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뮤익 작품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몇개의 미술관을 얘기하라면 꼭 들어가는 네덜란드의 보를린덴 미술관에서 처음 보았다. 한방을 털어 그의 초대형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사실주의적 표현이 인상적인,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결코 사실적일 수 없는 초현실적 그의 작품세계가 상당히 인상적인 작가였다.
그가 한국에 왔다.
아주 섹시하게 뽑은 전시홍보 포스터 때문에 너무 기대를 했나, 실제 작품들은 사람크기의 1/2, 1/4사이즈의 작품들이 많았어서 - 바다건너 공수하려니 초대형작품들을 실어오기 힘들었을 것, 인정 - 순간 당황했지만 사이즈를 포기하고 나니 새삼 보이는 그의 작품 세계는 안보면 절대 아쉬울 그런 수준이다.
론 뮤익 (Ron Mueck)
2025. 4.11 ~ 7.13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이러고 보니 작가의 이름만 '딱' 있지 전시의 타이틀은 없구나
이런 전시 좋으네...
작가의 이름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그런 전시
역시 론뮤익은 대형 작품이 압권이다.
전시는 초입의 <Mask II>와 <In Bed>에서 금방이라도 눈을 뜰 것 같은 남자와 바로 일어나 침대밖으로 걸어나올 듯한 여자가 압도했다.
<Mask II>의 남자는 론뮤익의 자화상.
이번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두 작품.
힘겹게 한아름의 나뭇가지를 안느라 허리를 잔뜩 뒤로 젖힌 여인과 닭은 아무 생각이 없는데 홀로 기싸움을 하고 있는 듯한 사소로운 노인
둘 모두 누군가 시키지 아니하고 보지 아니하는데 혼자만의 싸움을 하는 듯하고 그렇게 하찮은 인생들이 우리 모두의 인생이라고 말하는 듯도 하다.
전시장 중반을 지나가니 작은 배 선두에 시니컬한 표정을 짓고 팔짱을 끼고 있는 남성과 관람객들이 길게 선 줄 끝자락 블랙너머 공간안쪽에 어렴풋하게사람의 두상이 보인다.
그 전의 작품들도 환한 전시장 환경 속이나 밝고 유쾌한 느낌들은 아니었다만 이번 공간에선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적막이 사알짝 주변을 감싼다.
특히 <Dark Place> 작품은 새까맣에 움푹 들어간 공간에 얼굴만 오롯이 떠있어 은근한 공포감을 주기도 했다. 어두운 공간에서 홀로 마주한다면 무조건 비명각
이 얼굴도 작가인가...
서양인의 얼굴은 동양인에게 거기서 거기다. 그 반대인 상황과 마찬가지로...
다시 밝아졌다.
밝아졌는데 소재가 해골이다.
작가의 위트와 주관이 보이는 듯
설명지는 두개골이 가지는 다층적 의미 - 인간 삶의 덧없음 (메멘토모리), 고고학적 발견, 죽은자에 대한 경외심, 근현대사의 비극적 사건 등 - 를 상기시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품의 제목인 <Mass, 매스> 즉, 대중, 군중, 무더기를 나타내기 위해 두개골을 사용한다.
이 오브제들은 지금 이 공간에선 이리 펼쳐지고 저리 쌓여졌고, 또 다른 공간에 가면 그 공간에 이와 다른 방식으로 겹쳐지고 펼쳐졌다.
공간에 따라 규모감, 비주얼적 임팩트가 차이가 나도록 설계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