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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보월도>를 품은 <<새나라 새미술>>展

by 미술관옆산책로

국중박에 <송하보월도>가 나온걸 이웃님 블로그에서 봤다. 미술책에서 본 <송하보월도>의 소나무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기세 때문에 뇌리에 강렬히 박혀 있었다. 그 그림이 나왔다니 저녁 9시까지 미술관을 여는 수요일에 얼른 다녀왔다. 얼마전 남준이 인스타에 꽤 귀여웠던 강아지 그림이 있었는데 <<새나라 새미술>>전에 나온 그림이었다.


새나라 새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
2025. 6.10 ~ 8.31
국립중앙박물관


<새나라 새미술>전은 조선 전기 유교가 나라의 통치기반이던 시절 문(文)을 기반으로 한 각종 서, 화, 시, 그리고 불교미술과 도자기등을 소재로한 전시였다. 새나라의 기운에 맞는 각종 미술의 향연이다.


입구엔 조선초기 백자와 청자들이 전시되 있는데 시간이 충분치는 않아 <송하보월도>로 직행했다.


SE-ae4154f0-cf88-4530-bc0a-66ee77e17797.jpg?type=w1 <송하보월도> 이상좌, 16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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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송하보월도>


먼저 크기에 놀랬다. 책에서 본 송하보월도는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사람키에 족히 맞먹는다.


그리고 내가 상상했던 그 기세

그림의 기세는 실제로 보니 더더욱 대단하다.


조선시대에 이렇게 역동적이고 기개 있고 강단있는 그림을 그렸다!


나무는 바위에 굳건히 뿌리를 박았지만 가지와 잎은 하늘을 향해 나른다. 화폭의 중앙을 사선으로 나눠 그 위에 아주 반듯하게 들어 앉아 균형미도 뛰어나니 그림은 역동적인데 마음은 평안하다.


<송하보월도>를 엑스선으로 촬영을 했더니 매화꽃이 곳곳에 확인되고 바위는 초록으로 표현되 보기에 그저 겨울인 줄 알았던 계절은 좀더 정확하게는 초봄과 늦겨울 즈음이 되는 것이다.


한겨울의 풍파를 오롯이 맞아 머릿 가지를 내어준 늙은 소나무려니 했는데,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현재 진행중일 듯한 정서인데 초봄 즈음이라니...


내 맘대로 못내 아쉽다. 그림에 대고 혼자 상상한 서사가 틀어진 느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 그림이 오늘 본 그림 중 가장 좋았다. 모든 그림을 다 보고 그대로 퇴장하지 않고 다시 돌아와 초입의 <송하보월도> 앞에서 오래 있었다.



SE-40043e0e-ad76-409a-9093-a5dc4bfbb203.jpg?type=w1 <산수도> 작가미상, 16세기 중반, 비단에 먹과 색, 모리 박물관

<송하풍월도>와 함께 전시 초입에 걸려있던 그림


작가가 미상이어서 아쉬운데 그 시대 우리 조상들의 그림 실력은 거뜬히 엿보고도 남음이 있다.


이번 전시엔 안견 또는 안견풍의 그림이 많이 나왔다. 안견은 <몽유도원도>의 작가로 기억되는데 작품이 나라밖에 있다 보니 접하기가 어렵기도 하여 그의 저명도 대비 작품으로 기억되기는 쉽지 않았다. 이번 전시는 그런 그의 희소한 작품 세계를 잠시라도 즐겨보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SE-2aa29483-a6e2-4794-9abb-a9a923e1b56c.jpg?type=w1 <산수도> 작가미상, 16세기 전반 / 거대한 자연과 안견풍의 산수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떠올리면 그는 둥글고 몽환적이며 먹의 부드러운 표현감을 잘 살리는 화가인 듯한데 그러한 화풍이 이 그림에도 적용된 듯 편안하다. 작가를 알수 없으나 그래서 안견풍이라고 하여 전해지나 보다.



SE-c859b0b8-408f-49f5-b417-093f7ed00a08.jpg?type=w1 <적벽도> 구전 안견, 16세기후반
SE-52f436de-4778-4a8f-87a6-ecf17324c1cc.jpg?type=w1 <적벽도>에서 뱃놀이를 하는 사람들 확대촬영

소재도 표현방식도 중국의 영향을 받았구나, 생각할 법한 그림. 안견의 그림이라고 구전된다.


이전 블로그 소재였던 진경산수의 겸재정선이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난 여러 시도들로 인해 의미를 갖게된다는 뜻이 무엇인지 안견의 화풍을 보면서 이해가 되었다.


안견은 안견대로 그 당시 최고의 미술기법을 구사한 최고의 화가였고, 이후 등장한 수많은 화가들은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조선의 방식을 정립해 나가고 있었으니 참 자연스운 미술 역사의 흐름이다.



SE-a77f4d88-5db5-4e40-9c69-b7e3431a29e8.jpg?type=w1 <사시팔경도> 전 안견, 조선 15세기 중반, 비단에 먹과 옅은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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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견의 작품으로 전해져 오는 <사시팔경도>는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을 표현했다. 우리의 그림들이 우에서 좌로 보는 것이니 필경 순서대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일 듯한데 자세히 들여다 봐도 똑 부러진 차이가 쉬이 보이진 않는다.


하얀 화선지가 아니라 그 자체로 진하고 탁한 비단에 그림을 그려서 시간이 가면서 색이 많이 바래진 것도 있을 것이다.



SE-6c579c73-905d-4608-a988-7741eaf181e1.jpg?type=w1 <소상팔경도> 구전 안견, 조선16세기 전반, 비단에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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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견풍의 작품이다. 소상이라는 곳의 8가지 풍경을 그린 것일 것이다. 앞의 작품대비 채색없이 먹으로만 그려 오히려 색이 전 작품보다 맑다. 감상하기가 오히려 수월하다.



SE-afc2a1b6-4e50-429a-94bc-58fac21332cb.jpg?type=w1 <동자견려도> 김시, 16세기 후반, 비단에 먹과 엷은 색 /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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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와 씨름하는 아이, <동자견려도>


책에서 본 적있는 이 그림을 이곳에서 마주하리라고는 기대치 못했다.


가까이 보니 아이와 나귀의 기싸움이 팽팽하다기 보다 정겹다. 지금 물을 건너 주인양반께 가지 않으면 아이가 혼이 날 터인데 속 모르는 나귀는 앞서 갈줄 모르고 자꾸만 뒷걸음 치는 것이 웃음도 나고 흥미진진키도 하다.



SE-dad61f00-d8fd-441d-a0c5-930dcd2d6356.jpg?type=w1 <고사관수도> 전 강희안, 조선 16세기 중반, 종이에 먹

어떤 미술책의 표지가 이 <고사관수도>였어서 이 그림도 여기서 무심결에 만나게 되어 반갑다.


고매한 선비가 물을 지켜보는 품이, 가만히 바위 뒤에 숨어 물의 흐름을 방해치 않으려는 선비의 마음으로 헤아려지는 그림이다.


이전의 그림들엔 산수가 중심이고 사람은 아주 작게 표현되는데 이 그림에선 인간이 크고 중심에서 그림의 주제가 되었다. 하여 의미가 더하여지는 그림.



SE-b202c9a0-f3dc-4487-90b2-b3785037e5b7.jpg?type=w1 <고사도교도> 전 강희안, 16세기 중반
SE-1817e520-4cf5-4335-90c1-14193c399c03.jpg?type=w1 <절매삽병도> 전 강희안, 조선 16세기 중반
SE-5eb02313-63f8-479c-9b0a-afe7d2baf58a.jpg?type=w1 <소동개문도> 전 강희안, 조선16세기 중반

선비가 다리를 건너고, 매화를 꺽어 병에 꽂고, 아이가 문을 여는 조선의 일상이 잘 표현된 그림들


찾아보니 강희안은 멀게나마 왕가와 연결된 분이던데 조선의 풍속과 일상에도 관심이 많은 분이셨나 보다.


<절매삽병도> 역시 어느 책에서 보고 나서, 기억에 호림에서 전시된 것을 본 기억이라 이리 다시 또 직접보니 더욱 반가웠다.



SE-31b48ee4-b7e9-4d22-840b-1dfc779463df.jpg?type=w1 <월매도> 전 어몽룡, 조선 16세기 후반, 비단에 먹

구도와 구성이 너무나 대담하고 희귀해 <송하보월도>를 빼고는 오늘 본 그림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


그 시대에 이런 대담함이 가능했다.


함께간 친구도 이 그림이 좋다 한다.



SE-4309c5a5-f03a-4e43-b489-7454c6add39e.jpg?type=w1 <계회도> 작가미상, 조선 16세기, 비단에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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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37eb8e08-84ab-4cc6-a888-6c12f3181620.jpg?type=w1 <미원계회도> 작가모름, 제시 성세창, 조선 1540년경, 비단에 먹,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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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견풍으로 그린 사간원 관리들의 모임이라는 설명이 달려있는 그림


미원은 사간원의 별칭이고 아래 참석자 명단에는 퇴계 이황도 포함되 있다고 하는데 저 앉아계신 분들 중 누구실까.. 잠시 궁금했다.


SE-07559420-6e7b-4d9f-8c41-6ffc6f6be90a.jpg?type=w1 <독서당 계회도> 작가모름, 조선 1570년경, 비단에 먹과 엷은 색, 서울대박물관,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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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당은 왕이 뽑은 유능한 관리들이 학문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한 사가독서제에서 유래된 공간이라고 하는데, 지금의 한남더힐 옆길이 독서당로를 끼고 있으니 그곳이 이전엔 단국대터였고 지금은 그 목적에선 다소 벌어져 있지만 최고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걸로 봐선 문으로 금으로 기운이 좋은 곳인가...



SE-442023db-755f-4638-817c-c690032c301c.jpg?type=w1 <가응도> 전 이암, 조선 16세기 중반, 비단에 먹과 색

늠름한 자태를 뽐내는 매 한마리, <가응도>라고 한다.


이암은 세종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의 증손으로 특히 동물에 능했던 화가라고 하는데 예로부터 매는 충신을 상징했다고 한다.



SE-a0ed0b6e-dda2-4417-b554-8afa95b04c2d.jpg?type=w1 <화조구자도> 이암, 조선 16세기 중반, 종이에 먹과 옅은 색, 보물
SE-c83dc5b1-0e8a-4067-9af1-27dcff425c43.jpg?type=w1 <화하구자도> 이암, 조선16세기 중반, 비단에 먹과 옅은 색

남준이의 인스타에서 처음 본 두 동물그림. 작고 귀여운 것들을 좋하하는 남준이 픽이다 보니 한번더 눈이 간다.


들여다 보니 두 작품은 같은 강아지 세마리를 그린 듯했고. 왕실에서 기르는 동물이었다.


이번 <새나라 새미술>전은 도자기와 글씨, 불교미술을 거의 건너 뛰고서도 이리 그림만으로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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