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P 인간으로 살아남기 6

귀차니즘의 말로

by Sheisthelady

어제 DeepTMS 치료의 두번째 사이클(50회)이 끝난 후 뇌파 검사를 했다. 의사 상담은 다음주이기에 간호사께 슬쩍 스포일러를 흘려 달라했다.


"놀랍게도 치료 시작 전과 별 차이가 없어요. 저도 당황했어요.."


이런, 결국 HSP 인간의 귀차니즘으로 인한 확증편향의 결말은 치료효과 없음(물론 fMRI로 추가 확인을 해야 하지만)이구나!


전말은 이렇다.


뇌경색 후 재활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 주치의는 rTMS를 매일 받아라고 했다. 한시간 차타는 것이 싫어서 강남에서 미팅 잡히면 아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가지 않는 섬사람에게(집도 회사도 섬에 있음), 한시간 거리의 대학병원을 매일 가야 하는 번거로움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왕복 두시간과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대학병원에서 언제일지 모르게 기다렸다가(대기 시간은 통상 점차 늘어나고 모든 감각은 길을 잃는다), 잠시 치료 받고 돌아오기를 반복한다는 것은 HSP 인간에게 인페르노이다.


그러나.. 나는 잔머리의 귀재(옆지기 주장이지만 맞는 말인 것 같음)이다. 다른 대학병원 교수인 친구가 "집 근처에 TMS 치료를 하는 곳이 있을테니 찾아봐. 와이프가 이 분야 전문가인데 TMS는 실제 효과가 좋대.. 꼭 해라잉~"이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옳지" 싶었다. 천만 다행히도 도로 하나 건너면 있는 건물에 TMS가 있었다. 그러나 rTMS가 아닌 DeepTMS였다. 아울러 신경과나 재활의학과가 아닌 신경정신과였다. 그러나 과가 무슨 상관이람? 의사는 말했다.


"DeepTMS는 rTMS 대비 뇌 깊숙히 자극이 전달되기 때문에 뇌 기능 재활은 물론 아마도 위축된 해마 용량이 늘어날 수 있으니 꾸준히 해 봅시다."


나는 대체로 성실한 편이다. 열심히 여러 채널을 통해 검색한 결과는 집 앞 신경정신과 선생님의 주장과 달리, DeepTMS는 우울과 중독 등에 효과가 있다고 했고, 재활 치료에 적합한지 여부는 아직은 연구 결과가 불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FDA와 유럽의 EMA에서 승인을 받았다고 하고, 의사 선생님도 내가 미처 찾지 못한 여러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였기에 일단 믿고 시작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바보이거나, 귀차니즘이 만들어낸 확증 편향으로 비보험 치료에 통장을 털게한 매우 불운한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문득 궁금졌다.

"HSP 인간은 확증편향이 non-HSP보다 강한가?"


HSP의 4대 핵심 요소(D.O.E.S)를 고려하면 HSP는 확증 편향에 취약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정보처리를 나름 깊게 한다고 스스로 믿고(D), 민감하며(O), 정서적으로 반응하고(E), 특히 미세자극에 대해 민감한(S). 즉 대학병원 주치의의 권고를 따르는 척 하면서, 친구의 조언을 빌미 삼아 가까운 곳에서 답(이라 생각하는)을 찾아 움직이는 것. 귀차니즘의 말로이다. 그동안 시간과 통장을 어떻게 썼단 말인가?


내 직업은 확증편향이 심해서는 안되는 직업이다. 그리고 직무 수행에 있어서 나는 객관적 판단을 하고 적어도 무능하지는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정 기반의 사고와 편향적 판단을 하는 귀차니즘의 종말을 맞게된 것이다.


확증편향은 스트레스 상황, 과자극 환경, 갈등, 불안 상황에서 더 강해질 수 있고, HSP 인간들은 더더욱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물론 상황이나 정서적 상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HSP 인간들은 확증 편향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특히 귀차니즘으로 인한 확증 편향 - 여기서 귀차니즘이라 함은 예민한 HSP 인간들이 싫어하는 환경을 회피하기 위하여 객관적 근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경우이다.


바로 나의 케이스처럼 ..


#확증편향 #심리 #결함 #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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