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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Oct 29. 2015

서울 주변 도시에서 살기

서울을 떠나다

나는 올해 마흔 다섯살이다.

고향은 경상도 깡시골.

스물이 되던 해에 대학을 가기 위해 고향을 떠났으니

타향살이도 어느덧 스물다섯해 쯤인가?

고향살이 보다 타향살이가 더 길지만

그래도 마음이 더가고 언제나 돌아가고 싶으니 고향은 고향이요,

고향보다 더 오래 살았어도 언제나 떠도는 것 같은,

이방인 같인 기분이 드니 타향은 타향인가부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왠지 서울을 떠나 고향으로 가는 것은 패배자가 된거 같아 별볼일 없어도 서울에 그대로 남았다.


학비를 벌며 대학을 다닌다는 핑계로 전공성적은 시들시들, 별다른 꿈도 없이, 별다른 스펙도 없이 졸업을 하고 별볼일 없는 직장생활을 하다 다행히(서울을 떠나지 않아도 되었기에) 서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강남도 아니요 목동도 아니요 마포도 아니요...

.. 이런 저런 서울 번화가랑은 동떨어진 서울 북쪽 끝 동네에서 결혼 이후의 삶이 이어졌다.

다른 동네에 비해 집값이 쌌지만 그래도 너무 시작이 초라했던 우리는 결혼 십년이 되도록 19평 작은 집에서 네식구가 살았다.


내가 좋아하는 산이 저멀리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산언저리까지 가자해도

 차로는 십분거리,도보론 한시간 너머 거리.

주위를 둘러보면 빡빡한 아파트에 주택들, 좁은 차도에 허름한 가게들...


패배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 서울에 남고 서울 남자랑 결혼을 했지만 서울 생활 십년이 넘어가니 반대로 늘 꿈을 꾸게 되었다.

자고 일어나 창을 열면 산이 내 눈앞에 있고 신발을 신고 백발 쯤만 걸어가면 산언저리에 닿을 수 있는 동네에 살고싶다고.

1억도 안되는 돈으로 19평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전세는 계속 오르고 있었다.

이사를 가기로 했다.


먼저 그동안 내가 살고싶어하던 북한산  밑 동네를 둘러보러갔다.

산새 소리 들리는 조용한 동네,

내 꿈대로 아파트 현관을 나오면 바로 뒤에 산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이 있는 동네.

바로 여기였다.

근처에 대학도 있어서 적당한 유흥거리도  있고~~


하지만 우리가 다음 사업을 벌이려고하는 목적과 아파트의 입주 위치가 적당하지 않았다.

집을 사려면 많은 대출을 받아야하는 것도 부담.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그리고 눈을 돌린 곳이 울 동네 바로  옆 동네였다.

하지만 그곳은  경기도.

만약 이사를 간다면 서울턱-별시민을 포기하는 것을 뜻했다.

그래도 난  상관없지...ㅎㅎ

틈 날때 마다 시골에서 살고싶다고 말하던 나는 오히려 신난다하며 속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토요일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로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우리 집에서 차로 이십분 정도 되는 동네부터 둘러보다 점점 멀리 나가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길엔 닭갈비를 먹으며 나들이 기분을 한껏 냈다.


지금도 기억나는 입추가 지난 8월 말의 한가한 토요일 분위기.

서울에 있었으면 여전히 더워더워하며 지냈을 날씨인데 벼익어가는 들 옆을 달리다보면 더이상 8월의 더위가 더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 바로 이거였어.

내가 돌아가고 싶었던 분위기.

눈물 나도록 반가운 풍경과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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