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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Feb 18. 2018

누구에게나 있는 듯한..내 이야기

그녀에게 바치는 작은 시 하나

그녀의 하루


그녀의 하루는 아마 새벽 4시쯤 시작할거야.

어떤 날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뜰지도 모르지.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바람이 차갑던 그녀는 작은 차를 타고 예배당으로 가 무릎 꿇고 하늘의 그 분께 하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할거야.

그녀의 기도 제목 이라봐야

이제는 병약해진 남편과 자식들. 그리고 또 그 자식들.

가끔 자신을 위해 기도할 때는

아마 자신의 노쇠해진 육신으로 인해 자녀들 걱정할까봐..자녀들 걱정하지 않게 얼른 아픈 몸이 낫기를 위한 기도, 그것 밖에는 없겠지.


혼자먹는 밥, 입맛이 있을리가.

된장 국에 말아  한 술, 김치 만 놓고 한 술. 어쩌다 너무 밥이 안넘어 갈  때는 그냥 물에 말아 한 술 뜰 때도 있겠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평생 일이 몸에 밴 육신은 그녀를 마당의 짐승에게로, 뒷뜰의 장독대로 이끌거야.

그렇게 소일거리로 종종 거리고 다녀도 아직은 너무 많이 남은 시간들.

기도하며 성경 읽으며 짧은 일기들을  쓰며 요양원에 혼자 있는 남편과 자식들을 생각하겠지.

가끔은 눈물 지을 때도 있을거야.

불같은 성격으로 투덜거릴 때가 많던 남편이라도 코고는 소리내며 옆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을 때가 훨씬 좋았지, 생각하겠지.

먹을 쌀도 없어 값싼 정부미를 사먹어도 이방저방 자식들이 꽉꽉 차 북적거릴 때가 좋았지, 생각할지도 모르지.


맘이 고운 그녀의 집은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을거야.

앞집 새댁 -시골에선 새댁이라고 해도 오십대, 혹은 육십대-이 오랜만에 만든 강정 좀 드시라고 가지고 올지도 몰라.

아랫동네 사는 윤권사는 입맛없을 때 드시라고 고추 장아찌 한 그릇 들고올지도 모르지.

뒷집사는 오십년지기  과부친구는 이제사 막 혼밥을 시작한 친구가 걱정되 밥먹었는가 하며 마루 문을 두드릴지도 몰라.


그렇게 하다 저녁이 되면

기르는 짐승들 거두고 저녁 한 술 뜨고

다시 기도하다 연속극보다 옛생각 하다 까무룩 잠이 들겠지.

부디 그녀의 잠이 달길.

쑤시는 다리와 발가락 때문에 몇번씩 깨는 그런 잠이 아니길.

맨날 별일 없다고 하는 자식들이지만 엄마라서 아는 그 마음으로 마음이 쓰여 걱정하며 눈 짓다 잠드는 그런 밤은 아니기를.


부디 내 기도가 하늘에 닿아

그녀의 남은 생이 그녀만 생각해도 눈물이 나는 그런 고단한  삶이 아니길...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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