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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구 간송 개관기념 국보/보물전 <<여세동보>>

세상 함께 보물 삼아

by 미술관옆산책로

작년 대구 간송미술관의 개관전이 있었을 때, 역대급으로 <미인도>와 <훈민정음> 해례본이 나왔었다. 요즘 조금씩 다시 글을 쓰는데, 이 귀한 전시를 놓고 '넘길까...' 했던 마음이 아무래도 부채처럼 남아 본 작품 사진을 아카이빙만 하자는 마음으로 많이 늦었지만 짧게 글을 댄다.


대구 간송미술관 개관 국보/보물전
<<여세동보 - 세상 함께 보물삼아>>
2024. 9.3 ~ 12.1 (종료)


개관전엔 단원, 혜원, 긍재, 소위 조선3대 풍속화가의 화첩이 모두 나왔고 겸재정선의 <<해악전신첩>> <<경교명승첩>>의 일부, <미인도> <훈민정음 해례본>과 오세창이 발문을 쓴 <촉잔도권> 등 이 중 한 두점 만으로도 구름관객을 모을 법한 대단한 작품들이 총망라되었다.


조선미술을 알지 못해도 대한민국인이면 누구나 알 법한 신윤복의 <미인도>


여성이 주인공인 몇 안되는 그림일 것이다. 그것이 양반댁 규수가 아니라 당시 기생을 그린 것일지라도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다.


<미인도>라는 제목은 당대에 지어진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이 그림을 보고 후대 누군가 작품에 제목을 얹었을 때 그보다 더 적확한 이름을 지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여인의 그림이다. 그동안 책에서 그림을 봤을 땐 여인의 이목구비가 가장 중요하게 보였는데 지금은 동그란 치마선과 머리위 가채에 눈이 가 멎었다.



<훈민정음 해례본>


세종께서 한글을 지으시고 한글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설명을 해둔 일종의 한글 사용설명서


한글 자체도 백성을 위해 쉬이 지으셨는데 이를 또 더 쉽게 사용하라고 사용설명서까지 내 놓으셨다. 위대한 임금의 위대한 숨결이 빛바래고 지저분해진 책을 뚫고 나오는 듯하다.


한글은 사용하기도 쉽거니와 미학적으로 이리 예쁘다. 한글이 지금 시대에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 언어가 되었는데, 이는 배우기도 쉽거니와 생김이 예쁜 것, 낸 소리도 아름다운 것, 그런 모든 것이 작용했을 것이다.


<고죽> <통죽> 이징 / 삼청첩


<순죽> <노죽> 이징 / 삼청첩


<형란> <풍죽> 이징 / 삼청첩



들어는 보았으나 어떻게 한줄로 표현할지 어려운 이징화가. 위키를 찾아봐도 확 눈에 잡히는 설명문구가 없다. 니금산수화를 잘 그린 화가였는데 니금화를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본 것은 처음이다.


*이금산수화(泥金山水畵, 금가루를 풀어 만든 물감)


소재가 난초, 대나무였는데, 죽순을 그린 <순죽>과 사람의 뼈처럼도 보이는 <통죽>이 인상적이다.



<설산심매> 이징 / 산수화조도첩


<청계추범> 이징 / 산수화조도첩


<휴금등대> 이징 / 산수화조도첩


<좌송완수> 이징 / 산수화조도첩


이징은 니금산수화 외에 무난한 산수화들도 많이 남겼다. 조선전기 안견파와 중기 절파계를 융합한 표현방식이라고 하는데, 최근 국중박에서 안견풍의 그림들을 보고 왔더니 이것이 어떤 표현방식을 의미하는지 알겠다. 조선 초기와 중기는 안견의 영향을 받은 (또는 후대의 학자들이 안견풍이라고 해설해 놓은) 화가들이 많았다.



<동국정운> 1448, 활자인쇄, 국보


<동국정운>은 1447년 조선에서 사용하던 한자음을 표준화하기 위해 편찬한 우리나라 최초의 운서라고 한다. '동국'은 중국의 동쪽이라는 의미로 우리나라를 의미하고 '정운'은 표준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동래선생교정북사상절> 여조겸, 1403-1420, 활자인쇄, 국보


<동래선생교정북사상절>은 남송학자인 여조겸이 남북조시대 북쪽 지역 국가의 역사를 기록한 책으로 1403년 조선 최초로 만든 금속활자를 사용하여 인쇄하였으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서양최초 금속활자본인 <쿠텐베르크 42행 성경>보다 30년 앞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금속으로 찍어서 이리도 날카롭고 선명한것인가...

조상의 대단함은 말해 무엇하고...



<금보> 안상, 1572, 목판인쇄, 보물


위 3종의 책중에 가장 흥미있었던 <금보>. <금보>란 거문고의 악보라는 소리로 개인이 펴낸 악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책이라고 한다.


펼쳐진 부분은 거문고의 각 명칭이거나 어떤 음을 내는지를 표현한 듯한데 다음장엔 어떤 노래의 실제 악보라도 있는 것인지 심히 궁금했다.



<촉잔도권> 심사정 / 1768 / 보물


조선에 이리 장쾌한 서사의 두루마리 그림이 있었구나


중국이나 일본에서 자주 보던 형식인데 한눈에 보이지도 않거니와 단순 산수외 어떤 스토리를 시간대별로 또는 공간별로 담다 보니 그 나라의 역사와 스토리를 모르면 흥미가 있을리 만무했던 형식이라 쉬이 눈이 가지 않았는데 이번 심사정의 그림으로는 이 그림이 담은 풍경과 스토리는 궁금해졌다.


끝없는 고난의 길을 인생의 험난함에 비유한 그림이라고 하는데 심사정의 화법이 이 한폭에 총 망라되 현재 보물로 지정될 정도로 귀한 그림이다.



선으로 쉬이 쓱쓱 그린듯 해 숨통이 틔이는 그림이었고 더하여 오세창선생의 평문으로 한번 더 눈길이 갔다. 선생의 말에도 <촉잔도권>이 가장 으뜸인 두루마리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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