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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Feb 06. 2021

쉰이 되어보니

나의 짧은 히스토리 21

도봉산역 근처.

도봉산 아래에는 아파트가 많지 않다.

바람도 쐴겸해서 도봉산 아래로 갔다.

아파트 주변을 둘러보며 교통과 동네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경비아저씨가 나와서 무슨 일이냐 물어보기도 하셨다.

수상해 보였나?

이러구 저러구 알아보아도 가격도 그렇고 마뜩치 않았다.


사실 나는 도봉산역 근처 아파트가 아니라

도봉역 근처 주택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도봉역에서 내리면 역시나 주위가 다 아파트다.

그런데 사거리를 중심으로 네 파트로 나누었을 때 딱 한 곳은 주택가였다.

뒤쪽으로 얕은 산이 있고

고만고만한 연립 내지 다세대 주택들이 있는 동네를 지나쳐 안으로 안으로 더 들어가다보면 무수골이라는 계곡이 나오는, 엥?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고? 싶을 만큼 소박하고 개발 덜 된 듯한 마을이었다.

난 그 동네가 좋았다.

사람이 어떻게 된게 재테크로도 크게 소용이 되는, 깔끔하고 뽀대나기까지 하는 아파트에 눈 안돌리고 맨 시골스러운 분위기만 좋아하니 발전이 없지... 라고 나도 느끼지만... 끌리는걸 어떡해!!


산 밑 소담한 집에, 좁아도 상관 없으니 내부는 그야말로 빈티지, 프로방스 풍으로 꾸며놓고 커피향 흩뿌리며 소박하나 따뜻하게  살고싶은게 내 작은 소망인걸 뭐... 어떡하라고..

이렇게 생겨먹은 걸..


*예를 들어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에서

모던한 LA의 아만다네 집 같은 곳이 아니라

LA의 아만다 집(사진ㅡ포털 다음 에서 로맨틱홀리데이 포토에서 가져 옴)


영국 아이리스네(우왕~~나랑 이름이 같아.

운명이야~~ㅎㅎ) 조그만 오두막이 훨씬 좋은~

영국 런던 근교 아이리스네 로즈힐 코티지.

(사진 ㅡ 다음포털에서)


내부는 요정도로 꾸미고

(사진 ㅡ다음 포털 프로방스 집꾸미기 사진 자료 중)


시간 날 땐 사부작사부작 무수골로 산책 가며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남편은 늘 하던대로,

같은 일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자본이 덜 드는 재택 공부방을 그 당시에도 계획하고 있었고,

그럴러면 세대수가 많은 아파트로 이사가야했.

하여 이런 나의 소망은 그저 마음속에만 간직해야할, 이루기 힘든 허황된 꿈 같은 거였다.


아...이렇게나 소박한데...

이렇게나 욕심 없는 꿈이었는데..

왜 난 그때 세게 밀고 나가지 못했을까?

아이들 가르치는건 당신 꿈이고 난 그렇게 살고싶지 않아~~라고 왜 그때 말하지 못했을까?


가정 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겠다고 뒤늦게 사이버로 딴 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느라  초등학생, 유치원생 두 딸과도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방치한 듯 한 삶을 살던 생활을 그만 청산하고 싶기도 했는데...

그런 얘기는 현실 앞에선 사치 같았다.

(그렇다고 뭐 대단히 돈을 많이 번 것도 아닌데...이것도 시간이 지나보니 너무나 후회되는 일 중 하나다..ㅠ)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으니 당신은 영어를 가르치며 같이 일하면 되겠다...라던 남편 말을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지 않고

나는 그런 삶 살고싶지 않다고 강하게 얘기할 순 없었을까?


암튼..

지금보다 십년은 더 젊었던 나는 남편 계획에 따르기로 하고,

아파트로의 이사를 위해 서울은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그러고는  도봉구 바로 옆 경기도로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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