경이나 소품처럼 활용되는 경향이 있어, 깊이 있는 공포감을 형성하지 못한다. 서현과 정지소의 열연은 분명 칭찬할 만하다. 특히 정지소는 악마에 빙의된 소녀 역할을 너무나 생생하게 소화해 내 영화에 숨통을 트이게 해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영화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마동석도 자신의 기존 페르소나에 갇혀 있고, 이다윗과 경수진은 존재감을 거의 드러내지 못한다.
92분의 러닝타임 내내, <사자>를 보던 당시의 실망감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그때처럼 이번에도 뜬구름 잡는 듯한 세계관, 산만한 서사, 혼란스러운 정체성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영화가 오컬트와 액션의 결합이라는 도전을 언제쯤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도 먼 미래에 있는 것 같다. ★★
2025/04/21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 영화 리뷰
- 제목 :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Holy Night: Demon Hunters, 2024)
- 개봉일 : 2025. 04. 30.
- 제작국 : 한국
- 러닝타임 : 92분
- 장르 : 액션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임대희
- 출연 : 마동석, 서현, 이다윗, 경수진, 정지소 등
- 화면비율 : 2.3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