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점없이 완벽한 빈 필하모닉
이제 드디어 세계 3대 오케스트라, 더하여 LA필까지 한 계절에 다 보고나서 나의 베스트픽은 베를린필이지만 이것은 빈필이 덜 훌륭해서가 아니라 오늘의 곡이 나에게 더 어려웠기 때문이다.
빈 필하모닉 & 크리스티안 틸레만
Wiener Philharmoniker & Christian Tielemann
2025. 11.20 (목) 19:00
예술의 전당
프로그램
안톤 브루크너 교향곡 제5번 내림 나장조 WAB 105
내가 본 목요일 공연은 곡이 딱 1곡,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5번, 장장 1시간20분에 달한다. 전석 초대로 진행된 화요일 공연의 레퍼토리는 공개되지 않았고, 수요일엔 슈만 교향곡3번 '라인'과 브람스 교향곡 4번이 연주되었다. 취소표를 노리느라 종종거려 잡은 것이 목요일 공연이어서 브루크너를 보게 되었는데, 전날의 슈만과 브람스 교향곡은 어땠을까... 궁금한 오케스트라였다.
연주는 군더더기가 하나 없었다.
'전통을 지휘하는 단 하나의 이름'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크리스티안 틸레만 지휘자는 4악장에 달하는 긴곡을 악장과 악장사이 각 1분도 안되는 인터벌 시간을 빼고 장장 1시간 20여분 동안 쉼없이 지휘하며 어디 하나 귀에 걸리고, 눈에 튀는 것 없이 공연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음악을 연주하는 병기 같았고, 보는 내내 기가 찼다.
이런 오케스트라가 다 있구나...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부러 관중과 교감하려 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관객을 무시한 것은 전혀 아니고 그저 아주 꿋꿋하고 충실히 80여분을 채워나가는 스타일이었다.
오케스트라는 전혀 문제가 없고 내가 곡이 어려웠다. 내가 브루크너도 그의 이 긴 교향곡도 익숙치 않으니 내 수준이 이 곡에 닿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나에게 덜 매력적인 곡이지만 연주는 보는 내내 즐거웠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5번은 관악기가 돋보이는 곡이었는데, 관악의 소리가 시원찮으면 곡이 다 뭉개질 판인데 전혀, 저언혀 그런 순간은 오지 않고 완벽했다.
하나 특이하다고 느꼈던 것이 단원의 90%쯤이 남성이다. 이렇게 여성단원이 없는 오케를 본적이 있나.. 되짚어 봤다.
완벽한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빈필과 틸레만의 조합이 다른 곡을 연주한다면 어떨까, 상상했다. 말러의 부활이나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또는 베토벤의 운명처럼 좀더 대중적이고 관악의 역할이 큰 교향곡을 연주한다면 환상이겠다.
오늘 공연은 곡에 대한 매력도가 나에게 덜해 덜 재밌었지만 다음에 빈필이 또 온다면 나도 다시 올 것이다. 찾아보니 내년 12월에 이미 내한스케줄이 있다!
내년에 또 봐요, 빈필!