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란 무엇인가, #당신에게 부부란?,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
금요일은 문&송 부부 회식의 날.
남편은 해물찜에 소주 일병을 하고 싶어 했지만, 문여사는 바람 부는 날엔 무조건 짬뽕이라며 남편을 이비가(짬뽕집)로 끌고 가서 자기는 정작 짜장면을 시켰다.
문여사는 참 웃기는 짬뽕이다.
남편은 안주로 탕수육을 추가 주문하고 술이 한 잔 들어가자 술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에 가지를 다 치고 말하자면 이렇다. 자기는 진정한 친구가 없네, 그래서 문여사 먼저 죽으면(?) 외로워서 죽을지도 모르네.. 그러니 너무 약에 의존하지 말고 운동해서 오래 살아달라.. 뭐 이런 시답잖은 이야기였다.
이거슨 분명 문여사가 자기보다 더 빨리 죽을 거라는 말과 같아서 기분 나빠지려는 찰나,
이비가 여사장님이 불쑥 오시더니 문여사에게 이런다.
"아이고, 마, 싸모님은 결혼 잘 하셨네. 요새 마누라한테 이렇게 싹싹하게 말 많이 하는 남자가 어딨쓰요.
부부끼리 오면 이래 말 많이 안 한다.
부부가 참 보기 좋네. 뭐 더 필요한 거 없쓰요? 백김치 좀 더 갖다주까? "
남편과 문여사가 어리둥절해 할 겨를도 없이 가다가 다시 돌아와 하는 말..
"그란데 내가 실수한 거 아이요? 부부 맞소?"
사장님요.. 부부 맞소..ㅎㅎ
이런 의심이 어디 처음인가.
부부란 무엇인가..
오래 살아 달라는 부탁도 있고 해서 태어나 처음 새벽 산책을 나간 문여사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먼저 지쳐 센 넘에게 잡아 먹히는 것이지..' 라며 머릿속에 말풍선을 그린다.
배 고파 손이 벌벌 떨리지만 어쩌겠는가.. 나왔으니 한 바쿠는 하고 가야지.
‘저 아줌마들은 어디서 저런 얼굴 가리개를 구했을까..’
선바이저로 눈 가리고, 얼굴 가리개로 코 입 감추고 산책하는 나라에 살아서 유감이다.
새벽의 맑은 공기를 흡입하고 걸으면 보약이 필요 없다는 것은 옛말이 되어 버린 2017년.
그래도 봄꽃들은 다투어 제 이쁨을 뽐낸다.
잘 조성된 산책길의 끝에는 아직 개발 안 된 옛 장유 마을이 있긴 한데 집이 몇 채 남아 있지 않다.
그늘이 넓은 동구나무를 보니 오랜 지기를 만난 반가움이 들지만 골목에서 나오시는 할머니 두 분을 보곤 또 서럽다.
동네 주민들에게 그늘을 내어 주며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던 동구나무엔 평상도 없고, 울타리도 없다.
집을 나서면 인도도 없는 도로는 동네의 이야기들 마저 다 쓸고 가버렸다.
큰 그늘 나무 밑에는 누군가 주워다 놓은 시멘트 벽돌만이 할머니들 앉으시라고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주말에 일찍 일어나 걷기를 하니 오후에 시간이 너무 남아 탈이다.
김탁환 님의 책 ‘엄마의 골목’에 김 작가의 엄마가 이런 말씀을 하시는 대목이 있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
오수를 즐기려 눈을 감으니 그 문장이 괴롭혀 누워 있을 수가 없다.
문여사의 남편도 이렇게 좋은 날씨도 드물다며 걷기를 조른다.
그래, 많이 걸어서 오래오래 같이 살자.
아침에 걷던 길을 오후에 또 걸으려니 지겹다.
“자기야, 매트릭스 장면처럼 날 테니 사진 좀 잘 찍어봐봐봐봐.”
무거운 육신을 튕겨 올렸다 착지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0.5초.. 아니 어쩜 0.3초..
문여사의 착지가 이리 빠를 줄이야. 과연 뛰기는 뛰었을까 의문이다.
“여보~ 인간적으로 좀 뛰어야 내가 찍을 수 있지. 더 뛰어봐~"
”숨 차서 몬뛰겠다. 자기가 기술적으로 잘 찍어야지! 매트릭스는 트릭스야, 트릭스! “
남편을 구박하니 결과물에 뛰어오르는 느낌이 나기는 한다.
둘이서 잘 노는 싱거운 쉰부부의 일요일 오후가 아쉽게 흘러간다.
문여사에게 부부란 무엇인가.. 늙어서도 둘이 잘 노는 길동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