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와 파가니니의 곡들을 실제로 듣고 싶었다.
악마의 기교를 부린다는 파가니니의 곡을 불세출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녹음한 본을 듣다 보면 이게 실제로 사람이 연주한 곡인가... 싶은데 (리스트도 마찬가지) 파가니니 콩쿨에서 1등을 한 이력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라 캄파넬라'를 포함해 파가니니의 곡들을 연주한다니 기대반 의심반의 마음이었다.
<쇼팽, 리스트 그리고 파가니니>
- 케이트 리우 / 피아노
- 알렉산더 울만 / 피아노
- 쥬세페 지보니 / 바이올린
2025. 8.24 (일) 5:00pm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리스트를 연주하는 알렉산더울만은 리스트 콩쿠르에서 1등을 했고, 파가니니를 연주하는 쥬세페 지보니는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1등을 한 실력자들이다.
곡들은 짤막짤막해서 지루하지 않고 시종일관 재밌었고 - 케이트 리우의 쇼팽 피아노 소나타만 좀 길었다 - 특히 쥬세페 지보니의 파가니니에 대한 해석과 연주는 압권이었다.
첫곡인 알렉산더 올만이 연주한 리스트의 <탄호이저 서곡>은 바그너의 담백하고 힘있는 원곡보다 가벼운데 화려한 느낌이다. 그는 한음을 2번으로 짧게 나눠 치는 듯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곡이 훨씬 화려하고 다이내믹해 졌다. 피아니스트가 이리 해석을 한 것인지 리스트의 편곡이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새롭고 리스트적 기교가 잘 살아났다.
쥬세페 지보니의 파가니니는 그야말로 소름끼칠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그가 연주한 바이올린은 악기가 아니라 마치 신체의 일부인 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특히 왼손으로 현을 튕기고 오른손 활로도 현을 튕기면서 연주하는 부분에선 (이런 기법이 이름이 있을 것인데...) 숨을 죽였다. 정말로 기가 막히다.
프로그램 중 피아노연주든 바이올린 연주든 <라 캄파넬라>가 가장 좋고, 첫곡이었던 <탄호이저 서곡>, <24개의 카프리스> 그리고 <오페라 '모세' 주제에 대한 변주곡>이 좋았다.
리스트와 파가니니
피아노와 바이올린에서 당대와 후대에 어떤 기준점이 되고 있는 음악가들의 곡을 현재의 뛰어난 연주자들을 통해 라이브로 듣게 되어 기쁜 마음이 잔영으로 오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