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Non-HSP 인간: "사람 좀 많네. 그래도 괜찮네"
HSP 인간: "조명, 음악, 사람 목소리, 커피와 술 냄새, 문 여닫는 소리.. 모든 것이 동사애 밀려와서 두통이 날 것 같아"
HSP 인간과 non-HSP 인간은 시작점부터 받아들이는 정보량과 자극 강도가 달라서, non-HSP의 경험을 자신의 감각으로는 재현하기 어렵다고 한다. 나는 사람 많고 시끄러운 식당에 들어가면 정신이 아득해지고 최대한 빨리 자리를 벗어난다.
애런은 HSP 특성을 네 가지로 요약해 DOES라는 약어로 설명한다.
Depth of processing: 경험을 훨신 깊게 오래 곱씹음
Overstimulation: 자극 과부화에 쉽게 압도됨
Emotional reactivity/ Empathy: 감정 반응과 공감이 강함
Sensitivity to subtleties; 다른 사람은 못느끼는 미묘한 신호를 포착
문제는, 인간은 통상 자기 처리 방식이 ‘보통’이라고 가정한다는 점이다.
HSP 입장: “나는 이 정도 한 마디에도 이렇게 상처받는데, 저 사람은 저런 말을 하고도 멀쩡하다니…
따라서 저 사람은 ‘무감각’하거나 ‘비정상’이다.”
Non‑HSP 입장: “나는 이런 말은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저 사람은 왜 이렇게 지나치게 반응하지?
따라서 저 사람은 ‘예민하고 과장된’ 사람이다.”
서로 모두 자기 기준으로 상대를 해석하기 때문에, HSP가 non‑HSP를 “이해 못한다”. 즉 non-HSP 인간은 공감력이 높아도 ‘감각 민감성이 낮은 사람의 세계’를 그대로 체험하듯 상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세상과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빛·풍경이 주는 압도적 감동을 어떻게든 남에게 전하고 싶다는 열망을 반복적으로 표현한다.
한 편지에서 그는 테오에게
“어느 정도까지 너는 내게 낯선 사람이 되었고, 나 역시 너에게 낯선 사람이 되었다”는 식의 표현으로,
가장 가까운 가족 사이에서도 이해의 단절을 토로한다.
또 다른 편지들에서는, 하늘의 색, 밀밭의 움직임, 별빛의 소용돌이를 거의 감각 폭풍 수준으로 묘사한다.
고흐의 회화는,
“나는 이렇게까지 보고 느끼는데, 당신들은 이 강도를 느끼는가?”
라는 질문 자체로 읽힐 수 있다.
HSP가 자신의 감각 세계를 시각적으로 번역하려 한 극단적 사례라 할 수 있을게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백치'에서
도덕적으로 극도로 민감하고, 타인의 고통을 자기 일처럼 받아들이는 인물을 만들고 싶다고 했고,
그 결과가 바로 미시킨 공작이다.
미시킨은 사회 규범에 대해 지나치게 솔직하고, 공감적이며 비판을 잘 못한다.
그는 타인의 수치·고통·부끄러움에 과도하게 동조하여,
때로는 스스로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상대를 감싸려고 한다.
그러나 주변 인물들은 그의 이런 감수성과 행동을
“세상 물정 모르는 idiot”로 규정하고,
그의 내적 논리와 고통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여기서 도스토예프스키는,
“감수성이 높은 존재가 둔감한 사회 속에서 어떻게 오해되고 파괴되는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지금의 언어로 보면, HSP적인 기질을 가진 인물이 non‑HSP적 환경에서 어떻게 ‘이상한 사람’이 되는지를 서사화한 셈이다.
오늘 20년 지난 카페트를 바꾸었다. 카페트 사장은 우리집에 와서 가장 먼저 오디오에 대해 언급했다. 알텍 1520T와 실바톤, 발렌시아가 함께 구성된 세트를 보는 것은 처음이라 했다. 카페트를 제자리에 앉혀 놓은 후 그는 청음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당연히 가능하지.. 우리집에 방문하는 이들중 나의 오디오 시스템을 묻고 청음 기회를 달라는 이들은 소수이다. 나는 기꺼이 리히터의 리스트를 들려 주었다. 퍼모먼스 현장에 있는 듯, 오케스트리의 전 음역대를 생생히 살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HSP 인간인 카펫 사장은 10분 넘게 한자리에 서서 감상했다. 그리고 그의 맥킨토시와 탄노이 세트에 비교하며 감상을 서술했다. 이어서 그는 왜 다른 사랍들(non-HSP)은 이해를 못하는지에 대해 한참 하소연 했다.
그렇다. HSP 인간이 느끼는 바를 non-HSP가 함께 느끼기느 어렵다. 그러나 툴툴댈 일은 아니고(카펫 사장은 나보다 10년 이상 젊어 보였다), 다름을 인정하면 그만인 것을.. 젊은 시절에는 어려울 수 있다.
나름대로 설명을 열심히 했으나, 그가 제대로 알아 들었는지는 미지수이다.
#HSP #예민함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