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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Sep 09. 2024

[헤이그] 에셔 미술관 #2_천재적 착시의 세계

[1편에 이어] 


에셔는 무엇보다도 무한과 착시에 능했다. 


<<오징어 게임>>의 미술감독이었던 채경선감독이 세트중 무한계단은 에셔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여 한국에서 에셔의 작품세계가 더 유명해졌다. 나를 에셔 미술관으로 이끈 것도 이 팩트였고. 

<오징어게임> 속 계단씬


<Cycle> 1938, Lithograph

사람이 패턴이 되다 그 패턴이 계단이 되는 조금더 복잡해진 에셔의 변형을 주제로 한 그림 


지금은 남자가 계단을 내려가고 있으나 곧 내려가는 것인지 오르는 것인지 묘연해질 그림을 그릴 것을 예상할 수 있다. 



<Up and Down> 1947

나왔다!

위와 아래, 오르고 내림의 모호함 



<Relativity> 1953, woodcut

작가가 에셔인지, 작품명이 <상대성>인지는 몰라도 언젠가 어딘가에서 한번쯤 봤을 법한 작품


오르는 건지 내리는 건지 어디가 위고 아래인지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 것인지 모든 것이 모호한 에셔의 대표작 



<Ascending and Decending> 1960, Lithograph

이 작품 또한 위 계단에서 사람들이 무한히 오르고 내린다. 사람들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므로 오르는게 아니면 내리는게 되야 하는데 어느 시점에서 오르고 내림의 방향이 바뀌는지 알수 없는채로 무한히 움직인다. 


상하 움직임만 무한한 것이 아니라 보고 있으면 무한한 시간속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 얼마동안 이 그림을 보고 서 있었는지 내 시간에 대한 감각도 잊었다. 


오징어게임이 계단씬에서 차용했을 법한 작품들이 위위 <상대성>과 위 <올라가기와 내려가기>. 



<Belvedere> 1958, Lithograph

에셔 미술관 리플렛에 인쇄되있던 <Belvedere>작품 

그만큼 또 다른 에셔의 대표작이다. 


어디에 어떤 포인트가 있을까 함께 찾아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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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들이 앞뒤쪽으로 엇갈려 설치되 있고

같은 넓이의 위층과 아래층이라면 저 위치에 계단을 놓을 수 없는데 놓고 사람이 올라간다. 

맨 아래 남성이 손에 쥐고 고민중인 육면체도 기둥 하나가 자기 편이 아닌 반대편에 가서 붙어있다. 


찾느라고 한참 걸렸고 맨아래 남성손의 육면체는 오디오가이드를 듣고 알았다. 


(에셔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다! (오디오기기를 빌리는게 아니라 내 폰으로 QR을 찍어 연결하는 방식) 일반 미술관에선 오디오 가이드를 안듣는데 에셔의 작품은 어려운 것도 있고 정답맞추기도 필요하여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했다)  


모두 3차원 물리세계에선 불가능한데 에셔의 2차원 판화에선 실현된다. 


에셔의 천재성!



<Waterfall> 1961, Lithograph

이번엔 폭포수다

폭포수는 분명 아래로 떨어졌는데 어느덧 물길을 따라 상승(?)하여 다시 낙하한다. 

(과학적으론 떨어진 물이 스스로 다시 오를 수 없음에도)



<Print Gallery> 1956, Lithograph

계단인지 에스컬레이터인지 사람이 내려가는데 그 천장 위쪽은 다른 사람이 있는 집의 처마로 연결되고 이 처마가 오른쪽 아래에서 왼쪽 위로 쭉 나아간다. 어떤 착시라기 보다 평면의 세상이 입체적으로 구성되 묘하게 3차원이 느껴지는 그림


다른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참 들여다 보았는데 다른 특별한 것은 찾을 수가 없었다.  



Carlijn Kingma <Spoila of A Thousand Expectations> 2017, pen on paper

1991년생 Carlijn Kingma작가가 에셔와 지오반니 바티스타 피라네시에 영향을 받아 창조한 세상


작가는 건축지식을 바탕으로 현대 메트로폴리탄 도시의 변형을 통해 허구의 세상을 창조했다. 빛과 그림자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방식이라 기괴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정장치를 통해 구에 맺히는 상이 구의 반대편에 가서 맺히게 해둔 작품 


과학적 이해도가 높은 작가의 특성이 또 한번 발휘된다. 


사람도 서서 찍어볼 수 있게 해 두어 나를 두고 해봤다. 


나는 분명 구의 반대편에 서 있는데 구의 앞쪽면에 거꾸로도, 반듯하게도 내가 맺힌다. 


신기하다, 신기해~






1편에서 얘기한 대로 에셔 미술관은 엠마왕비가 겨울궁으로 사용한 후 후대 몇십년간 더 궁전으로 사용되던 공간이다. 궁 자체가 많이 낡고 계단폭이 좁아 불편한 감이 있지만  100여년전 궁이 갖았던 위엄은 익히 짐작할 만한 품위가 있다. 그런 공간에 갖가지 로맨틱하고 독특한 설치작품들이 있어 에셔의 작품들 외에도 즐길거리가 풍부했다. 







나오다 보니 익히 알법한 포토존이 있다. 비용이 드는 체험이었는데 내가 할 건 아니나 사람들이 재밌어 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에셔미술관은 우리나라엔 많이 안알려진 미술관이나 암스테르담이나 헤이그에 미술여행을 왔을 때 모르고 건너뛰면 두고두고 후회할 법한 곳이다. 


판화가로 알고 오징어게임의 무한계단에 영감을 준 작가로만 알고 갔다가 판화적 완성도 뿐만 아니라 훠얼씬 훌륭한 과학적 수학적 철학적 사고수준에  존중감이 솟아난 작가이다. 


다음에 네덜란드에 또 온다면 다시 한번 들러 좀 더 깊게 에셔의 세계를 들여다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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