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르의 영화영수증 #90] <전력질주>
<전력질주>는 독특한 구성으로 시작된다. 대한민국 육상 100m 최고 기록 10초 07을 보유한 '강구영'(하석진)의 현재와 축구공보다 빠른 발을 가진 고등학생 '강승열'(이신영)의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하기 때문이다. '구영'은 세계 육상 선수권 출전 기준 기록 10초 05에 0.02초 모자라 세계 무대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전성기의 끝자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부상과 이혼 위기, 약물 의혹까지 겹치면서 그에게 남은 것은 실패자라는 꼬리표뿐이다.
한편 '승열'은 운동장을 가르는 소녀 '지은'(다현)을 쫓아 트랙에 들어선다. 축구에서 육상으로 종목을 바꾼 그는 유망주 '장근재'(윤서빈)를 뛰어넘기 위해 도전하지만, "바람에 올라타는 거, 이런 거였냐?"라는 대사가 보여주듯 바람을 가르는 쾌감에 점점 달리기 자체에 빠져든다. '지은'과 '근재', 그리고 '승열'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순수한 청춘 만화의 한 페이지처럼 싱그럽다. "나랑 달리면, 재밌잖아"라는 대사처럼 이들의 선의의 경쟁과 우정, 그리고 달리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든다.
첫 장편을 연출한 이승훈 감독은 <전력질주>의 기획 배경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노장의 스프린터가 결승선을 통과해 1등까지 했지만 기뻐하지 않고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왜 그런가 사정 알고 나서 기획하게 됐다"라고 그는 전했다. 실제로 2017년 김국영 선수가 세운 한국 남자 100m 기록 10초 07을 모티브로 한 <전력질주>는 감독이 김국영 선수를 직접 만나 들은 에피소드들을 영화에 담아냈다.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신기록을 세웠을 때의 느낌이나, 9초대를 찍기 위해 개명을 하려 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라는 감독의 말에 작품에 대한 진정성이 엿보였다.
<전력질주>가 다른 스포츠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승부와 기록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승훈 감독은 "잊고 있던 두근거림을 회복하는 이야기다. 실패를 반복하면 스스로 위축되기 마련이다. 결과보다 내 심장 박동 소리를 되찾는데 있어 이 영화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작품의 의도를 밝혔다. 영화는 전형적인 스포츠 청춘 장르의 문법을 따라가지 않고, "중요한 건 나의 신기록, 기록을 넘는 건 결국 나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 중반까지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교차편집되면서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구영'의 현실적이고 무거운 이야기와 '승열'의 밝고 희망찬 이야기 사이의 톤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이 영화 후반부에서 하나로 수렴되는 순간, 관객들은 비로소 감독의 의도를 깨닫게 된다. 두 이야기는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었으며, "시간을 달리는 그들의 완벽한 엔딩을 위한 전력질주"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시간을 달리는 한 인간의 완전한 여정이었던 것이다.
<전력질주>는 결국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즐거움에 대한 영화다. 성과와 기록에 매몰되어 처음 마음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그리고 목표를 향해 순수하게 달려가는 이들에게 각각 다른 메시지를 전한다. '구영'을 통해서는 "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라는 것을, '승열'과 친구들을 통해서는 청춘의 맑음과 도전 정신의 소중함을 보여준다.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당신은 지금 무엇 때문에 달리고 있는가? 기록과 성과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달리는 그 자체의 즐거움 때문인가? <전력질주>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관객들도 함께 자신만의 출발선에 서게 만드는 영화다. 트랙 위의 함성소리, 땀방울, 바람을 가르는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모든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할 전력질주의 시작을 알린다. ★★★
2025/09/05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tps://youtu.be/6mTFG9nrz-Mhttps://youtu.be/6mTFG9nrz-M
※ 영화 리뷰
- 제목 : <전력질주> (Run To You, 2025)
- 개봉일 : 2025. 09. 10.
- 제작국 : 한국
- 러닝타임 : 97분
- 장르 : 드라마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이승훈
- 출연 : 하석진, 이신영, 다현, 이순원, 윤서빈 등
- 화면비율 : 2.3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