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는 아는 맛

소화시킬 능력만 된다면

by Pia

직장생활 12년 차가 되었다. 어린 나이, 낮은 연차에서는 뭐라도 배우려는 자세였는지 항상 씩씩하게 인사하고 다니며 조직의 일원이 되어가려고 부단히 애썼던 시절이 있었다. 풋풋한 새내기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본다. 현재의 나는 누가 보면 세상 통달한 사람처럼 보인다.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예전에는 힘들어도 다시 잘해보자가 되었는데, 지금은 될 대로 되겠지뿐이다. 사회생활에 많이 질린 탓이리라.


그래도 평생을 무기력하게 살 순 없으니,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한 지. 여러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답을 찾는 고민은 긴 시간 이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한 안예진 작가님의 '독서의 기록'은 집착적이었던 무작위 도서대출을 비로소 멈추게 해 주었다. 작가님의 인생고민을 보며 많은 위로를 받았고, 긴 시간 끝에 다시 브런치로 돌아오게 되었다. 익명의 무자비한 댓글처럼 글을 아무렇게나 써 올릴 수 없다는 핑계로 숨어 지내던 나에게 브런치의 알림메시지도 도움이 되었다.


나에게 글은 쉽게 쓰이는 분야가 아니다. 글 쓰는 분들 대부분이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고치는 작업의 반복은 일정 부분 수련의 효과가 있다 보니 과정의 어려움을 겪어내는 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독서는 지식이 많은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라고 말했다. 공감한다. 결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했을 때 가장 도움 되었던 건 글쓰기였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정리가 깔끔했다.


하고 싶었던 일들이 잘 되지 않더라도, 그 또한 이유가 있겠거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끄적임과 함께. 소위 인생은 롤러코스터 같다고 하니 경험하는 많은 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나가다 보면 또 어떤 결과가 나오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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