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르네스 지휘 & 얀 리시에츠키 피아노로 보는 공연
말러의 <거인 (Titan)>을 들을 수 있어 예매해 둔 공연
피아노협주곡 한곡과 교향곡 한곡, 딱 두곡으로 이뤄진 심플하고 강력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는 예술의 전당 국제음악제의 클로징 공연을 담당할 만큼 훌륭한 분이라는 판단도 섰다 (이웃님 블로그에서 이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를 칭찬하는 글도 한참 읽었다)
2025 예술의 전당 국제음악제
클로징 콘서트
로렌스 르네스 (Lawrence Renes) & 얀 리시에츠키 (Jan Lisecki)
with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프로그램
-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 c단조, Op. 37
- 말러 교향곡 제1번 D장조 거인 (Titan)
1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 공연이 좋았다. 피아니스트가 훌륭했다.
내게 익숙하지 않은 베토벤 피협3번을 가지고도 연주 내내 다음을 기대하게 하고 숨을 죽이게 하고 손을 모으게 했다. 수려하고 고급스러우며 완급조절이 뛰어난 연주였다.
피아노연주자는 베토벤 피협을 끝내면 끝이기 때문에 연주를 끝내고 관중의 박수로 드나들기를 다섯번쯤 하고는 앵콜곡을 선보였다. 들어 본 곡인데 매칭이 안되서 한참을 궁금하다 인터미션 때 남학생들이 쇼팽의 곡이라고 알려주었다 (쇼팽 녹턴 20번 c#단조 op. Posth)
2부, 말러의 거인이다.
대편성이었다. 팀파니도 1대가 추가되 2대가 되었고, 하프, 큰북, 징처럼 생긴 타악기, 트라이앵글도 추가되었다.
워낙 곡이 훌륭하니 기대를 안할수 없는 공연
그런데 시작후 얼마가지 않아서 부터 어딘가 불편해졌다. 지휘와 연주가 따로 노는 느낌이고 현악기들은 괜찮았는데, 관악기들에서 뭔가 자꾸 조화가 깨졌다. 특히 호른의 소리가 시원하게 뻗지 못하고 울퉁불퉁했으며 각 파트들 간 일사분란하지 않고 전반적으로 어수선했다.
곡은 끝나고 부라보와 앵콜은 쏟아졌는데 지휘자가 나가고 오케스트라가 자리를 뜨기 시작할 때까지 박수를 치긴했다만 어쩐지 마음에서 백프로 우러난 액션은 아니었다.
돌아오면서 멜론을 켜고 내 플레이리스트 속 말러의 <타이탄>을 들었다. 번스타인이 지휘하고 런던심포니가 참여한 버전이다.
아...
완전히 다르잖아...
음이 같다고 편성이 같다고 같은 음악이 아니다. 라이브의 핸디캡을 적용하더라도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의 연주의 급은 아니더라도 오늘의 연주가 최소한 "합"이라는 측면에서 부족했다.
돌아와서 몇일 있다가 해당 공연의 블로그 글을 찾아봤다. 2부 말러 <타이탄> 공연 후 앵콜곡도 익숙한 곡이었는데 제목과 줄긋기를 못했었다.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 op.36 중 님로드
라고 한다.
블로그를 찾다 보니 몇개의 글에서 그날의 공연이 알만한 사람들이 듣기에도 상당히 부족했던 모양이다. 전반적으로 어수선하고 통일감이 없었다는데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누군가는 1부 베토벤 피협공연에서 보통은 오케스트라가 피아니스트를 따라 맞춰 주는데 이번엔 피아니스트가 오케스트라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 하더라며 보기 불편했다고도 이야기 한다.
클래식계에선 솔로공연자가 가장 중요하구나
그날 지휘자도 피아니스트를 배려하기 위해 상당히 애쓴다고 느꼈다.
연습이 덜 되었을 때 대편성 곡들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목격했다. 객원지휘자가 할 때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좋은 공연을 마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닐 수 있겠다.
그러니 좋은 공연을 보게 되면 마음 깊은 곳에서 부터 감사하는 마음을 갖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