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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호랑이>>전과 리움의 서프라이즈

by 미술관옆산책로

몇주전 <<까치호랑이>>전을 보러 갔더니 그 주에 요 전시만 보수를 한다 하여 허탕을 한번 치고 다시 점심에 내려갔다. 다시 가는데도 우리 민화속 친근한 호랑이와 까치를 생각하니 음청 귀엽겠다, 미소가 지어졌다.


까치호랑이
虎鵲
2025. 9.2 ~ 11.30
리움미술관 (M1, 2층)


전시는 상설고미술관(M1)의 2층에 그것도 반쪽만 소박하게 쓰고 있다.


나 이런거 좋아해, 딱 볼 것 조금, 그런거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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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딱 7점, 까치호랑이 5점, 호피장막도 1점, 그리고 내가 우리 옛그림 중 꼭 보고 싶은 작품 중 하나를 부지불식간에 봐서 놀란 그 이름도 굉장한 <송하맹호도>. 민화를 생각하고 갔다가 갑자기 <송하맹호도>를 접하고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일단 마음 가다듬고 까치호랑이 얘기부터 하자면

SE-bf804046-2020-4bb3-8308-85e9f480a1e2.jpg?type=w1 작자미상 <호작도> 1592, 비단에 수묵

이 작품이 전체 전시 설명판에 소개된 400년이 더 된 작품이다. 비단에 작업한 것이 색이 바래져 덜 잘 보이지만 안광이 찬란한 호랑이 한마리와 소나무, 그리고 까치 두마리(몇마리까지 찾나.. 수준이긴 한데 내 눈엔 2마리)의 단촐함이 아주 멋찌다!


SE-04c994c3-d21f-4378-b72d-736f62d92a7f.jpg?type=w1 작자미상 <호작도> 19세기후반, 종이에 채색
SE-38aa17c1-f1c3-4082-a34f-5468933a4c75.jpg?type=w1 신재현 <호작도> 1874년, 종이에 채색
SE-4c6f2a7f-0424-4a09-ad03-e976c1e73b91.jpg?type=w1 작자미상 <호작도> 19세기후반, 종이에 수묵담채
SE-de5601c1-0060-4eaf-a947-ff91738b57d3.jpg?type=w1 작자미상 <호작도> 19세기, 종이에 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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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네편의 호작도가 연달아 걸려있다.


네편 중 네번 째 (바로 위) 까치호랑이가 내 취향. 호랑이가 까치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일단 사랑스럽고 그러거나 말거나 사이좋은 까치 두마리는 저들만의 세상이다. 호랑이가 까치를 잡아먹을 요량이면 아무리 날개있는 동물이어도 사정거리겠다만 전혀 그런 긴장감은 없고 뭐라뭐라 까치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보이는 거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니, 호랑이야~


두번째, 세번째는 애니메이션 같아서 정답고 특히 세번째는 가장 많이 봐온 민화의 형태다. 세번째 호작도는 굿즈에 박기 딱 좋은, 어쩌면 이미 굿즈에서 많이 봐서 친숙할 수도


SE-0d113348-7821-4f2a-bbed-fa6be6022f2e.jpg?type=w1 작자미상 <호피장막도> 19세기, 종이에 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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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피장막도>라는 걸 처음 봤는데, 설명판에는 이런 호피도를 방에 장식하여 액막이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8폭 장막의 윗부분에서 부터 호피의 중심 문양이 시작되는데 이것이 그림을 전체적으로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세붓으로 한올한올 마음을 담아 그렸을 화원의 모습이 그려져 나도 귀하디 귀한 마음으로 작품을 보았다.


호피 문양을 양 사이드로 두고 책가도와 비슷한 풍의 그림이 그려져 문과 무를 겸비한, 그런 선비의 또는 무신의 집무공간에 이 작품을 걸어두면 좋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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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와! 나 너무 놀랐다!


<송하맹호도>를 이렇게 보다니...

<송하맹호도>를 걸어놓고 이를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지 않다니...

까치호랑이 민화가 컨셉이라 <송하맹호도>에 이 컨셉이 묻히는 걸 원하지 않았던 거니...

그래도 나는 봐서 기뻤는데 누군가는 생에 이 그림을 보고 싶을 수 있는데...


부지불식간에 만난 이 작품을 보고 기대치 않았던 기쁨이 두배, 세배라 일단 리움에 맘속으로 절을 백번 한 듯


오주석작가가 이 <송하맹호도>를 두고 한 예찬론은 그의 책과 글들이 다 뛰어나지만 특히 뛰어나다. 그가 국보도 보물도 아닌 이 작품에 그리 온마음을 다해 쓴 글을 읽고 있노라면 우리의 숨겨진 우수한 옛그림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모두 글을 써 우리 문화유산에 유홍준청장이 그러했듯이 우리 국민들이 옛그림을 보는 안목을 높이고 애정을 샘솟게 해줄 것이라 기대할 정도였다. 오작가님의 책이 왜 더 안나오나 기다리다 그분이 돌아가신 걸 알고는 그의 글이 새삼 귀하고 그 필력으로 쓴 작품해설들을 다시 마음에 세기게 되었다.


그 그림이다,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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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호랑이는 그림 밖으로 뛰어 나올 듯이 생생하나 그럼에도 위협적이거나 불안해 보이지 않는다. 먹이를 응시하는 모습이라기 보다 가만히 세상을 관조하는 듯한 눈빛과 몸태다. 이런 호랑이를 만나게 되면 높고 고요한 곳에 앉아 세상 이치에 대해 고견을 청하고 싶을 듯하다.


그림은 전체적인 기세도 좋거니와 호랑이 몸체의 곡선과 가늘고 윤기나는 털, 세상을 집어삼킬듯한 눈빛이 오묘한 것이 그림 자체가 그저 최고다.


우리가 조선 호랑이의 기상을 이야기할 때 이 <송하맹호도> 속의 호랑이를 연상한다. 이 그림이 만들어준 이미지가 있기에 대륙의 호랑이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생각한다. 과거는 늘 현재를 살리나 보다.


내가 우리 옛그림 중 너무 유명해서도 꼭 보고 싶었던 그림은 <송하맹호도>를 기점으로 국내에 있는 것은 다 봤다. 겸재의 <인왕제색도>, 또 겸재의 <금강전도>, 윤두서의 <자화상>, 그리고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그리곤 일본 나라시의 덴리대학에 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남았다. 몽유도원도가 500년만에 국내로 반환된다는 기사를 몇년 전 봤는데 정말 국내로 와서 볼 수 있는걸까...


까치호랑이를 보러갔다로 시작해 <송하맹호도>를 예상치 못하게 보고 흥분했다가 <몽유도원도>를 보고 싶다로 끝맺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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