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찌개냄새를 맡은 당신에게
냄새는 항상 존재하며 늘 정서와 연관된다. … 냄새가 없다면 정서도 생겨나지 않는다. … 냄새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감정을 유발한다.(냄새의 심리학, 135p)
후각 겉질은 기억이 생성되는 해마 가까이에 있으며, 그래서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특정한 냄새가 우리의 기억을 그토록 강하게 환기시키는 이유를 이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바디, 131p)
해외여행 갈 때마다 여행지에 도착한 첫날 향수를 꼭 하나씩 사요. 그러곤 여행 내내 그곳에서 산 향수만 뿌리죠.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 그곳에서 뿌린 향수냄새를 맡으면 저절로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떠오르거든요. (정유미, 2016 all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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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란 참 희한하죠.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호흡을 통해 감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냄새가 거의 영원히 기억되는 감각이라는 점에서도, 같은 냄새를 모두가 다르게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저는 냄새에 예민한 사람입니다. 남들이 맡지 못하는 냄새를 맡기도 하고요. 아주 조금 상해 맛이 변해버린 것도 잘 알아차립니다. 아마도 엄마를 닮았을 것인데, 후각능력의 유전이라니. 그것도 참 신기합니다.
몇 해 전 베티나파우제의 [냄새의심리학]을 읽으면서 이토록 냄새에 열광하는 사람이 있다니, 감탄했습니다. 책에서의 냄새는 인간의 정서, 지능, 사회성, 사랑, 건강 등 곳곳에 관여를 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결국 냄새 하나가 인간 사회를 지배한 것 같다는 착각마저 빠지게 됩니다. 어쩌면 냄새를 잘 맡는다는 것은 세상을 더 예민하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언젠가 냄새에 관한 글을 써보겠노라 다짐을 한 것도 이 책 덕분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주방으로 향했을 때 어젯밤 찌개냄새가 희미하게 나는 그 순간, 어제의 저녁식사의 기억이 소환되는 것처럼. 어떤 향수냄새가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처럼. 특정한 냄새로 기억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쓸 생각이에요. 그것이 당신의 추억과 당신의 행복과 당신의 즐거움을 떠올리게 한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냄새여행을 떠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