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훈련병 아들바라기 엄마 #자식으로부터 감정 독립하자구
사랑하는 훈이에게
훈아, 집에 가고 싶고 엄마가 보고 싶다는 너의 말에 감정이 훅 올라와서 잠시 말을 멈춰야 했어.
너랑 통화할 때 엄마는 호떡 포장마차에 있었거든.
점심을 안 먹고 나와서 출출하기도 하고, 주변에 딱히 먹을만한(혼자여서 더) 것도 없어서 눈에 제일 먼저 띈 호떡집으로 들어갔어.
너랑 통화하는 걸 다 들은 호떡 아줌마도 아들 군대 보냈을 때 몇 날 며칠을 울었다더라.
근데 엄마는 여느 엄마들만큼 많이 울지 않은 것 같아.
그냥 문득문득 네가 네 방에 없다는 것에 허전함이 휘몰아칠 때가 있어. 그럴 때 울컥해서 눈물이 그렁해지는 거지.
지금 이 센치한 일요일 오후에 일광 바다의 잔잔한 파도소리가 위안이 되네.
비릿한 바다 냄새도 가슴을 시원하게 만든다.
오늘 아침엔 유난히 장유 우리집이 그립더라.
장유가 그리울 땐 당장이라도 운전해서 가고 싶은데 그걸 막는 게 하나 있어.
부산으로 들어올 때 만덕터널 막히는 거.
교통체증의 스트레스가 그리움을 늘 이기는 거지.
해서 오늘도 장유대신 일광 바다에 온 거야.
또 혼자 왔다.
중년 아줌마가 분위기 잡는 것도, 잡고싶은 것도 아닌데 말이야.
아빠는 공부에 너무 매진하는 것 같고, 누나는 데이트 있다 하고..
너도 집에 있었다면 친구를 만나러 나갔겠지?
우린 어느새 이렇게 사는 거야.
교차로 혹은 로타리에 난 여러 갈래 길처럼.
그게 또 자연스러운 흐름이지.
다만 엄마 껌딱지 아빠가 너무 열심히 공부해서 엄마가 좀 아쉬운 면이 없잖아 있다.
훈아, 12명이 방을 같이 쓰는 건 좀 충격이야.
오늘은 초여름같이 따뜻한 날씨야.
사람들이 바다에 많이 나왔어.
작은 텐트들도 엄청 많아.
엄마도 캠핑의자에 앉아 바다 보며 너에게 편지 쓰고 있어.
이제 네 시네.
슬슬 챙기고 집에 가야겠다.
훈아, 잘 자.
오늘도 수고 많았다.
사랑하는 엄마가.
*아, 2022년은 시간이 빨리 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