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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May 18. 2024

오스트리아 빈 벨베데레(Belvedere)궁 미술관#1

클림트편: 영구전시된 <키스>와 다른 아름다운 작품들

오스트리아 빈에서 방문할 마지막 미술관 벨베데레 궁전 미술관


이곳은 클림트의 가장 대표작인 <키스>가 영구전시된 미술관이다. <키스>는 타미술관 대여가 없이 이 궁에 영원히 있는다. <키스>가 영구 전시래니 루브르의 <모나리자>와 비슷한 수준으로까지 인식되는 착시가 발생해 버렸다. 그랬더니 그동안 클림트의 작품을 무수히 봤을지라도 이 <키스>를 안봤다면 왠지 어쩐지 클림트를 전혀 못 본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벨베데레 궁전
Prinz-Eugen-Straße 27, 1030 Wien, 오스트리아


벨베데레에 아침 일찍 갔는데도 역시 사람들이 많아 조용히 감상은 글렀다. 사진도 관객의 머리를 넣고 여러번 찍기를 반복하다 아주 잠깐 그림만 오롯히 걸린 순간이 포착되었다.

<The Kiss> 1908/1909

클림트 특유의 패턴과 황금색이 먼저 눈에 띈다. 금세공사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금을 활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환경


그림은 몽환적이면서도 에로틱한 표정의 여성과 격정적인 남성이 주인공이다. 남자는 클림트 자신이고 여성은 연인 에밀리. 평생 많은 여성을 탐닉하였으나 그의 유일한 사랑이 에밀리이며 그녀는 클림트가 마지막 생에 도달했을 때 그가 유일하게 찾은 여성이다.


그가 가장 진심을 다한 사랑이었기에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클림트가 에밀리와 격정적으로 키스를 하고 있는 이 작품을 다른 어떤 작품보다 사랑하는 듯하다. 그림이 바로 진정성이며 화가의 스토리이기 때문에


<Portrait of a Woman> 1893/1894

나는 사실 <키스>보다도 이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어느 책에서 이 그림을 본 적이 있는데 그림이 실제 사람만큼 크고 이렇게 극강으로 아름다울 줄 몰랐다.


검은 드레스를 입고 정성스레 머리를 말아 올려 목선이 그대로 드러난 대다 도자기처럼 아름다운 피부가 맑은 눈동자와 어우러져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그녀는 정면을 보지 않고 옆 모습만 드러냄으로 더욱 신비로워 졌다.


고전주의 회화에서나 볼 법한 붓터치를 전혀 인지하지 못할 수준의 정교함은 벽에 걸려있던 그녀가 언제고 그림 밖으로 걸어 내려올 듯 사실적이다.


클림트가 그의 대표 스타일을 정립하기 전 작품인데 회화적 기교로서도 그는 이미 천재적 재능의 소유자였다.


<Sonja Knips> 1897/1898

여성을 아름답게 그리는데 클림트 만한 사람이 또 없겠다 싶은 초상화


클림트는 여성에 신비와 몽환을 얹어 더욱 빛나는 아름다움을 표현했는데 나는 클림트 작품중에는 황금색이 없는 이런 작품이 취향인 듯 했다.


<Fritza Riedler> 1906

클림트의 여성들은 아름답고 고혹적인데 생동감이 넘치거나 행복해 하거나 같은 감정과는 좀 멀어 보인다. 또한 파리 왕실의 여성 초상화 스타일을 1900년대로 가져와 그 대상을 근대 어느 명망있는 안주인들로 바꾸면 이런 그림이 나올 것 같다. 내가 클림트의 지극히 아름다운 여성 그림을 보면서 감동하지 못하는 이유일 수 있다.


<Amalie Zuckerkandl> 1917/1918
<Adam and Eva> 1916/1918
<Bride> 1917/1918 / 설명판에 그런 설명이 없지만 미완성작으로 보인다.

1910년까지 클림트는 대단히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다. 주요작 대부분이 1910년 이전에 쏟아졌다. 그 시기가 지나가면서는 그 동안 이루어 놓은 스타일에 대한 답습같아 보이기도.



<Cottage Gargen with Sunflowers> 1906

이 그림을 보면서 클림트의 스타일인 여러 독특한 패턴의 조합은 자연에서 부터 시작된 건가 생각한다. 인과인지 상관인지 확실치 않지만 비슷한 시기에 인물작에서도 자연작에서도 이런 스타일이 보인다.


<Flower Poppies> 1907
<Sunflower> 1907/1908

이 해바라기 그림을 보면서는 그의 스타일의 기원이 더 잘 보인다. 해바라기의 꽃 부분을 여성의 얼굴로 치환하면 바로 그의 그림이 되지 않나...


<Forester's House in Weissenbach on the Attersee I> 1914

그는 이런 스타일의 그림을 꾸준히 그렸다. 이런 그림이 에곤실레의 풍경화에 영향을 주었을까.. 생각한다.




최근 2년여 동안 클림트의 작품을 참 많이도 접했다. 아마 작품수로는 호퍼와 실레, 고흐와 모네 만큼 본 작가군에 속할 것이다. 수 많은 작품을 보고서 그가 내가 좋아할만한 작가인가... 자문해보면 조용히 고개가 저어지긴 한다.


다만 나는 전성기 작품보다 그의 초기 스타일 - 고전적이고 정교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림들 - 이거나 황금과 그가 자주 사용하는 패턴이 들어가지 않은 그림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작품을 보고 한 화가에 대한 생각이 정리가 된 것은 나름 나쁘지 않은 성과.


앞으로도 세계 여러 미술관에서 클림트를 만날 것인데 <Portrait of a Woman>처럼 갑자기 내 최애 작품을 발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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