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미술관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인 페르메이르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러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 간다.
몇일 전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골목길>과 <우유를 따르는 하인>을 보곤 실물의 감동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커 더욱 기대가 되는 중이고옷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서는 페르메이르의 작품만 떼서 이번 편 한편,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묶어 2편으로 쓸 생각인데 렘브란트의 <튈프 교수의 해부학 수업> 부터 그의 여러 자화상과 프란스 할스, 아베르 캄프까지 기대치 않았던 훌륭한 작품들을 마주했다.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홈피]
미술관은 이렇게 생겼다. 네덜란드 도착 후 내내 빨간 벽돌 건물만 보다가 노란색의 미술관 건물을 보니 이미 새롭고 좋다 ;-)
로비엔 역시 <진주목걸이를 한 소녀>가 크게 벽면을 장식했다.
모나리자 다음으로 가장 유명한 여성 초상화일 듯한 <진주목걸이를 한 소녀>
그녀의 젊고 아름다운 외모, 신비한 표정, 뒤를 돌아보는 자유로운 자세, 이국적인 의상과 헤어, 이 모든 것이 조화롭고 독특하게 아름다운 아우라를 뿜는다.
파란색과 노란색 사이 실내를 비출 듯 반짝이는 진주빛은 대단한 기교를 안 부린 듯 부린 듯 자연스럽다.
이 소녀는 그림의 모델을 설 때 후대의 이 많은 사람들이 잠시 잠깐 자기를 보기 위해 국경을 건너고 시간을 들여 이 앞에 선다는 것을 예상이나 했을까
페르메이르는 아마도 어느 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본인의 작품이 제대로된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을 알았을 듯 하다. 본인 스타일이 있었고 그 스타일에 자신이 있어 평생을 그 스타일대로 그렸으니 시간의 문제이지 언젠가 사람들이 본인의 그림을 알아 줄 것을 확신했을 것 같다.
라익스 뮤지엄의 <골목길>과 함께 이번 여행에서 최고로 꼽는 <델프트 풍경>
일단은 예상보다 크기가 커서 놀랬고 그 커다란 캔버스가 반짝반짝한 피니시로 벽면 전체가 환해져서 좋았다.
1600년대 중반 네덜란드 소도시 델프트의 아름다운 풍광이 캔버스를 뚫고 나오듯 생생하고 그곳의 사람들은 지금도 저 안에서 소곤소골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생명력있다. 하늘에 그림의 상당부분을 배치하고 그 아래 건물과 물과 사람들을 짙은 갈색톤으로 배치해 무게감과 균형감을 주고 그 사이사이 파랑과 노란색감이 과하지 않게 튀어 그림의 단조로움을 없애준다. 건물의 수평선과 물의 수평선이 곧고 반듯한데 앞쪽의 나룻터부근 곡선은 그림밖으로 완만하게 빠져나와 변주를 주듯 조화롭다.
어떻게 이 그림은 지금과 이리도 동시성을 갖는다는 느낌이 들게 할까
분명 400여년전 그림인데...
그러고 보면 내가 지금껏 직접 본 7~8점의 페르메이르의 그림은 영원한 시간을 가둔 느낌이다.
정말로 그러하고 그러하다.
다시봐도 감탄스러운 페르메이르
로마신화에서 '사냥의 여신' '달의 여신'으로 불리는 다이아나와 그녀의 님프(요정)들을 그린 그림
페르메이르는 여성에 노란 의상을 입혔을 때 신들린 그림 솜씨를 보이는 듯, 이번 다이아나도 그렇다.
그녀는 아름답고 그녀의 시중을 드는 님프들도 아름답다. 신화속 이야기를 그렸기에 상상의 나래나 해석의 여지가 적고 아름다움이 그 자체의 목적이 된 듯한 그림
페르메이르의 스타일에는 사람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보통 한명이거나 많아야 두명.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그의 그림은 낯설어서 재미있고, 이런 시도를 했던 시절을 기억해 둔다.
이번에도 미술관의 모든 작품들을 다 보고 다시 와 <델프트 풍경> 앞에 섰다. 물리적으로 그림 앞에 섰는데 나는 또다시 그의 <골목길>에서 처럼 시공간을 뛰어 넘어 델프트 도시 어딘가에 이들과 함께 서 있는 느낌을 받았다.
진실로 묘연하고 매직같은 경험이다.
그것이 페르메이르의 힘이고 내가 그를 여느 화가들보다 더욱 사랑하는 이유인가... 깊이 생각중이다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은 작은 호수를 끼고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미술관 밖으로 호수를 잠시 감상하며 오늘 본 많은 명품들을 마음 깊이 담기에 좋다. 여러 훌륭한 작품들이 붉은 벽과 커튼을 배경으로 천장화와 어우려져 아름답게 전시되 있는 그 씬 자체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