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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노래 Jun 22. 2020

나는 시집을 잘 갔다(고 한다)

남편의 세 가지 장점



"미리야, 우리 순영이가 차 사고 나서 쪼매 다칬는데.. 어잉~ 놀랠 거는 읎고.. 지금은 시간이 마이 지나가 개안타. 그래도 순영이 보러 함 올래?"


몇 년 전 친한 친구 가족이 아찔한 교통사고를 당해서 온 가족이 병원에 입원했다.
뒷좌석에서 잠을 자던 아이들은 몸이 완전히 이완된 상태여서 차가 전복해도 다행히 찰과상 정도만 입었고 운전하던 친구 남편도 천운으로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문제는 조수석에 앉았던 내 친구.. 부상이 심해서 한 달 넘게 입원해 있으면서 수술도 몇 차례를 해야 했다.
그런 소식을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친구의 친정어머니께서 직접 전화를 하신 거다.

너무 놀란 나는 송사마와 다음 날 바로 병원으로 갔다.
순영이는 어깨가 부러지고 쇄골에 자상이 심했으나 한 달여의 입원 치료로 다행히 회복 중이었다. 바쁜 친구들에게 폐 끼치는 것 같아서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데 친구 어머니가 딸이 우울해하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신 것이었다.
순영이와 나는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 절친한 친구인데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내 무심함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우린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로 서로의 격조함을 합리화하고 살지만 결국엔 관심 부족 아닌가.

함께 문병 갔던 다른 친구와 우리 부부는 한참을 병실에 있으면서 싱거운 말로 친구를 웃게 하며 격조한 시간들을 웃음으로 채웠다. 순영이는 오랜만에 웃어서 어깨가 아프고 피곤하다며 우리를 쫓아냈다.
그리고 며칠 뒤에 퇴원했다.

얼마 후 다시 만났을 때 순영이는 엄마와 나눈 대화를 전해줬다.

내가 시집을 잘 갔음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아이고, 미리야(어른들은 곧잘 내 이름을 이리 부르신다) 시집 잘 갔대. 남편이 참 좋아 비네."
"엄마, 미리애가 어때서. 갸도 안 빠지지. 근데 미리애 남편이 오데가 좋더노?"
"보래이(손가락을 꼽으시며), 남자가 키 훤칠 하이 크제, 또.. 어이.. 키도 크고, (잠시 생각하시다가) 키 크다 아이가~"

같이 듣던 친구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호응의 손뼉을 엄청 쳐댔다. 왠지 송사마를 디스 하는 것 같은 칭찬이었지만 내 손뼉 소리가 가장 컸다. 순영이 어머니의 눈이 정확하시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리하야 나는 '키 크제, 키 크고, 키 크다 아이가..'와 사는.. 시집 잘 간 여자가 된 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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