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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Jan 30. 2021

내 이야기

그 시절 소녀는...


하얗고 둥근 얼굴에 포동한 몸매를 가진 순한 모습의 여자 아이가 있었어요.

나이는 11살.

십대에 접어들었다고 수줍음은 점점 많아졌지요.


출산휴가를 가셨던 담임 선생님이 다시 돌아오시는 날이었어요.

어디선가  외침이 들렸어요.

"저기 선생님 오신데이. 샘님한테 가보자~~~~"

"우와~~샘요~~~~"

하며 갑자기 아이들이 달려가기 시작했어요.

수줍은 소녀는 잠시 생각했지요.

같이 달려가야하나?

난 그런거 잘 못하는데...

왠지 부끄럽고든..

설마 모두 뛰어나가는건 아니겠지?

소녀는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몇명쯤은 걸어가는 친구가 있을거라 생각하기도 했을거예요.

근데..아뿔싸!!!

40 명도 넘던 반 친구들은 모두 저만치 뛰어가고 걸어가고 있는 이는 소녀 혼자지 뭐예요.


내리막길을 휘달려 내려친구들은 이미 선생님을 만났어요.

선생님 손을 잡기도 하고, 우렁차게 인사도 하고, 선생님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모두 저마다의 모습으로 선생님을 환영하고 있었지요.

선생님도 얼굴 가득 웃음을 고 친구들을 맞이해주었어요.


100 미터 쯤 되는 길의 중간쯤에 외로이 걸어가고 있는 그 수줍은 소녀는 어째야할까 고민이 일었어요.

계속 걸어가야 하나?

뒤돌아 그냥 교실로 갈까?

아니면 이제라도 뛰어가야 하나?

뭣도 할수 없었어요.

모두 자기를 보고있는거 같았거든요.

때마침 1학년에 다니고 있던 동생이 소녀를 쫓아와 바지가랭이를 잡고 있었어요.

'언니야 가는데 나도 간데이~~'하는 표정을 짓고서.

동생 손을 잡고 그냥 걸어갔어요.

나는 원래 점잖은 애라서 방정맞게 뛰는건 안한다는 듯이.


마침내 선생님께 닿았지만 선생님께 제대로 인사도 못드렸지요.

수줍은 성격에 "안녕하세요!" 인사인들 큰소리로 할수 있었겠어요.

그저 눈이라도 마주치면 여윽시나 수줍게 웃으며, 입을 (소심하게)벙긋거리며 인사했겠지만 선생님은 뒤늦게 도착한 소녀에게 줄 관심 같은건 없었지요.

이미 여왕님처럼 환영인파에 둘러싸인 후였으니까요.

슬몃 눈길을 주긴 했던거 같기도 해요.

'쟤도 참 별나네. 지가 뭐라도 된다고 혼자 걸어온다냐?'

이런 뜻의?


동생 손을 잡고 교실로 돌아오며 수줍은 소녀는 생각했지요.

'오늘 내 모습을 아무도 기억 못해라. 혼자 쭈뼛쭈뼛 걸어가던 우스꽝스런 내 모습, 친구들 머리속에서 다 지워져버려라'

그런데 정작 소녀의 기억속에선 지워지지않고

빛바랜 흑역사로 고이 남아있네요.


그렇습니다.

그 소녀는 바로 저.

소심, 수줍의 끝판왕을 달리던 저 입니다.


교훈 하나 새롭게 새깁니다.

그냥 부끄러우면 중간만 하자.

망설이다 오히려 더 눈에 띌라.


오십이 넘어  목소리는 꽤 커졌지만

 아직도 긴장되는 순간엔  매에에에~~~염소 소리가 튀어나오고 얼굴이 사정없이 붉어지는...

남편 말에 의하면,

집구석에서만 큰소리치는

수줍은 아줌마의 과거 고백이었습니다.


어휴...50년이 지나도 타고난 성격은 바꾸기 어렵고만요...ㅎㅎ

수줍은 소녀는 과연 누구?

쉽다 쉬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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