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손정범 &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올해 본 모든 공연 중 레퍼토리로는 가장 마음에 든 공연. 특히 나의 덕통곡인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가 있다.
베토벤과 라흐마니노프
2025. 9. 23
예술의 전당
[프로그램]
피아니스트 손정범
베토벤 월광 소나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리스트 단테 소나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 최영선
1부 월광소나타는 피아니스트의 몸풀기 느낌이었고 본편은 당연히 황제
'황제'를 처음 접한건 홍석원이 지휘하는 광주필과 협연한 임윤찬의 오래전 연주였다. 멜론 속 음악은 소년의 그것이 아니어서 당황했고 그래서 황홀했다. 그 황홀했던 연주를 손정범을 통해 듣게 되었는데 초반에 조금 당황은 했다. 내 기준 작은 음이탈이 있었고 오케스트라와 합이 맞지 않았다.
합이 잘 맞는 오케스트라와 그 오케스트라와 또 잘 맞는 솔리스트를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건가..
협주의 기본인 서로 경쟁하고 합하고 하는 아름다운 과정보다 자기부분 연주하기 바쁜 고단한 연주자들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럼에도 '황제'라는 불세출의 곡은 곡 자체의 힘으로 눈물이 날 정도였다. 특히 2악장의 서정적인 연주는 그 시절 빈에 남아 전쟁의 공포 속에 들리지 않는 귀를 가지고 고군분투하며 이 곡을 작곡했을 베토벤을 떠오르게 했다.
2악장과 3악장은 원래도 이어서 연주를 하는 건지 쉼없이 바로 연결되었는데 그래서인지 감정선이 끊기지 않고 쭉 증폭되 거대한 3악장의 종결이 이뤄졌을 땐 커다란 감동에 가슴이 웅장해 졌다.
인터미션이 있고는 두번째 피아니스트가 올라왔다.
첫번째 곡은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
피아니스트가 리스트의 곡을 선택했다는 건 연주에 자신있다는 거다. 리스트와 겨뤄보고 싶다는 거다. 그리고 그 의지는 연주가 증명했다. 아름답고 현란하고 화려한 리스트의 곡은 이 러시안 피아니스트로 인해 그 아름다움을 세상에 선언한 듯 했다.
그리고 대망의 라흐마니노트 피협 2번
무슨 일이지.. 이번엔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가 합이 훨씬 잘 맞았다. 서로 주고 받으며 여유롭고 아름답고 깊었다.
러시아인 피아니스트는 러시아인 작곡가의 곡을 유려하고 세련되게 해석하고 연주해 냈다. 아름다운 곡이 수려한 연주자를 만나 기품있게 세상의 공기속으로 퍼져나갔다.
정말 아름답다.
곡도 연주도!
훌륭한 연주자 한명을 또 기억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