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글이 많아 생략하려했는데 대구 간송 개관전에서 본 <<혜원전신첩>> 중 아래 두점은 서울 간송에서 봐서 기억을 위해 기록해 두기로 했다. 더하여 조선 공주의 위대한 서화도...
전시는 위창오세창의 간송 컬렉션에 대한 감식으로 진품을 증명받은 작품들이 주이다.
위창 오세창: 간송컬렉션의 감식과 근역화휘
2024. 10.16 ~ 12. 1 (종료)
간송미술관 (서울)
<<혜원전신첩>> 중 이 두점은 대구 간송 개관전에 나오지 않고 서울에서 보았다.
<월야밀회> - 달밤에 몰래 만나다
<휴기답풍> 기생을 데리고 단풍놀이를 가다
<월야밀회>는 혜원의 너무도 유명한 그림. 내 시대에는 교과서에서 봤던 기억이다.
그림의 해석을 두고 담장밑의 여인이 망을 보는 것인지, 몰래 이 커플을 지켜보는 것인지 분분했는데, 지금 보니 우연히든 의도했든 이 두 커플을 몰래 보는 중이라고 본다. 망을 보면 보통은 사람들이 올 법한 방향을 보고 있지 시선을 커플쪽으로 향하고 있진 않다. 두 발코를 밖으로 벌린 것도 벽에 찰싹 달라 붙어 몰래 지켜보고 있는 것이지 망을 본다면 발코를 나란히 앞을 향해 두어야 한다. 다시 보니 재밌는 그림
<휴기답풍> 속 가을은 가마를 든 아이의 머리에서나 눈치챌 수 있다. 계절은 거들 뿐 각자의 역할이 뚜렷이 눈에 들어오는 그림
안견의 그림은 <몽유도원도>와 지금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고 있는 <새나라 새미술>전에서 '안견풍'이거나 안견의 그림일 것이라고 '전'해서 오는 그림들만 알거나 보았는데 이리 개성 강한 인물 그림을 볼 줄이야...
강희안의 <고사관수도>가 의미를 지니는 것은 산수가 주로 그림의 소재이던 조선의 미술에 인물을 정면에 부각하여서라는 해설을 본 적이 있는데, 조선 전기로 거슬러 올라가 안견은 이미 인물표현에도 이리 능한 사람이었다.
헌데 설명판에는 이 작품이 어떤 그림의 일부인 듯하다고 하니 조선전기가 아직은 인물이 전면에 부각된 시기는 아니었나 보다. 그럼에도 전체 그림이 얼마나 크길래 부분인 이 그림의 크기(10cm X 14.5cm)가 이 정도여서 인물을 이만큼 세밀하게 묘사할수 있는 것인지... 새삼 소실된 전체본이 아까웠다.
보존도 훌륭하여 그림을 즐기는데 600여년의 시간이 방해가 되지 않으니 안견은 도대체 어떤 화풍을 가졌던 사람인가.. 예의 몽환적인 산수만 잘 그린 사람은 아니지 않았나도 궁금해 진다.
고려왕의 실력이 이 정도네...
조선왕도 멀리 느껴지는데 고려왕의 그림을 보게 되니 그림이 머금은 시간이란 얼마나 사소한가...
설명판은 공민왕은 글씨와 그림,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하고 오세창은 <<근역서화징>>에서 공민왕이 그린 <삼양도>를 보았다고 하였는데, 이 그림을 두고 한 말은 아닐까 짐작된다고 한다.
통통한 두마리가 아니라 뒤집은 한마리가 사이에 끼인 세마리구나
<어옹취수> 어부가 취해 잠들다
<어초문답> 어부와 나무꾼이 묻고 답하다
김득신과 홍득구의 그림은 그 시대 사람들의 일상을 담았는데 익숙하지만 그림의 완성도가 좋아 카메라에 담았다.
비교적 최근의 그림을 봐서 반가웠다. 안중식의 그림은 본적이 있기도 할건데..
<화정> - 빛나는 정치
와!
조선 공주의 글씨가 이 정도라니!!
공주의 글씨도 처음 보거니와 건장한 남성이 썼다고 당연히 생각할 법한데 여성의 글씨였다!!!
단정함과 호방함, 기개와 웅혼이 보인다.
대붓을 들어 한자한자 꾹꾹 눌러 썼을 공주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거의 액션페인팅 수준 아닌가...
설명판 왈,
정명공주가 어머니 인목황후가 서궁에 유폐되었을 때 쓴 작품으로 조선시대 여성이 남긴 전례없는 대작이다. 조선중기의 명필 한호 석봉체를 토대로 정명공주의 탁월한 필력을 보여준다..고 한다.
오세창선생이 가지고 있다 간송선생이 사온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런 작품을 흘리지 않고 보존하다 후대에 넘겨주셔서, 조선 공주, 더 넓게는 조선 여성의 필력을 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