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길에서 줍다- 헬싱키에서

Don't leave your luggage alone!

by 달의 노래
Don't leave your luggage alone!

헬싱키에서 6일, 스톡홀름에서 3일, 탈린에서 4일의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헬싱키 공항을 다시 찾았다. 헬싱키 여행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작나무 숲을 걸을 수 있는 국립공원 트래킹을 일정상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해서 왠지 머지않은 날 다시 올 것 같다. 좋은 핑곗거리 하나 생겼다.


헬싱키 반타 국제공항은 가히 유럽 도시 간 이동의 허브라고 할 수 있다.

유럽 어느 도시를 간다고 해도 헬싱키를 경유하는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핀에어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자.

항공료도 저렴하고, 기내도 쾌적하며 서비스도 충분하다.


체크인 데스크에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앞의 일본인 부부의 체크인 시간이 꽤 길었다.

외국 공항 직원들은 우리나라 공항 직원들처럼 손이 빠르지 않아서 일 처리가 다소 느리다.

차라리 셀프 체크인을 하자고 친구들에게 얘기를 했더니 그러자고 한다.

국제공항에서의 셀프 체크인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만약 긴 줄에서 기다려야 한다면 셀프 체크인을 하고 짐 표(luggage tag)까지 스스로 하는 편이 낫다.

luggage tagging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친구 S가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안내 데스크의 여자 직원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 여성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이런다..


Anybody who can speak English here?


이번 여행 동무들은 다 영어 선생님들인데 S를 옆에 세워두고 나와 친구들을 보며 영어 하는 사람 없냐며 성질 비슷한 걸 내고 있다니. 이런 C..


"We all Do speak English though, what's the problem?"

(우리 다 영어 한다. 왜 그러냐?)

" She left her luggage and disappered, she can be a unabomber."

(저 여자가 가방만 놔두고 사라졌어. 폭탄 테러범 아니냐?)


뭐라카노.. 바머(bomber)가 왜 나오노..

몹시 어리둥절하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What are you trying to say? I don't understand this situation."

라고 하니 이 건장한 여성이 더 언성을 높여서 영어 할 줄 아는 사람 없냐며 나의 승질을 건드린다.

" I said we all speak English like you. What I'm asking is you gotto explain this situation in detail so that I could understand, all right?"

(야, 우리도 너처럼 영어 하거든. 근데 이 상황을 내가 알아듣도록 제대로 설명해달라는 거잖아!)


나도 짜증을 내며 언성을 높이니 그제야 제대로 된 상황을 설명한다.


Your friend was here just before and then she left her luggage alone, all right?

I thought she is a unabomber so I called the police, Okay?

(니 친구가 좀 전에 여기 있다가 짐가방만 놔두고 가버렸어. 폭탄 테러범이라 생각돼서 경찰 불렀다. 됐냐?)


오 마이 갓은 이럴 때 딱이다.

Oh, my god!!!


그래서 S가 어쩔 줄 몰라하며 저 여자 앞에 죄인처럼 있었던 건가. 친구는 영혼이 반쯤 나가 있는 얼굴이다.

나는 급히 꼬리를 내리며 비굴하게 미소를 뗬다.


We didn’t know that we should not leave the luggage alone, ‘cause we moved only 10 meters away to process the self luggage tagging.

My friend is not a bomber, absolutely not.

(우리는 가방을 혼자 놔두면 안 되는 거 몰랐어요. 셀프 짐 표 하러 겨우 10미터 움직였는걸요. 내 친구 폭탄 테러범 아입니더..어데예~)


최대한 공손한 말투와 표정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니 그녀도 한숨을 쉬며 공항경찰한테 전화를 한다.

There was a mistake, no need to come.


그리곤 다시 한번 주의를 준다.


In the airport, you never leave your luggage alone, all right?


솔직히 나와 다른 친구들은 캐리어를 계속 갖고 다녔다. 어쩌다 S가 캐리어를 잠시 놔두고 움직였는지는 그녀도 몰랐다. 그저 몇 발자국만 움직이면 셀프 태킹대가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가방을 두고 움직였던 것 같다.

이 수모에 자존심 다치고 속상한 친구한테 따져 묻기도 조심스러웠다.

헬싱키 공항 폭탄 테러범으로 몰려 공항경찰에게 잡혀 갔을 수도 있는 상황을 상상해서인지 아님 이런 상황을 만든 자기의 실수가 부끄러워서인지 S는 그 후로 말이 없었다..


기억하시길.. Don't leave your luggage al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