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감 같은 쓸쓸함이 목구멍에 걸릴 땐 말이야
기분이 우울한 것도 울적한 것도 아닌데 그냥 좀 묘하게 쓸쓸했다. 마음에 늘 있지만 편해서 당연한 듯 미루어지는 순영이에게 충동적으로 전화를 했다.
순영이는 국민학교 입학식 날부터 친구였으니 거의 평생 동안 친구이다. 그녀와 나는 45년 동안 자매처럼 편하면서도 무심하게 지내왔다. 어쩌면 편한 무심함이 지금까지 서로를 놓지 않고 무사히 여기까지 데리고 왔을지도 모르겠다.
수개월 혹은 일 년에 한 번 전화해도 방금 전까지 얘기하다 잠시 화장실 다녀와서 다시 얘기를 이어가는 것처럼 서로를 대한다.
"응~"
신호가 가기 무섭게 "응~"이라 말해주는 친구가 있어 갑자기 그 묘하게 쓸쓸한 기분은 사라지고 행복이 온수처럼 흘렀다.
우리는 8살 여자아이처럼 쫑알쫑알 한 시간 넘게 통화를 했다.
전화를 끊을 때쯤 "야, 내 이사했디~우리집에서 바다 잘 보인다. 날 좋을 때 대마도도 보이는데 니 함 안 올래?"
무려 한 시간이나 얘기를 했으면서 이사 같은 중헌 사안이 중허지 않은 대홧거리가 되어 통화 끄트머리로 온 것이 웃겼다.
"야, 딱 기다리~ 내일 느거집 갈게. 크흐흐"

오늘 순영이네 거실에서 한참 웃고 왔다.
묘하게 쓸쓸하던 기분이 싹 쓸려 나갔다.
이물감스런 그것은 저 파란 바다에 잘 던져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