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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May 15. 2018

누구에게나 있는 듯한  내 이야기

아버지의 집

#아버지의ㅡ집


아버지가 젊은 시절부터 살아온 흙집.

방 두칸, 부엌 하나.

지붕밑 서까래가 다 보이는 오래된 부엌에는

그을음으로 까맣게  된 그 서까래에, 삐걱이는 나무문도 있었지.

울퉁불퉁 제멋대로 발라논 흙벽에는  작은 호롱불 자리도 있었어.

그곳에서 동생 셋과 여섯자녀를 길러낸 아버지.

옛날 그 흙집은 두개의 흙벽만 남고 세월을 따라  더 편하게, 더 신식으로 바뀌었지.

아궁이는 메워지고 그 자리에 들어선 씽크대.

방안까지 들어오는 수도, 작은 욕실도 만들었어.


한쪽에 벽을 막고 작게 달아낸 방은 아버지의 서재.

먹을 갈아 한시를  쓰고, 신문에 기고할 글을  쓰고, 인생을 정리하는 긴 글들을 쓰셨지.

벽에 걸린 아버지의 정갈한 글씨들.

쌓인 원고지에 묻어있는 아버지의 인생들.

계속될 줄 알았지.

일년에 삽자루를 서너개씩 부러뜨리며 황소처럼 일하시던 아버지가 그 자리에 계속 계실  줄 알았지.


하지만 이제 아버지의 집은 작은 계곡 옆 요양원.

아버지의 서재에는, 책들에는 먼지만 뽀얗게 앉아있어.

주인 잃은 의자..펜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아버지.

육신을 괴롭히는 병들과 싸우다

이제는 전의마저 상실한 아버지.

뉴스도 보지않고 책도 읽지않고

좋아하던 글도 쓰지않고

까무룩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멍한 눈으로 벽을 바라보다

아버지는 종일토록 무슨 생각을 하실까.


이제는 생의 기쁨을 잃어버리고

오히려 근원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을까.

누가 오는 것도 귀찮다

얼른 가라

말씀하시며

돌아누워 잠을 청하는 연약한 얼굴.

말라버린 아버지의 손목을 잠깐 잡아보고 돌아설수 밖에 없는 길.


육신은 연약하나  

아버지의 꿈속에, 생각속에  

생의 펄떡펄떡 뛰던 기쁨의 순간들이 되살아나길.

그래서 누워있는 육신에도 감사만 가득하길.

노동을 쉬며 되찾은 고운 얼굴에 슬며시 웃음이 깃들이길.


하늘의 아버지께 내 육신의 아버지를 부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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