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실레는 레오폴트 미술관에 가장 많은 작품이 보관 전시되 있는데 그의 유명작 중 일부가 벨베데레에도 있었다.
에곤실레 <Death and Maiden> 1915
실레 특유의 절망적인 사랑을 표현한 작품으로 보인다. 둘은 연인임이 분명하나 어딘지 불안하고 집착하고 유한하다. 사랑의 여러 면 중 이런 느낌을 잘 드러내는 실레
에곤실레 <Squatting Couple (Family)> 1918
실레의 가족 그림을 보고 잠시 마음이 짠했다. 그는 여러 여성을 탐닉했지만 마침내 한 여자를 선택해 결혼을 했고 그토록 원하는 완벽한 가정을 갖을 뻔했다. 그의 아내가 스페인독감으로 세상을 떠나고 바로 사흘 후 같은 병으로 실레 본인도 고작 28세에 생을 달리할 때까지는...
알기론 원래 이 그림은 실레와 아이 둘 뿐이었다. 나중에 아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아이를 그려 넣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아이는 아내가 사망하면서 뱃속에서만 6개월을 살다 세상 빛을 보지 못했다. 하여 이 세 가족은 한꺼번에 이런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것.
절망적이나 청춘다운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새로운 희망을 꿈꿨을 실레의 가족이 그렇게 단 며칠만에 세상에 흔적없이 사려져 버린 것이 망연하다. 하필 그림은 실레의 전작 들 중 전례없이 행복한 무드여서 더욱 아렸다.
갑자기 맞은 죽음으로 미완성이 된 작품
에곤실레 <Eduard Kosmack> 1910
에곤실레 <Victor Ritter von Bauer> 1918
실레가 주변 남성을 그린 작품을 거의 보지 못해서 신기한 레어템들
에곤 실레 <Facade of a House (Windows)> 1914
내가 실레의 그림 중 좋아하는 사물 그림. 집들의 지붕과 창문이 그 특유의 스타일로 따뜻하게 표현되었다.
풍경을 그릴 땐 이렇게 따뜻한 감성인데 인물로 와서는 어쩜 그리도 그로테스크할까.
그가 그리 요절하지만 않았어도 몇 번은 더 새로운 그림 스타일을 만들어 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또 다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Franz Alois Jungnickl <Vision> 1920
계속 실레의 작품을 보다 보니 이 그림도 실레의 것인 줄 알았다. 초면 작가의 눈에 띄는 작품이라 남겨둔다.
제목이 <Vision>인것은 무슨 의도일까
모네 <Path in Monet's Garden in Giverny> 1902
이렇게 아름다운 지베르니 시절 모네의 작품을 여기서 보다니!
모네가 지베르니를 그린 그림들을 보면 모두가 말잇못 수준이어서 그쯤 되면 지베르니 자체가 너무 아름답고 화가는 거들 뿐인가.. 생각이 들 정도다.
빛의 변화를 재빠르게 포착해 그려내는 인상파 특유의 화법으로 인해 그림이 성글어 지는 것 대비 이 그림은 빛을 꼭 붙들어 잡고 화폭에 꼼꼼하게 옮겨 놓은 듯 정교하다. 그래서 그림만 보고는 모네가 아닌 줄 알았다.
시간도 빛도 모네를 위해 멈춰 서 주었나 보다.
벨베데레는 여러 유명한 작가들의 유명한 작품들 뿐만 아니라 여러 신진작가들의 톡톡 튀는 감성 작품들도 따로 전시되 있었다
형식도 회화 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물, 비디오아트 등 다양하다.
초현실주의, 큐비즘등을 표방하는 작품들도 전시에 다양성과 생동감을 주고 있었다.
유명작가들의 유명작품도 신진작가들의 모던한 작품들도 밸런스가 잘 맞게 전시되 있는 벨베데레. 그래서 벨베데레를 보는 내내 즐거웠다. 돌이켜 보니 전시장에 창문이 많아 자연채광 하에서 작품을 볼 수 있었던 것도 관람객의 감상무드를 밝고 기분좋게 하는데 주요했던 듯하다.
벨베데레는 오스트리아 미술관 여행의 마지막 정착지이다. 이제 친구와 만나 가벼운 저녁과 커피를 마시고 비행기를 타고 10시간을 날아가면 출장과 휴가로 집 떠나왔던 열흘의 일정이 끝난다. 그 마지막 시간에 벨베데의 아름다운 정원과 시대를 막론하는 수준급의 작품을 본 기억은 오스트리아에서의 모든 미술관의 기억을 더 좋게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