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드러내는 용기

의미 없는 몸짓은 없다

by 미리나


송곳은 주머니를 뚫고 나오기 마련이다. 감추려 해도 본질이나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 있다.




남들은 효율을 따지며 지금 성과가 없다고 무의미한 일이라 말하겠죠.

그 기준대로 살다가 내가 사라지는 건 괜찮은 걸까요.


쓸모를 맞추다 보니 나는 점점 없어졌습니다.

나에게는 그 사소한 몸짓이 삶을 견디는 이유였어요.




‘나 여기 있다’고 겨우 꺼내놓는 유일한 통로였거든요.




껍데기뿐인 쓸모에 나를 계속 끼워 맞추다 보면 결국 남는 건 아무것도 없는 내가 돼요.

좀 쓸모없어 보여도, 좀 느려 보여도 그게 나면 그걸로 충분해요.

존재한다는 건 나를 드러내는 일이니까요.



투명하게 드러나는 순간 사람은 사람을 알아보고 우리는 연결됩니다.





그러니 부디, 의미를 찾으려 자신을 더 몰아붙이지 말아요. 이미 충분히 버겁잖아요.


그냥 숨기지 말고 나를 보여주세요. 지금의 당신을.



우리는 지금 그 상처 위에서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는 중이니까요.




지금은 덜 아파졌지만 가끔은 내가 조금 흐릿해진 것 같아요.


고통이 그립습니다.


가끔 지나간 고통이 그리워요.


아프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때의 나는 분명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에요.




온몸이 반응하던 시간.


견딘다는 것이 하루의 전부였던 날들.


그 시간에는 나는 나를 속일 수 없었어요.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있는 그대로 페르소나를 벗어던지고 드러났거든요.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는 건 약해지는 일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는 일이었어요.


고통은 나를 뼈 시리게 했지만 나를 가장 잘 알게 해 주었어요.




그래서 그 시간을 미워하지 못합니다.

워하기엔 너무나 눈부셨고 잊기엔 나의 일부가 되어버린 시간이었으니까요.



멀리서 가만히 그리워합니다.


기억을 소중히 안아 들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