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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다움'을 잃어버리고만 새 '스머프'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74] <스머프>

by 양미르 에디터
4567_4115_4431.jpg 사진 = 영화 '스머프' ⓒ 롯데엔터테인먼트

벨기에 화가 페요가 1958년 창조한 '스머프'들이 다시 한번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다르다. <슈렉 3>(2007년)의 크리스 밀러 감독과 리한나가 의기투합한 <스머프>는 원작의 소박한 매력 대신 우주적 스케일의 모험담을 선택했고, 그 결과 가장 중요한 것인 '스머프다움'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영화는 스머프 마을의 평화로운 일상으로 시작된다. '파파 스머프'(존 굿맨/이종구 목소리)가 DJ가 되어 신나는 음악을 틀고, '스머프'들은 버섯집 사이에서 춤을 추며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곧 영화는 복잡한 설정의 늪으로 빠져든다. 4권의 마법책을 둘러싼 '은하계 악의 마법사 연합'의 음모, '가가멜'(JP 칼리악/박명수 목소리)의 동생 '라자멜'(JP 칼리악/송준석 목소리)의 등장, '파파 스머프'의 숨겨진 형제들인 '켄'(닉 오퍼맨/이장원 목소리)과 '론'(커트 러셀 목소리), 그리고 '스머프'들이 사실은 '가디언즈 오브 굿'이라는 우주의 수호자들이었다는 설정까지. 아직 이름도 없는 '그냥 스머프'(제임스 코든/정재헌 목소리)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 모든 거대한 서사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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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복잡한 설정들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영화가 계속해서 설명에 매달린다는 점이다. 마법책이 뭔지, 왜 4권의 마법책이 필요한지, '파파 스머프'의 형제들은 누구인지, '스머프'들의 진짜 사명이 무엇인지, 캐릭터들은 쉴 새 없이 이런 정보들을 쏟아낸다. 심지어 같은 설정을 여러 번 반복해서 설명하기도 한다.

원래 '스머프'의 세계관은 단순했다. 사과 3개 높이의 작은 존재들이 평화로운 마을에서 살아가며, 가끔 '가가멜'이라는 마법사의 위협을 물리치는 것. 그게 전부였고, 그게 충분했다. 하지만 2025년의 '스머프'들은 다중우주를 넘나들며 우주의 평화를 지켜야 하는 거대한 사명을 떠안게 되었고, 관객은 그 복잡한 사명에 대한 끝없는 설명을 들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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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영화가 줄거리 전달에만 급급하다는 점이다. '파파 스머프'가 납치되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그냥 스머프'가 마법 능력을 얻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라자멜'이 왜 악한지 설명하기 위해 영화는 계속해서 같은 정보를 반복한다. 캐릭터들은 서로에게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고, 관객을 위해 상황을 재정리해준다. 이런 과도한 친절함은 오히려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스머프'들이 파리에 도착해서도, 호주 사막에서도, 뮌헨에서도 그들은 계속 자신들의 목적과 상황을 되뇐다. 마치 관객이 5분 전에 본 장면을 벌써 잊어버렸을 거라 가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리한나의 '스머페트'(한국은 여민정 성우) 캐스팅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화젯거리이자 동시에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하다. 단순히 '스머페트' 역의 성우에 그치지 않고 제작자로 참여하며, OST에도 직접 곡을 이바지했다. 정작 영화에서 '스머페트'의 존재감은 애매한데, '스머페트'는 영화 내내 '그냥 스머프'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역할에 머무른다. 유일한 '여성 스머프'로서의 독특함이나, '가가멜'이 만들어낸 존재라는 복잡한 배경도 피상적으로만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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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쉬운 부분은 원작이 가진 단순함의 미학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점이다. 원래 '스머프'들의 매력은 명확했다. '똘똘이 스머프'는 똑똑하고, '덩치 스머프'는 힘이 세고, '허영 스머프'는 거울만 보고 산다. 이런 단순명료한 캐릭터 설정이야말로 '스머프'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만드는 핵심이었다.

영화는 여기에 온갖 복잡한 설정을 덧붙인다. '효과음 스머프', '음소거 스머프', '자료정리 스머프' 같은 MZ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스머프'들을 등장시키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효과음 스머프'가 이 작품의 유일한 장점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단순한 개그 요소로만 소비되고,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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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파파 스머프'의 형제가 일반적인 '인간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은 '스머프' 세계관의 일관성을 해친다. 왜 어떤 '스머프'는 특성을 나타내는 이름을 가지고, 어떤 '스머프'는 평범한 이름을 가지는가? 이런 설정의 혼재는 오히려 세계관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시각적으로는 분명 발전이 있었다. 2D와 3D를 넘나드는 작화나, 차원마다 다른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구사하는 기법은 인상적이다. 클레이메이션 구간은 잠깐이나마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화려함이 내용의 부실함을 가려주지는 못한다.

어린 관객들은 화려한 영상과 신나는 음악에 즐거워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스머프' 팬이라면, 그리고 원작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쉬움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설명 스머프'들이 너무 많아서, 정작 '스머프'다운 것은 하나도 없는 영화. 그것이 2025년 <스머프>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가가 아닐까? '스머프'들에게는 우주를 구원할 사명이 아니라, 그저 '스머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자유가 필요했던 것 같다. ★★

2025/07/30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 영화 리뷰
- 제목 : <스머프> (Smurfs, 2025)
- 개봉일 : 2025. 08. 06.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92분
- 장르 : 애니메이션
- 등급 : 전체 관람가
- 감독 : 크리스 밀러
- 목소리 출연 : 리한나, 제임스 코든, 닉 오퍼맨, JP 칼리액, 다니엘 레비 목소리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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