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간을 포장해드립니다.
누구나 한 명쯤은 존경하는 인물이 있을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각 분야에서 업적을 만들어냈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인격, 사상, 행위 등이 공경의 대상이 되는 사람. 사람들은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보고 배우며 닮고 싶은 모습을 자신의 삶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나의 어머니다. 불화가 없거나 우울한 가정환경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자식들은 부모님을 존경하지 않나 싶었는데 주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가 유별난건가?' 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엄마에 대한 마음은 더 애틋해지고 더 훌륭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져 골프, 독서 같은 취미생활은 물론 말투, 사고방식 등 엄마의 표현방식까지 사랑하면 닮아간다는 게 이런 것이라는 걸 실천해가는 요즘이다. 어릴 때 싫어했던 것도 지금은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묵묵히 따라가고 있다.
독서모임을 하는 엄마는 종종 읽고 있는 책을 나에게 알려준다. 이번에도 평소처럼 관심을 보였고 '이어령, 80년 생각'이라는 책을 소개받았다. 어릴 때 '디지로그'라는 책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아 그 이후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라는 책도 읽고 이어령에 대해 많이 찾아봤었기에 주인공에 대해서는 익숙했다. 제목 소개 뒤에 펼쳐진 내용의 전개는 필라멘트를 통해 전구에 빛이 들어온 것처럼 내 머릿속에도 '이거다'라는 밝은 빛이 쨍하고 켜지게 했다.
이어령의 마지막 제자가 이어령의 자서전을 인터뷰 형식을 통해 작성한 책인데, 이걸 읽어보고 나도 엄마가 살아온 인생을 직접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떻게 인터뷰를 했을까, 자서전은 어떤 식으로 정리를 해 나가는 것일까 등 궁금한 점이 많았다. 내가 써 나갈 부분을 참고하면서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한 장씩 넘겨나갔다. 인터뷰와 책 전개 방식을 배우면서도 이어령이 이루어낸 업적의 비하인드 스토리, 역사적 사건들을 추진하게 된 배경, 남들과 다른 사고를 하게 된 이유 등 스토리 자체에 빠져 이어령이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책을 읽었다.
책을 덮으며 이어령이라는 사람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재적인 생각과 실현시키는 능력, 과시하지 않는 겸손함, 그리고 이 모든 결과물과 만들어진 과정이 대단한 것을 알기에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정성껏 준비해 세상에 알리는 제자의 진심 어린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어령은 월인천강, 김민희는 청출어람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올랐다.
얼마 전 브런치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소재로 작가가 시리즈처럼 글을 올린 것을 보았다. 정말 우연히 본 글 하나를 통해 나머지 글도 같이 읽게 되었는데 보는 내내 눈물이 글썽였다. 안타까운 마음속에 나는 엄마와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현재의 상황에 감사하며 함께 시간을 더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의 날들을 함께하며 그동안 엄마가 살아온 시간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선물로 주고 싶어 졌다.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가, 나, 다부터 알려주신 부모님. 배운 글자들에 정성과 사랑을 담아 돌려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