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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Feb 12. 2021

내 이야기

어머니, 이러시면 저의 수고가 헛수고가 되버려요..ㅠ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명절이야기.


지난 추석만 해도 코로나 상황이긴 했지만 집합 금지가 아니었기에 시어머니께 못간단 말씀도 못드리고 어영부영 시댁으로 향했었다.

맘속으론

 '어머니~~ 코로나 때문에 모이면 위험해요~각자 집에서 해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으나 나는야 소심 며느리.

더구나

친정 엄마 없는 본인 손녀(나의 시 조카딸) 손에, 역시나 시어머니 안계신 시댁으로 전을 싸보내야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어머니께서,

"그래도 00이 전 싸줄려면 모여서 전이라도 부쳐야지~" 하셔서 더 어쩔수 없었다.

대신 남편 옆구리 찔러

"어머니... 올핸 코로나도 있고 하니 잠은 안자고 오늘 밤에 갈게요"

라고 말씀드리고는 아쉬워하시는 어머니의 얼굴을 뒤로 하고 과감히 시가를 나섰었다.


그랬던 것이 이번 설은 5인 이상 집합 금지.

아싸!!!

시가는 두 분 부모님 말고도 시아주버니가 더 계시니 3인. 거기에 우리 부부만 간데도 이미 5인.

"여보..이번엔 나라에서 모이지 말라는데..진짜 안되겠지?나까지 가면 다섯명이니 당신만 갔다와라.

대신 내가 전 다부쳐서 보낼게. 어때?"

"그러지 뭐"

"그럼 당신이 어머니께 전화드려.

어휴.. 난  못해...;;;

어머님이, 야아아....!!(뒤끝을 살짝 내리며 뭔가 지적할 때 나오는 어머니의 특유의 톤이 있다) 그래도, 응? 거리가 먼것도 아니고..어떻게 안온다고 할수 있니?...라고  하시면 난 또 쫄아서 어버버..하다가 제대로 말씀 못드리니 꼭 당신이 전화드려~~것도 어머님이 수긍하시도록 아~~주 설득력있게~~~~응?"

"알았어~"


그랬는데...남편은 어머니께 전화를 안드리고 시간만 흘러...결국은 명절 전 월요일이 되었다.

못해도 그 날쯤은 전화를 드려야 어머님이 장을 안보실텐데...


결국은 내가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이번에 나라에서 5인 이상 모이지 말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이번엔 어머님댁에 못갈거 같은데..

저희 하는 일도 그렇고...많이 조심해야 되잖아요.

아범(내 남편)이 더구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저보고는 교회도 가지 말고 그냥 온라인으로 예배드리라고 해서 저는 (굉장히 가고싶으나 어쩔수 없이 못간다는 듯이) 그냥 집에서 예배 드리잖아요~

그래서 말씀인데요, 제가 전 부쳐서 아범보고 가져다 드리라고 할게요. 00이네 시댁 가져갈거 까지 모두요. 그리고 떡국 끓여드실 사골곰탕 국물이랑 어머니 좋아하시는 대구탕 끓여드실 재료랑도 해서 보내드릴게요.

어머니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계세요~~~"

(두근두근두근...과연...)


"그럴래?

니가 그래주면 고맙지만..힘들지 않겠냐?

그리고 아범 혼자 온다고?" - (앗..공격이신가?)

"아..저까지 가면 다섯명이니깐요.. 뭐 아님 저도 같이 가도 되구요(한 발 물러서기)..."

"그래..뭐 그건 니들이 알아서 하고..

알았다. 그렇게 알고 있으마"


후아...

두근두근 하던 미션을 의외로 쉽게 끝내고

나는 그날부터 장을 보며 명절을 준비했다.


드디어 연휴가 시작되는 목요일 아침.

평소같은면 깨어있지도 않은 아침 8 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나름 혼자 전부치는 것에 부담감이 있었는지 -혼자 하기는 결혼 후 처음), 꿈에서도 전 부치기를 열심히 하다 깨어나 홀로 명절 전부치기에 도전했다.


그리하여 거의 다섯시간만에 결과물을 만들었으니...

전투 준비!!


완성작!!!


사돈댁에 보낼거라 나름 얼마나 공을 들였던지..

허리는 끊어질거 같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부인이야 시댁 가져갈 전을 부치든지 말던지 늘어지게 자던 남편 일어나자마자

"늦기 전에 얼른 배달하시오.

아, 참고로 나는 피곤해서 못가요~~"

하고는 남편을 떠나보냈다.


이후 어머니와의 통화.

"야(야아아!!!...아님)~~너 너무 고생했겠다.

어쩜 이렇게 잘 해서 보냈니?

반찬이랑 싸준것도 너무 고맙다아~~~

그리고 나도 전을 좀 부쳤어.

아범한테 보낼테니 먹어봐라~~

진짜 수고했다아아~~~"

라는 흐뭇한 내용.


그리고 남편이 시댁으로부터

여기서 가지고 간 것 보다 더 많은걸 싸왔는데(과일, 고기 포함) 그 중에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것이었으니...

두둥!!! 어머님표 전 세트!!!


오 마이 가뜨!!!

심지어 나보디 종류도 많아.

우리집에 이정도 보내실 양이면 애초에 양도 엄청 많이 하셨다는거...ㅠ


다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아이구 어머니..전을 왜이렇게 많이 하셨어요.

제가 해서 보낸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어머니 너무 힘드셨겠어요~~

하지 마시라니깐..."

"그러게..니가 이렇게 잘 해서 보내줄 알았으면 하지 말걸. 양도 많이 하고 신경도 쓰느라 새벽 12시부터 잠을 못잤더니 지금 머리도 어지럽고..피곤하다아~"


에휴..우리 어머니..

생전 처음 혼자서 전 부치는 며느리 못미더워(내가 쫌 믿음을 못드리긴 했지..), 그래서 혹시나 사돈댁에 제대로 못보내면 어쩌나 걱정하시느라 손수 소매 겉어부치시고 전을  저렇게나 많이, 정성스레 하시느라 몸도 정신도 저렇게 고생을 하시다니...

 알아서, 뚝딱뚝딱 하는 모습으로   믿음을 드렸어야 했는데  아직도 초보 며느리처럼 믿음을 드리지 못한것도 너무 죄송스럽고, 나혼자 고생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어머님이 더 고생하셨다는게 속상하기도 하고...


어머니 연세는 계속 들어가시는데...


다음 명절부턴 어머님이 손 하나 까딱 안하셔도 되게 내가 다 준비해야겠다~

꼭 어머니는 아무것도 하지 마시라 다짐을 받아야겠다~~(대신 어머니댁이 아니라 내 집에서  준비해 가기~~ㅎ)

생각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흠흠...어머니도 내 솜씨 보셨으니 이젠 쫌 믿을만 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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