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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Mar 20. 2021

내 이야기

사는게 뭔지...

아!!!

제목이 무척이나 진부하...면서도 무겁구나!!!


가끔씩 이렇게 현타가 온다.

이번 상황은 백퍼 며칠전에 한 부부싸움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당한 팩트 폭격 때문이다.


내 인생을 생각하면,

나이를 오십이나 넘게 먹고

아이들을 23, 18살이  되도록 길러놓고

한 남자랑 23년을 같이 살아오면서

때때로 이게 아닌데...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짐짓 모른 했던, 아쉬운 부분들이 여럿 있었다.

안다고 한들 바꿀 기력도 여력도 열정도 없음을 알기에.

그저 외면했다.

나아지겠지.

잘 되겠지.


씨게 자아비판을 해보자면...


나는 일단 너무 생각없이 살아왔다.


소시적

아내와 엄마가 엄청 되고싶었으나

그 어떤 철학이나 신념이 없었다.

그저 순종적인 아내, 아이들이 불편하지 않게 잘 돌보면 내 역할을 다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렇게 아내 노릇 엄마 노릇을 23년 하고 보니 남은건 뒤따라 다니며 수습해야하는 남편과 아직도 밥 차려먹을 줄 모르는, 지네 방 청소할 줄 모르는 과년한 두 딸이 있을 뿐이다.

아 물론 그들이 내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고마워한다.

그러나 그뿐.

편한 것에 길들여진 그들은 더이상의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가끔씩 터지는 내 푸념은 그때만 넘기면 되니깐.


그다음 게으르다.

아이들을 기를때

나가서 푼돈이나마 번다고 바빴다.

집에서는 모든 집안일을 나혼자 다 하자니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해야하는지 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땐 건강마저 안좋았을 때라 직장에 집안일에 시달리고 나면 내   몸 누이기 바빴다.

물론 이것 저것 시도를 안한건 아니나 잠깐 뿐.

다시 그저 먹이고  씻기고 입히는 필수 행위만 했던거 같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 성격이 그런가?

큰아이는 (유전적인 요인과 더불어) 약간의 히키코모리적 성격이, 둘째는 태어났을 때부터 까칠하더니 여태껏 한 까칠에, 한 내성적.

또한 완벽을 추구하느라 시도조차 못하는 일들이 많더니 이제는 그것이 굳어져서 심한 게으름과 나태. -딸들을 비퍄한다고 뭐라 하지 마시길.

그저 객관적으로 쓰느라 노력하고 있는 것일 뿐.

아이들의 이런 성격이 내가 제대로 잡아주지 못해서 그런가, 아이들과 대화도 많이 안하고 길잡이가 되어주지 못해서 그런가 자책이 될때도 많은데... 스스로도 내가 엄마로서 한심할 때가 많은데...


급기야 며칠전 남편이 터졌다.


고2 이나, 더구나 부모가 사교육을 하는 선생임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안해도 너~~~무 안하는 둘째를 두고, 나에게 애를 저렇게 망칠거냐고, 왜 닥달을 안하느냐고 난리를 쳤었다.


첫애가 태어나자마자 천재교육을 시키겠다며 교육에 열과 성을 다하던 남편은, 그 뜻대로 첫째가 공부잘하는 아이로 커가자(공부만 잘 했다. 사회성은 제로) 나름 본인의 공이 크고 결실도 맺었다고 생각했으나 큰딸이 결국은 본인 원하는 만화가로서길로 가버리니 맘에 들진 않지만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더니, 본인이 아이들 교육을 시키니 딸들이랑 사이가 멀어지는거 같다고 둘째는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근데...나는 물렁한 엄마.

피곤한거 같으면 피곤하다고, 잠이 부족한거 같으면 더 자라고 이래저래 내버려뒀더니...아이는 점점 게을러지고...책상에 앉으면 일단 졸기부터 하는 그런 아이가 되어 있었다.

남편도, 어떤 땐 공부가 다가 아니지~하며 관대하다가 어떤땐 속터져하다가...


그러다가 며칠 전 터졌는데...사실 나는 왜 그런지 알지.


오랜만에 군대 동기들 몇명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얘길 들어보니 누구 아들은 의대에 갔고 누구 아들은 카이스트에 갔고...(아니, 다들 왜그렇게 잘 간거임?).

남편도 현타가 왔겠지.

나는 뭐하고 살았나, 우리집 애들은 다 왜그런가 짜증도 났겠지.

그때부터 둘째에게 호통치기 시작했다.

군기를 잡기 시작했다.

(아빠가 난리치니 말을 잘 듣더만...평소에도 적절히 해줬음 오죽 좋아? 치고 빠지기를 못하는 꽉 막힌 남자!! 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안하냐? 소리 한번 빽 지르고 말던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호통치니 둘째도 나름 각성하고 태도가 바꼈다.

난 내심 좋아라~하며 가만 냅뒀다.

그래.

원래도 아빠랑 사이 별로 안좋은데 여기서 더 나빠진들. 그냥 아빠가 공부시키고, 애가 좀 더 크면 그때 풀어라~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난 이미 남편에게 엄마노릇 제대로 못한다 지청구를 들은 몸.

기분이 좋을리 없어 저기압으로 며칠을 보내고 있는데  남편이 뭘 물어봤다. 대답이 곱게 안나가고 짜증스럽게 대답을 했다.

그랬더니...

 폭발하는 그.

왜 매번 짜증내며 말하느냐.

난 뭐 잔소리 듣는게 좋아서 가만히 있는 줄 아느냐.

남편이 우습게 보이냐.

갑자기 끓어오르네!!! 하며 뭐라도 집어 던질 듯이 흥분하는데...


아니...저기요!!!

남자들은  다 그러나요?

화가 나면 왜 부인을 향해 마치 옛날 옛적

주인이 하인에게 화내듯이 그렇게 소리치나요?

폭력적이 되나요?(진짜 뭔가 폭력적인 행동을 한것은 아닙니다.)

주먹을 부르르 쥐며 주체하기 어렵다는 듯 폭발시키나요?

부인이 본인보다 힘없는 약자로 보여서 그런가요?

부인들이  남편에게 종알종알 짜증을 하루에 157번쯤 내어도 마치 아랫사람에게 소리치듯 그렇게 남편에게 폭발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짜증나는 횟수로 보면 폭발을 해도 벌써 여러번 폭발을 해야할텐데요...


이것이 내가 '사는게 뭔가' ... 하는 것으로 생각이 향한 저간의 사정이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폭력적(비슷하게)으로 날 대한 남편에 대한 울분으로 아직 딮다운인데

"화해하자!!" 한마디하고 군대 동기들 만나러 나간 남편아.

나  화해 못하겠거덩!!!

오늘 동기들 만나고 또 어떤 생각을 하며 돌아올지...

알고싶지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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