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르의 영화영수증 #56] <세하별>
김우석 감독의 <세하별>을 보며 느끼는 것은, 진정성과 표현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는 것이다. 감독의 절실한 메시지는 분명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지만, 그것을 영화적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들이 물살에 휩쓸려 사라져 버린 듯하다. 가난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따뜻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던 감독의 바람은 고스란히 전해지지만, 그 선의가 반드시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씁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세하별>은 '세상에 하나뿐인 별'이라는 의미로, 서로에게 유일무이한 존재인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버지 '태원'(조관우)은 강원도 호랑골 마을에서 아들 '칠성'(장윤서)과 단둘이 살아왔다. 하지만 가난 때문에 '칠성'은 어린 나이에 수도권 공장으로 떠나야 했고, 소년공으로 일하던 중 기계에 손목이 끼이는 사고를 당해 한쪽 팔을 잃게 된다. 꿈을 잃고 거리로 내몰린 '칠성'은 노숙자가 되어 하루하루를 버텨나간다.
한편 '태원'이 살고 있는 호랑골 마을이 '세계시골꽃 축제'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땅값이 급등하게 된다. 마을의 실세 '서울분'(이재용)과 그의 아들인 검사 '방검사'(현우섭)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태원'의 땅을 빼앗으려 든다. 지적장애에 문맹이기까지 한 '태원'을 속여 부동산을 가로채려는 이들의 수작은 점점 도를 넘어선다. 특히 '방검사'는 자신의 승진과 이익을 위해 언론과 결탁하여 '칠성'을 살인 용의자로 몰아가는 파렴치한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
결국, 병든 몸으로도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 하는 '칠성'과 노숙자 친구들(이문식, 박노식, 윤효상), 그리고 '칠성'을 사랑하는 '선자'(안이서)는 악한 권력에 맞서 작은 저항을 시작한다. 김우석 감독은 <세하별>을 통해 "현재 우리의 삶 속에는 권력이 있고 돈이 있고 욕망이 있다. 결국 그들의 욕망에 누군가는 희생하게 되고 삶의 터전인 자연도 희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라는 현실 인식을 드러낸다.
김 감독 자신이 어린 시절 산속에서 비닐로 집을 지어 살았던 경험, 1980년대 평화의 댐 건설 당시 외국인들을 위해 집들이 양옥으로 바뀌어야 했던 기억들이 <세하별>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풍요롭지 않아도 아들과 같이 살고 싶은 아빠와 명절에 선물을 사서 아빠에게 가고 싶은 아들이 갈망하는 소박한 꿈"을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에서 진정성을 의심할 수는 없다.
문제는 감독의 절실함이 오히려 <세하별>의 발목을 잡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해서인지, 영화는 마치 상처받은 이들만을 위한 안전한 피난처를 만들려고 애쓴다. 조관우의 '태원'은 현실에서는 찾기 힘든 완벽한 선량함을 지닌 인물로 그려지고, 현우섭의 '방검사'는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일차원적 악역이 되어버렸다.
완성도 측면에서도 여러 아쉬운 지점들이 눈에 띈다. 특히 과도한 음악의 사용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감정적인 장면마다 설명적인 음악이 깔리면서 관객이 스스로 감정을 느낄 여지를 빼앗아버린다. 진정한 감동은 절제된 연출에서 나오는 법인데, 감독은 음악으로 감정을 강요하는 쪽을 택했다. 이는 자신의 메시지에 대한 확신 부족의 방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접근 방식의 문제는 관객을 수동적 존재로 만든다는 것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누가 선이고 악인지를 명확히 구분해 놓고, 관객에게는 단순히 착한 사람을 응원하라고 요구할 뿐이다. 하지만 진정 가치 있는 영화적 경험은 관객 스스로 판단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데서 나온다. <세하별>은 그런 사유의 여지를 철저히 차단하고, 대신 예측 가능한 감동의 공식을 반복한다.
조관우의 스크린 첫 주연 도전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는 아들을 향한 순수한 부성애를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게 표현했다. 스크린 데뷔작인 장윤서 역시 주어진 역할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이문식을 비롯한 조연 배우들도 각자의 몫을 충실히 해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이 작품 전체의 한계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좋은 의도만으로는 좋은 영화가 될 수 없다는 아쉬운 교훈을 남기며, <세하별>은 우리 곁을 지나간다. ★★
※ 영화 리뷰
- 제목 : <세하별> (2025)
- 개봉일 : 2025. 06. 25.
- 제작국 : 한국
- 러닝타임 : 100분
- 장르 : 가족, 드라마
- 등급 : 15세 관람가
- 감독 : 김우석
- 출연 : 조관우, 장윤서, 이문식, 안이서, 이재용 등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