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인가? '쥬라기 공원: 리마스터'인가?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60]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by 양미르 에디터
4480_3830_3943.jpg 사진 =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 유니버설 픽쳐스

<쥬라기 공원>(1993년)으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스크린에 되살려낸 공룡들은 단순한 CG 괴물이 아니었다. 그들은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였고, 자연의 경이로움이었으며, 무엇보다 우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진짜 살아있는 공룡이었다. 그런데 2025년, 일곱 번째로 돌아온 이 거대한 프랜차이즈는 과연 제목이 약속하는 '새로운 시작(원제 Rebirth)'을 보여주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과거의 영광을 4K 화질로 포장한 '리마스터'에 불과한 것일까?


'쥬라기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 나는 이 영화를 그냥저냥 봤다. 실망스럽지도, 놀랍지도 않은 무난한 여름 블록버스터 정도로 말이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의 줄거리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2018년)에 나온 사건으로 인해 공룡들이 인간 세상에 침범하고 시간이 흘렀다. 중생대와는 다른 기후로 인해 적응하지 못한 대부분의 공룡들이 죽어가고, 이들은 오직 적도 지방에서만 생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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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제약회사 임원 '마틴'(루퍼트 프렌드)은 심장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특수 작전 전문가 '조라'(스칼릿 조핸슨), 고생물학자 '헨리 박사'(조나단 베일리), 베테랑 선장 '던컨'(마허샬라 알리) 등으로 팀을 구성한다. 이들의 목표는 육해공을 지배하는 세 거대 공룡인 타이타노사우루스, 모사사우루스, 케찰코아틀루스의 DNA를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계획은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바다에서 모사사우루스를 추적하던 중 조난당한 '델가도 가족'을 구조하게 되고, 이들과 함께 과거 '쥬라기 공원'의 비밀 연구소가 있던 금지된 섬에 불시착한다. 섬에서 이들이 마주한 것은 17년 전 유전자 조작 실험으로 탄생한 돌연변이 공룡이었다. '조라 일행'과 '델가도 가족'은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목표인 '살아서 섬을 빠져나가는 것' 아래 뭉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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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곳곳에서 오리지널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타이타노사우루스를 처음 마주한 '헨리' 박사가 황홀해하는 장면은 1993년 브라키오사우루스 앞에서 경이로워했던 '그랜트' 박사(샘 닐)의 직접적인 오마주이고, 익룡의 추적으로 재해석된 추격 장면 역시 주방에서 벨로시랩터에게 쫓기던 그 명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이런 의도적인 향수 마케팅이 오히려 이 영화의 한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쥬라기 시리즈'에 공포를 다시 불어넣고 싶었다"라며, "항상 '쥬라기 시리즈'를 가족영화로 위장한 공포영화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고질라>(2014년),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년), <크리에이터>(2023년) 등을 통해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를 만든 그의 연출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모사사우루스와의 수중 추격전이나 절벽에서 펼쳐지는 케찰코아틀루스와의 대결은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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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장이 넘는 콘셉트 아트를 바탕으로 탄생한 공룡들의 디자인 역시 눈부시다. <쥬라기 공원 3>(2001년)의 빌런이었던 스피노사우루스는 디자인이 대폭 변경되어 등장해 관객에게 긴장감을 준다. 하지만 기술적 완성도가 높을수록 오히려 정서적 공허함이 더욱 도드라진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이 직면한 근본적인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 있다.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

전작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2022년)에서 '메뚜기 월드'라는 비판적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안전한 만듦새'를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진정한 혁신의 기회를 놓쳤을 수도 있다. '헨리' 박사의 대사처럼 "사람들은 더 이상 공룡에 열광하지 않는다"라는 현실을 영화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이 대사가 흥미로운 건, 마치 요즘 사람들이 더 이상 영화에 열광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은유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영화의 국내 첫날 관객 수는 15만 명에 그쳤다. 과거 '쥬라기 시리즈'가 보여줬던 폭발적 관심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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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여름 블록버스터로서는 분명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압도적인 공룡의 스펙터클, 숨 막히는 액션 시퀀스, 할리우드 최고 배우들의 열연은 극장에서의 2시간을 충분히 즐겁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제목이 약속하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관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는 마치 고전 게임의 리마스터 버전과 같다. 그래픽은 놀랍도록 업그레이드되었고, 시스템은 안정화되었지만, 근본적인 게임플레이는 3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존 팬들에게는 반가운 향수를, 신규 관객들에게는 괜찮은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그 이상의 감동이나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쥬라기 시리즈'가 과거의 유산을 관리하는 박물관이 아닌 살아있는 창작의 현장이 되려면, 안전한 공식의 재현을 넘어선 진정한 모험이 필요할 것이다. ★★★

2025/06/30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



※ 영화 리뷰
- 제목 :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Jurassic World: Rebirth, 2025)
- 개봉일 : 2025. 07. 02.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133분
- 장르 : 모험, 액션, 스릴러, 공포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가렛 에드워즈
- 출연 : 스칼릿 조핸슨, 마허샬라 알리, 조나단 베일리, 루퍼트 프렌드,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등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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