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AN에는 공포 영화만 있다고요?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61] 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감상 영화 ①

by 양미르 에디터
4493_3862_3152.jpg 사진 = 영화 '누룩'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집행위원장 신철, 이하 BIFAN)가 지난 7월 3일 개막, 7월 13일까지 부천시 일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간 개성 있고 실험적인 장르 영화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한국 영화계의 지평을 넓혀온 BIFAN은 올해도 계속해서 참신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을 발굴하고 소개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영화가 주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41개국 217편이 소개되는 가운데, 부천에서 몇몇 작품을 감상한 에디터의 짤막한 후기들을 모았다.


4493_3864_3613.jpeg 사진 = 영화 '금쪽같은 내 사티'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1. <금쪽같은 내 사티>

- 섹션 : 매드 맥스
- 감독 : 테무 니키
- 출연 : 엘리나 니틸라, 피리오 론카, 빌 티호넨 등
- 등급 : 15세 관람가 / 상영시간 : 88분

핀란드 남부 시스마 마을의 중년 자매 '타이나'(피리오 론카)와 '피르코'(엘리나 니틸라)는 마을 최고의 '사티' 양조업자다. 500년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만드는 이 전통 맥주는 핀란드에서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중요한 순간마다 빠지지 않는 문화적 상징이다. 어느 날, 동생 '파이비'(리아 카타야)가 헬싱키에서 예술가 약혼자와 함께 고향에 돌아와 결혼식을 위해 100리터의 사티를 주문한다.

두 자매는 완벽한 '10점짜리' 사티를 완성하지만, 맛을 보다가 그대로 며칠간의 대폭음에 빠져든다. 정신을 차려보니 결혼식까지 48시간밖에 남지 않았고, 준비했던 100리터는 모두 바닥났다. 돈까지 다 써버린 상황에서 두 자매는 숙취에 시달리면서도 새로운 사티를 구하기 위한 필사적인 모험을 시작한다. 경쟁자인 사촌으로부터 사티를 구하려 하지만 오랜 원한 관계로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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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르코'를 짝사랑하는 순박한 '하우키'(빌레 티이호넨)의 도움을 받아가며, 채무자들로부터 돈을 받아내고, 때로는 훔치기도 하고, 다시 빼앗기기도 하는 좌충우돌 코미디가 펼쳐진다. 화면에 표시되는 카운트다운 시계는 결혼식까지 남은 시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긴장감을 더한다. 테무 니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자신의 고향 시스마에 대한 "야생적인 이야기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30년간 떠나 있던 고향이지만, 그는 항상 사람들에게 이 마을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곤 했다. 감독의 가족도 실제로 사티를 양조했으며, 이를 매우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독특함은 서부극의 문법을 차용한 점이다. 사티 거래상들은 마치 서부의 무법자들처럼 행동하고,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낡은 미국 자동차를 몰며, 핀란드식 컨트리 록인 '라우탈랑카' 음악이 배경에 깔린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제자인 마르코 비스카리니가 음악을 맡으면서 이런 서부극적 분위기는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테무 니키 감독의 말처럼 "사티에 관한 서부극, 모두가 쫓는 우리만의 황금 이야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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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술 냄새가 풀풀 나는" 이 코미디 밑에는 깊은 어둠이 자리잡고 있다. 음주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파이비'가 다리를 잃게 된 사건이 모든 갈등의 출발점이다. '타이나'는 이 죄책감을 달래기 위해 자동차 충돌 장면만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모자이크 작품을 만들고, '피르코'는 더욱 파괴적으로 술에 의존했던 것.

감독은 전작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2021년)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번에도 주인공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대신 "세상을 주인공의 관점에서" 보여준다. '피르코'가 농장 일과 심지어 교회 성가대에서까지 쫓겨나면서 "숙취 때문에 해고할 거면 핀란드 사람 절반이 실업자가 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장면은 이들만의 논리와 세계관을 보여준다.

테무 니키 감독이 "어둠의 주제를 코미디로 다루는 것은 인류가 여전히 어떤 희망을 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 영화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인간의 회복력을 그려낸다.

4493_3869_3835.jpg 사진 = 영화 '세라가 죽이고 싶은 사람'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 <세라가 죽이고 싶은 사람>
- 섹션 :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 감독 : 김록경
- 출연 : 이지현, 정병두, 진소연 등
- 등급 : 15세 관람가 / 상영시간 : 67분

김록경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 <세라가 죽이고 싶은 사람>은 제목부터 강렬한 인상을 준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잔칫날>(2020년)로 4관왕을 차지하고, <진주의 진주>(2024년)로 지역성과 공간에 대한 섬세한 시선을 보여준 감독이 이번에는 블랙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것이다. 하지만 67분이라는 상영시간이 마치 몇 시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 영화는 웃기지 않는 개그를 반복하는 고역의 연속이었다.

영화는 영화 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세라'(이지현)의 일상을 비춘다. '세라'의 주변에는 위선적인 감독, 겉과 속이 다른 배우, 그리고 친구인지 원수인지 애매한 관계의 남자가 있다. '세라'는 이들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을 가슴에 품는데, '세라' 앞에 갑작스럽게 사랑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하지만 '세라'가 품고 있던 분노와 '한'이라는 감정이 결국 '사랑을 못 받아서'라는 뻔한 결론으로 귀결되는 순간, 이 영화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4493_3871_4132.jpg 사진 = 영화 '누룩'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3. <누룩>

- 섹션 : 메리 고 라운드
- 감독 : 장동윤
- 출연 : 김승윤, 송지혁, 박명훈 등
- 등급 : 전체 관람가 / 상영시간 : 83분

18세 '다슬'(김승윤)은 아버지(박명훈)가 운영하는 전통 막걸리 양조장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막걸리의 핵심 재료인 누룩의 출처가 불분명해 정식 유통이 불가능한 상황. 현대적 방식으로 양조장을 바꾸고 싶었던 오빠 '다현'(송지혁)이 몰래 오래된 누룩을 버리고 시중 누룩으로 교체하자, '다슬'은 "누룩이 사라졌다"라며 병처럼 앓아눕게 된다. 처음엔 황당해하던 '다현'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누룩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고, 형제는 노숙자들과의 소동을 겪으며 외면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장동윤 감독은 GV에서 "기본적으로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직접 밝혔다. 제작진들이 모두 크리스찬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종교적 은유는 상당히 명확한데, 김승윤 역시 "누룩은 복음이었다. 성경에서 말하는 복음을 생각하며 연기했다"라고 해석을 제시했다. 누룩이라는 발효 소재는 단순한 막걸리 재료를 넘어 절대적 믿음의 대상이자 구원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장 감독은 "시 쓰던 습관이 많이 묻어난 작품"이라며 직접적 설명보다는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을 선호한다고 했다. 이런 연출 철학은 영화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데,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기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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