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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구 간송 개관기념 국보/보물전 <여세동보>

단원김홍도 & 겸재정선의 늦은 후기

by 미술관옆산책로

<1, 2편에 이어>


이번편은 김홍도와 정선의 그림들이다. 많이 봐 왔어도 또 너무 대작들이 나왔다.


아래는 <<고사인물도>>로 역사속 인물들의 교훈적 일화를 그린 그림들이다. 8폭 병풍으로 제작되었는데 이번에 4편이 나온 기억이다.


<황정환아> - 황정경을 거위와 바꾸다

서예로 이름난 왕희지가 도사에게 도교 경전인 <황정경>을 써주고 거위를 얻어온 일화를 그린 그림


<융봉취하> - 축융봉에서 취해 내려오다

남송의 성리학자 주희가 제자들과 호남성 형산에 올라 호탕하게 시를 읊은 일화를 그린 그림


<서호방학> - 서호에서 두루미를 풀어 놓다


<무이귀도> 무이산에서 노 저어 돌아가다




이 그림들 중엔 <서호방학>이 가장 좋았다. 일반적인 산수가 아니라 인물의 적극적 행동을 묘사해 둔 것도 좋고 그 씬에 집중하다 보니 배경의 산수 중 필수적인 부분들을 빼곤 여백으로 남겨둔 과감성도 좋았다. 인물이 서 있는 이쪽 편에서 학이 날아가는 저쪽 편 나무까지 아주 멀고도 깊은 공간감을 갖는다.



<과로도기> / 보물 - 장과노인이 거꾸로 타다.


배경없이 나귀를 거꾸로 탄 장과로는 실존인물이나 후대엔 신선으로 추앙되었다 한다. 신선그림의 조선 제 일인자인 김홍도가 화선지에 장과로 하나를 넣어 (물론 당나귀도 있지만) 모든 것을 과감히 생략한 방식은 보는 이의 눈을 확 트이게 한다.


<마상청앵> / 보물 -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다.




책에서 보던 그림을 보면 흥분하는 경향이 아직도 있는데 또 흥분했다. 길가다 들려오는 청아한 꾀꼬리 소리에 고개 돌려 뒤를 바라보는 맑은 선비의 마음도 읽히고, 꾀꼬리는 두마리라 정답게 돌림노래라도 했었나보다, 이리 발길까지 멈추고 사람을 돌아보게 했으니.. 싶기도 했다. 이번에도 단원은 표현하고자 하는 씬에 집중하려고 주위 환경을 물렸다. 그림에서 새소리가 들리는가... 한다.


<고사인물도>부터 <과로도기> <마상청앵>까지 그림의 크기가 상당하고 원본의 색감도 탁해지지 않아 등을 말고 한참을 집중해야만 볼 수 있는 수고로움 없이 당당하고 시원시원한 감상이 가능했다.





지금 부터는 겸재정선


단독그림도 있고 <<해악전신첩>>과 <<경교명승첩>>도 있다.


<여산초당> 보물 / 정선 / 18세기 / 비단에 색


몇달 전 호암에서 대대적으로 열었던 <<겸재정선>>전에서도 보았던 <여산초당> 그림. 간송에서 대여해온 그림이었다. 시기적으론 간송 개관전에서 먼저 본 것인데 기록을 안해 놓으니 호암에서 봤을때 첨 본 양 감탄했던 기억이다. 간송 개관전을 쓰려니 떡하니 내가 이미 보고 감동도 하고 사진도 찍어놔 머쓱;;;


좋은 그림엔 게으름은 No No!


다시 봐도 가슴을 뻥 뚫어주는 듯한 대담함과 호방함이 있다. 소재는 초당인데 녹음이 풍성한 한여름의 깊은 산세가 그림의 대부분을 차지하니 색이 짙고 선이 굵어 기세가 대단한 그림이 되었다.


<풍악내산총람> 보물 / 정선 / 1740년경 / 비단에 색

가을 금강산의 이름인 풍악산의 절경을 담은 그림


멀리서 보면 뾰족뾰족한 바위산이 먼저 보이고 가까이 들여다 보면 이리 많은 집들이 사이사이 있다는 것에 놀란다. '정양사' '금강대' 처럼 꼼꼼하게 지명이나 사찰, 건물들의 이름을 적어두었다. (한자를 좀 더 잘 읽고 싶은 마음이 이럴때 든다;;) 정선의 성격이 어떤지 잘 드러나는 부분


그림이 너무 좋아서 초록초록하고 불긋불긋한 가을 초입의 금강산을 실제 본대도 이보다 아름답지 않을 것 같다.


<청풍계> 보물 / 정선 / 1739년 / 비단에 엷은 색

<청풍계>는 인왕산 동쪽 자락에 있던 병자호란 때 순국한 김상용이 고조부의 집터에 조성한 별장이라고 한다. 별장의 건물은 몇 안되는데 멀리서부터 문없는 담을 지나 한참을 들어가야 되니 그 규모는 어마어마한 것. 자연 속에 소박하고 담담하게 들어선 곳이라 내 마음도 넉넉해 진다.


그런데 이제 막 담을 지나는 이는 정선일까...




다음은 <<해악전신첩>>


<해산정>


<만폭동>


<장산사비홍교> - 장안사의 무지개 다리


<단발령망금강> 단발령에서 금강산을 바라보다

<단발령망금강>도 호암의 <<겸재정선>>전에서다시 만났다. 멀리 금강산을 바라보는 선비들의 뒷모습인데 왠지 앞모습이 어떨지 상상이 된다.




이번엔 <<경교명승첩>>


호암의 <<겸재정선>>전에서는 지금의 압구정과 송파를 그려둔 그림이 인상적이었는데 간송전엔 더 다양한 그림이 있다


<독백탄>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수리 부근 여울


<광진> - 광진구 아차산 일대를 그린 작품


<공암층탑> 구멍뚫린 바위라는 뜻의 공암은 양천의 옛 지명


<행호관어> - 행호에서 고기 잡는 것을 보다.

행호는 행주대교 근처 한강을 부르는 옛말이다.


멋지기는 <<해악전신첩>>이 멋지고 익숙해서 좋기론 <<경교명승첩>>만한 것이 없다. 겸재는 그의 불후의 명작 <인왕제색도>를 필두로 서울 곳곳의 모습을 남겨둬 후대가 살고 있는 이 서울 지역에 친근함과 역사성을 부여했다.


부지런한 두 천재인 단원과 겸재로 인해 우리 조선 후기 미술이 훨훨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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