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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메켈레 &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공연

by 미술관옆산책로


어느 누가
이 오케스트라를
망칠 수 있을까...



'세계3대'라고 칭해지곤 하는 오케스트라지만 젊고 유명한 지휘자에 좀 더 기대 공연을 선택했는데 공연을 보고 난 나의 느낌은 이랬다.


그리고 콘세르트헤바우는 영원하겠구나... 생각했다.


100년이 넘은, 좀 더 정확히는 137년이 된, 3세기에 걸쳐 발전하고 다듬고 진화해 완벽에 가까워진 이 오케스트라는 앞으로도 100년, 200년 나아갈 듯했다.


클라우스 메켈레 &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2025. 11.5 (수) 19:30
예술의 전당

프로그램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1번 d단조, 작품번호 15
*피아노: 키릴 게르스타인
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작품번호 16


공연은 최고였다. 특히 오케스트라와 협연자간의 합과 악기들 간 소리의 밸런스 좋았다. 특별히 뚫고 나오는 음도 악기도 없이 부드럽고 조화로운 공연이었다. 두 주 전 두다멜의 LA필이 연주하는 말러의 '부활'을 듣고 난 후라 처음엔 조금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뒤로 갈수록 오케스트라의 합이 너무 좋아 마음속에서 시종일관 감탄과 찬사가 나왔다. 클래식 공연은 스타 지휘자는 얹을 뿐 그 힘은 오케스트라 자체에서 나온다는 걸 깨닫게 해준 순간이었다.


현재 최고의 스타성을 가지고 있는 메켈레 지휘자는 젊은 감각과 역동적 에너지가 충만한 지휘자였다. 핀란드 태생의 약관 29세인 그는 190쯤 되보이는 키에 턱시도를 말끔하게 차려 입고는 락스타 처럼 지휘를 했다.


안 재밌을 수 없는 씬 아닌가...


서른이 안된 지휘자는 이 위대한 오케스트라를 지휘자 특유의 강렬한 카리스마로 말끔하게 리드한다기 보다 그의 에너지를 나눠주고 그 에너지 위에 단원들이 놀게한다는 느낌이었다. 이십대 특유의 강점이 살아나는 지휘다.


그가 20년 30년 50년 지휘를 하고 난 후의 모습이 어떨까...


연륜이 농후하게 드러나는 그의 지휘를 꼭 보고 싶다.


키릴 게르스타인이라는 피아니스트도 대단히 훌륭했다. 힘있고 부드러우며 유려하고 조화롭다.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이 이렇게 아름다운 곡인줄 라이브로 들으니 더 알게되었다.


피아니스트는 앵콜곡으로 슈만을 들려주었다.


2부곡은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Concerto for Orchestra>


버르토크라는 헝가리 작곡가도 익숙치 않고, 피아노나 바이올린 처럼 익숙한 독주악기를 위한 협주곡이 아닌 오케스트라 전체를 위한 협주곡을 처음 접해서 미리 음악을 들으면서 익숙해지려 노력을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음원으로 악기들의 소리를 따라 가며 어렵게 듣다가 모든 오케스트라가 보이는 2층 합창석에서 각각의 악기들이 뽐내는 소리를 눈으로 따라가며 들으니 예습따위 하등 의미없는 행위였다. 이런 공연은 라이브로 보면서 듣는거였다. 음악이 단단한 토대를 이루고 그 위에 악기들이 서로 주고 받으며 따로 또 같이 합하며 연주하는 모습이 예술 그 자체였다.


여기에 메켈레 지휘의 에너지가 충만해 그 어떤 공연보다 다채롭고 흥미로운 완성형 공연이 탄생했다.


피날레 연주 후 독주 연주자가 아닌 오케스트라의 앵콜공연도 처음 접했다. 새롭고 따수운 현장. 이 곡이 본 곡 이었어도 좋았겠다. 아주 힘차고 밝은 곡이었다.


작년에 암스테르담으로 열흘정도 미술관 여행을 다녀왔었다. 그때는 클래식엔 관심이 없어 내가 가려는 미술관들 (라익스 뮤지엄 & 고흐미술관 등) 옆에 호텔을 잡아놓고 걸어서 매일매일 미술품을 대하고 작가의 삶에 다가가며 행복해 했었다.


다녀와서 이 미술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음악에 조예가 깊은 지인분이 '로열 콘세르트헤바우'공연은 보고 왔어? 하셨다. 그게 뭐지.. 호텔 바로 옆 버스정류장 이름에 '콘세트트헤바우'가 들어갔는데... 그리 가까이 매일매일 지나다니며 넘긴 오케스트라 하우스가 바로 이 위대한 오케스트라의 본거지였다.


아, 아깝...


알았어도 오케스트라단은 투어를 나갔을 수 있겠다만 RCO의 본향에서 다른 오케스트라의 초청공연이라도 볼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쉽다.


다음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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