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orrow is too far away.
Tomorrow is too far away. vs. Tomorrow is a day away.
2014년 겨울, 가족과 함께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갔다.
우리는 Plantation Bay라는, 세부에서 꽤 깊숙이 위치한 리조트에서 지냈다. 리조트 음식이 지겨울 땐 택시를 타고 20분쯤 시내로 나가야 했다.
어느 저녁, 우리는 시내에 있는 'Golden Mango Grill'이라는 꽤 유명한 레스토랑을 찾아 나섰다.
맛있게 저녁식사를 한 후 택시 대신 지역 주민들이 모는 뚝뚝이를 타고 리조트로 돌아 가려고 했으나 한 덩치, 한 기럭지 하는 우리 가족들이 다 타기는 무리였다. 할 수 없이 뚝뚝이에서 내려 '세이브 몰' 근처에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내게 다가와선 황당하게 "언니~" 라 부르며 불쑥 목걸이를 내밀었다.
"언니, 언니 이뿌다. 이거 사아~. 이거 내가 만들었어."
여자아이를 뒤따라 온 꼬마녀석도 수미 옆에 바짝 다가선다.
"누나, 누나 이뿌다. 이거 사아~. "
아이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건 조악한 목걸이, 팔찌와 띵까띵까 장난감 기타였다.
목걸이, 팔찌야 그렇다 치고 띵까띵까 기타는 뭐냐..
세이브 몰에서 망고라도 살까 하고 들어가는 찰나 아이들에게 잡힌 것이다.
" We are going to buy some things in the save mall, so see you later soon~."
아이들 친구들에게 줄 말린 망고 몇 봉지와 아이스크림을 산 후 세이브몰을 나오니 택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둘러 타려고 하는데 뒤에서 "언니, 언니, 언니~"라 다급히 부르며 아까 그 여자아이가 달려왔다.
"언니, 언니가 이따가 보자라고 했쟈나. 나 기다렸써어."
엄마뻘 보다 훨씬 더 나이 많은 이 언니야가 그냥 한 말이었는데.. 진짜 기다리고 있었다.
가만..응? 얘가 한국말을 왜 이렇게 잘 하지?
" 어머, 너 한국말 참 잘 하는구나. 근데 우리 지금 바빠. 저 택시 타고 가야해. 우리 내일 만날 수 있어. 내일 또 여기 올거야."
라고 건성으로 답하며 택시에 탔다.
어차피 밥 먹으러 그 다음 날 다시 올 수도 있었지만 또 만날 수 있다는 내 말에 진심이 묻어 있진 않았다.
그리고 택시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그 아이의 한마디가 내 마음에 꽂혔다.
그것도 아주 아프게.
"Tomorrow is too far away! 내일은 안 와아!"
이 아이는 내게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 했다.
한국말을 신기할 정도로 무척 잘 하는 아이였다.
그 아이가 한 말 '내일'은 어쩌면 나같은 사람이 던지는 헛된 약속이고 희망이었을 것이다.
그 아이의 사전 속에 '내일'이란 단어는 아예 없을지도 모르겠다.
순간 아이의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달러가 없는데 한국돈도 받니?"라고 하니
"천 원도 괜찮아아~."라고 했다. 마침 천 원이 있었고 급한대로 택시 안에서 목걸이를 샀다.
택시 안에서 가족에게 그 아이와 나눈 말을 하니 수미가 "엄마, 근데 아까 장난감 기타 팔던 남자아이가 나한테 누나 이쁘다며 이 팔찌 그냥 줬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비록 한국 관광객들을 따라 다니며 호객행위를 질릴 정도로 하는 아이들이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흐려 놓은 것은 바로 몇 푼 안되는 돈 자랑하며 우쭐해하는 한국관광객들일 지도 모른다.
지난 해 수업 중 5학년 학생들에게 뮤지컬 Annie의 주제곡 "Tomorrow" 를 가르쳤다.
그 클라이맥스에선 고아 애니가 이렇게 노래한다.
"Tomorrow, tomorrow, I love ya, tomorrow, it's a day away!"
Tomorrow is a day away.
내일은 그저 하루만 더 지나면 되는 것.
세부 세이브 몰 근처의 물감 묻어나는 조악한 목걸이와 팔찌, 띵까띵까 기타 파는 아이들에게도 그저 하루만 지나면 오는 것이 바로 내일 , Tomorrow이길 간절히 바란다.
그 아이가 말했던 Tomorrow is too far away 가 아니라 Tomorrow is a day away 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