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처방전

'자율신경실조증' 버티게 해준 한 통의 편지

by 미리나



몸도 마음도 아파서 이렇게 살 바에는 죽고 싶다고 절규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만 섬처럼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상은 내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 같았다.




그날 나는 편의점에서 산 레토르트 미역국을 사서 끓여 먹고 눈물을 훔치며 병원에 갔다.




2023년, 12월 21일, 주사치료실에서 성탄 기념이라며 주치의 선생님이 건네주신 편지.


(날짜를 또렷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그날이 내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TO. 미리나님


깊은 절망과 속상함, 무력한 느낌,

뚜껑이 잘 닫혀지지 않는 복잡한 감정들...


그 모두가 소중한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느끼는 것입니다.


절망은 신경 쓰지 말고, 미리나님의 빛나는 눈빛 응원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당신은 아름답고 빛나는 영혼을 가졌습니다.


성탄절 트리처럼 빛이 나요. 화이팅!


FROM. 김정훈 드림






"내가 빛이 난다니..."


'외톨이'였던 내게, 유일하게 그분만은

'아름답고 빛나는 영혼'이라고 말해주었다.



마음을 다해주는 의사 선생님을 보며 그 자리에서 다짐했다.


"꼭 이겨내 보자"


그날을 기점으로 진통제와 잠깐 먹던 정신과 약을 끊었다.




아껴둔 초콜릿처럼 힘들 때마다 꺼내보는 편지는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죽고 싶을 만큼 아플 때면 그 마음을 떠올리며 견디고 버틴다.




누군가 힘들 때 좋은 언어가 '마음의 식단'이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몸이 가진 회복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게 되었다.




나의 지구별 여행이 가볍게 느껴지는 이유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그분의 선한 시선 덕분이다.


그분의 순수함은 고통조차 선한 색깔로 물들이는 힘이 있다.


덕분에 나는, 아직 닥치지 않은 고통까지 미리 짊어지고 살지 않아도 되었다.



나의 '자율신경실조증''만성통증'은 그렇게 서서히 안정되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지적이 아니라 이해였다.


공감은 치료가 시작되는 첫 번째 처방이었다.




행복한 H병원 김정훈 원장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원장님께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면 원장님은 늘 이렇게 말하신다.


“다른 의사였어도 고쳐주었을 거예요.

그것은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힘들만하고 이렇게 아픈데 못하는 건 당연해요.

그 상황이라면 아무나 못합니다.

미리나님이 용기 있게 잘해오셔서 그런 거예요.


나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막연히 알지만, 아직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