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리며 시작하는 '슈퍼맨', 제임스 건이 찾은 답

[별세개반이상만 #50] <슈퍼맨>

by 양미르 에디터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년)에서 '배트맨'(벤 애플렉)이 '슈퍼맨'(헨리 카빌)에게 던진 질문인 "너도 피를 흘리냐?"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구축했던 'DCEU 세계관'의 핵심 철학이었습니다. 신적 존재인 '슈퍼맨'을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려 그의 취약성을 폭로하려는 시도 말이죠. 하지만 제임스 건 감독의 새로운 <슈퍼맨>은 그 질문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영화가 피 흘리며 쓰러진 '슈퍼맨'(데이비드 코런스웻)의 모습으로 시작하기 때문이죠.

제임스 건은 '슈퍼맨'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근본적 딜레마인 "완벽한 존재가 어떻게 관객의 공감을 얻을 것인가"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그의 해답은 역설적인데요. '슈퍼맨'을 더욱 인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기른정'으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다고 전제하는 것이죠. 이는 단순한 캐릭터 설정의 변화가 아니라, 슈퍼히어로 장르 전체에 대한 철학적 질문입니다. 과연 우리는 왜 완벽한 영웅을 원할까? "그들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인가? 같기 때문인가?"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후자를 택하죠.

4498_3892_4112.jpeg 사진 = 영화 '슈퍼맨'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그래서 이 '슈퍼맨'은 SNS 악플에 상처받고, 연인과 다투며, 자신의 선의가 오해받을 때 진심으로 절망합니다. 이런 불완전함은 현대 관객들에게 오히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요. 완벽한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불완전한 존재가 선택하는 선함의 이야기. 이것이 2025년 우리가 필요로 하는 영웅 서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영화는 '슈퍼맨'이 '보라비아의 해머'에게 첫 패배를 당한 후 남극 설원에 쓰러진 장면으로 시작하죠. 슈퍼독 '크립토'의 도움으로 '고독의 요새'에 겨우 들어온 '슈퍼맨'은 14개의 뼈가 부러진 상태에서 태양광으로 몸을 치유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물리적 상처가 아닌데요. 그가 '보라비아'의 '자한푸르' 침공을 막은 행위가 국제적 논란을 일으키며, '렉스 루터'(니콜라스 홀트)는 이를 교묘히 이용해 '슈퍼맨'을 '지구를 위협하는 외계인'으로 몰아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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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의 정치적 은유는 노골적이면서도 정교하죠. 제임스 건 감독이 "미국에 관한 이야기"라고 명명한 이 영화는 '슈퍼맨'의 '외계인' 정체성을 통해 현재 미국의 이민자 혐오 정서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이는 고전적인 이민자 서사의 반복이 아닌데요. 오히려 그 서사가 어떻게 조작되고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메타-비평(비평에 대한 비평)에 가깝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루터'의 전략인데요. 그는 '슈퍼맨'을 '위험한 외계인'으로 낙인찍기 위해 '가짜뉴스 팩토리'를 운영하죠. 훈련받은 원숭이들이 '#슈퍼쓰레기' 해시태그로 악플을 양산하는 장면은 현재 SNS 생태계의 어두운 단면을 신랄하게 풍자합니다. 이는 개인의 악의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조직된 혐오의 메커니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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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것은 '루터'가 '슈퍼맨'의 부모 메시지를 공개하는 방식인데요. "지구인들은 멍청하니 지구를 다스려라"라는 숨겨진 메시지를 발굴해 이민자에 대한 전형적인 공포를 자극합니다.


'보라비아'와 '자한푸르'의 갈등 역시 현재의 지정학적 현실을 반영합니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공할 때 '슈퍼맨'은 어디에 서야 할까요? 그의 개입은 정의일까요? 제국주의일까요? 이는 미국의 해외 개입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며, 동시에 개인의 도덕적 책임에 관한 철학적 탐구이기도 합니다. 제임스 건 감독은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 대신 그 복잡성 자체를 '슈퍼맨'이 짊어져야 할 짐으로 설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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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피를 흘리냐?"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잭 스나이더의 DCEU는 결국 '슈퍼맨'을 신적 존재로 격상시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제임스 건의 DCU는 처음부터 그를 우리와 같은 높이에 두고 시작하죠. 피 흘리고, 상처받고, 실수하지만, 그럼에도 일어서서 다시 날아오르는 영웅인데요. 앞으로 이어질 <슈퍼걸>(2026년), <클레이페이스>(2026년) 등의 DCU 작품들이 이 톤을 어떻게 이어갈지 기대됩니다. '배트맨', '원더우먼' 등 다른 DC 캐릭터들도 제임스 건의 손에서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할지도요. ★★★★

2025/07/03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 영화 리뷰
- 제목 : <슈퍼맨> (Superman, 2025)
- 개봉일 : 2025. 07. 09.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129분
- 장르 : 액션, 모험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제임스 건
- 출연 : 데이비드 코런스웻, 레이첼 브로스나한, 니콜라스 홀트, 에디 가테지, 앤서니 캐리건 등
- 화면비율 : 1.90: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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